대한신운

317-2. 茶洞作武夷茶歌 차 동학에서의 무이암차 찬가/ChatGPT와 대화로 다듬다

대한신운 2025. 10. 21. 07:33

317-2. 茶洞作武夷茶歌 차 동학에서의 무이암차 찬가 이권(李卷)

海岳圖經尊武夷 사해의 명산 그린 도안 경전은 무이산을 존숭하니

해악도경존무이

三十六峯峯峯奇 서른여섯 봉우리, 봉우리 봉우리마다 기이하구나!

삼십륙봉봉봉기

清溪蜿蜒繞其趾 맑은 시내는 굽이굽이 이 터를 에두르며

청계만연요기지

玻璃冷浸珊瑚枝 유리 같은 물이 산호 가지 같은 차 그림자를 차게 담구었네.

파리랭침산호지

雀舌鷹爪著翹英 참새 혀와 매 발톱 모양으로 치켜든 꽃부리를 드러내니

작설응조착요영

顧渚蒙山遜韻致 고저산과 몽산의 차밭도 이 운치에 못 미치네.

고저몽산손운치

雖云勝地發先春 비록 고저와 몽산은 구름 기운 승지로 먼저 봄이 오지만

수운승지발선춘

焙製精良始絕倫 무이암차처럼 제다 솜씨가 정교해야 비로소 절륜하다네.

배제정량시절륜

如彼昆岡之拱璧 저 곤강산의 옥을 받쳐 든 것과 같고

여피곤강지공벽

亦藉雕琢工尤純 또한 이 조탁의 공법에 의지해야 더욱 순정해진다네.

역적조탁공우순

伊余夙負煙霞癖 나는 일찍이 안개와 노을 같은 이 차를 의지하는 습벽이 있어

이여숙부연하벽

嗜茗玉川當避席 차를 즐기는 육우도 당연히 그 위치를 피할 정도라네.

시명옥천당피석

結宇幽棲大隱屏 집을 지어 그윽한 거처에 드니 큰 그늘이 병풍이요

결우유서대은병

芳叢片甲石巖白 향기로운 차 떨기는 갑옷의 편린 같고 바위는 햇살에 빛나네.

방총편갑석암백

薄寒乍暖動殷雷 옅은 추위 순식간에 따뜻해지며 우렁찬 우레 요동치자

박한사난동은뢰

抽穎含珠次第開 뽑히듯 돋아나는 싹은 구슬 같은 이슬 머금고 차례로 피네.

추영함주차제개

晴雲曉起天凝碧 맑은 구름이 새벽하늘에 일자 벽옥 차밭에 사람들이 엉기어

청운효기천응벽

采采盈筐帶露回 종일 광주리 가득 따고 따 모아 저녁 이슬 두르고 돌아오네.

채채영광대로회

蕩滌竈釜取冰潔 부엌의 솥은 얼음 같은 깨끗한 물로써 씻고

탕척조부취빙결

旋摘柔條爨光烈 부드러운 가지에서 딴 잎을 강렬하게 불을 때며 되돌리네.

선적유조찬광렬

輕揉急扇火候宜 가볍게 유념하다가 급하게 부채질하여 불길을 조절하니

경유급선화후의

香比蘭芬色似雪 향기는 난초 같고 빛깔은 눈처럼 깨끗하네.

향비난분색사설

箬裹罌封謹閉藏 댓잎으로 싸서 항아리에 봉해 꼼꼼히 밀폐하여 저장하여

약과앵봉근폐장

遮防陰濕喝臨黃 음습을 차단하고 철없는 아이가 접근하면 꾸짖어 다스리네.

차방음습갈림황

雨前雨後親標識 곡우 전과 곡우 후를 친히 표시하고

우전우후친표식

序列藤蘿鄴架傍 등나무꽃이나 장서가 줄을 짓듯 나열하여 곁에서 지키네.

서열등라업가방

屋角胡麻澗中水 집 모퉁이 들깨밭 골짜기의 물은

옥각호마간중수

千丈雲根瀉石髓 천 길 구름 뿌리에서 석간수의 정수를 쏟네.

천장운근사석수

刳竹搖空導入廚 장대 속을 파서 흔들흔들 허공으로 인도하여 주방에 들이니

고죽요공도입주

元神未散洵甘美 본래의 신비로운 맛은 사라지지 않아서 참으로 감미롭구나!

원신미산순감미

鼎沸鐺聲獸炭紅 솥 물 끓어 솥 고리 소리 울리며 짐승 모양 화로 벌겋게 되고

정비당성수탄홍

砌蟲吟罷來松風 섬돌의 벌레 소리 같은 미음 그치고 솔바람 소리 내며 끓네.

체충음파래송풍

定湯不稚復不老 찻잎 넣을 정상 온도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지 않아야 하니

정탕불치복불로

成法師承桑苧翁 알맞게 되려면 차 법 종사 육우의 가르침을 계승해야 한다네.

성법사승상저옹

碧甌引滿時獨酌 가득 따른 벽옥 잔을 끌어당겨 독작할 때면

벽구인만시독작

搜索詩腸潤枯涸 마르고 마른 시심조차 수색하듯 적셔주네.

수색시장윤고학

遂覺兩腋禦涼颸 마침내 양 겨드랑이에 서늘한 바람 몰고 옴을 깨닫고

수각량액어량사

塵襟盪盡諳丘壑 소매 흔들어 먼지 씻어 언덕과 골짜기를 암기한 듯 경험하네.

진금탕진암구학

題品誰將作酪奴 논제의 품평대로이니 누가 장차 단술의 노예를 작정하겠는가!

제품수장작락노

莊周一任馬牛呼 장자가 말이나 소 부르듯 무이암차에 나를 일임하리라!

장주의임마우호

乳花香泛清虛味 우유 거품 꽃향기는 맑고도 허정한 맛에 넘치고

유화향범청허미

旗槍浮綠壓醍醐 깃 위의 창 싹은 녹색으로 떠올라 제호의 단맛을 누르네.

기창부록압제호

頻年抱膝鮮逾閾 해마다 무릎 안고 이 차에 빠져 문지방 넘는 일 드물고

빈년포슬선유역

好景當之無愧色 이 좋은 차 경지 맞으니 부끄러운 마음 한 점 없네.

호경당지무괴색

點檢茶錄與茶箋 이 차에 대한 기록과 간략한 단편의 기록지를 점검하며

점검다록여다전

注參期弗遺餘力 납기에 참여하여 여력 남지 않을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네.

주참기불유여력

* 이권(李卷): 생졸 미상. 명나라 말기의 인물. 무이산 오곡(五曲) 차동(茶洞)에 은거하여 煮霞居(저하거)’라는 집을 짓고 차를 따서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며 고상한 절개로 생을 마쳤다.

* 칠언고시(七言古詩)

* : 황구(黃口). 철없는 어린아이. 좀처럼 보기 드문 표현이다. 아이에게는 이 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길이 없다. 그저 항아리 사이로 장난치며 돌아다닐 뿐이다.

* 鄴架: ()대 한유(韓愈)의 시의 시에 鄴侯家多書插架三萬軸(업후 집에는 책이 많아 서가에 삼만 권이 꽂혀 있다) 라는 구절이 있으며, 여기서 鄴侯는 당대의 명신 이밀(李泌)을 가리킨다. 수많은 장서가 줄지어 꽂혀 있는 모습을 비유한다.

* 桑苧翁: 다경(茶經)을 저작한 육우(陸羽 733804)를 가리킨다.

ChatGPT 감상평

무이암차(武夷岩茶)는 중국 복건성 무이산(武夷山) 일대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우롱차로, ‘암운(岩韻)’이라 불리는 특유의 골수 깊은 향과 맛으로 천하 제일의 명차로 손꼽혀 왔다. 이 차는 산의 바위틈에서 자라며, 거친 땅에서 뿌리 깊이 자라난 만큼 기운이 단단하고 향은 정제되어 있다. 봄철 곡우 전후에 채엽하여 여러 공정을 거쳐 덖고 말리고 다시 덖는 세심한 제다 과정을 통해, 가볍지 않고도 은근하게 퍼지는 향기와 깊은 맛을 완성한다. 물이 끓을 때 솔바람 소리로 비유되는 정밀한 온도 조절, 갓 딴 잎을 솥 안에서 좌우로 재빠르게 선회시키는 살청동작, 불길의 세기에 따른 미묘한 차이 등, 이 모든 것이 차 한 잔에 응축되어 있다. 무이암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산과 물, 시간과 손길, 인내와 정밀함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낸 산물이다.

이권(李卷)은 이러한 무이암차의 삶 그 자체를 살았던 인물이다. 명말의 문인이자 실천가였던 그는 무이산 오곡 차동에 은거하여 煮霞居라 이름한 집을 짓고, 차를 따서 스스로 생계를 이어갔다. 권력과 명예 대신 차와 더불어 살며 절개를 지킨 그의 행적은, 한 잔의 차에 담긴 청정한 기운과도 닮아 있다. 그의 칠언고시는 화려한 수사로 장식되지 않은, 제다 현장을 정확히 기록한 사실시(寫實詩)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旋摘柔條에서 보이듯 솥 안의 잎을 빠르게 선회시키는 동작, ‘砌蟲吟罷來松風에서의 물 끓는 소리를 솔바람에 비유한 정밀한 감각, ‘定湯不稚復不老에서의 물 온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까지 이는 시라기보다 기술서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시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찻물이 혀끝에 닿아 겨드랑이에 바람이 이는 듯한 감각(“遂覺兩腋禦涼颸”), 시심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搜索詩腸潤枯涸”), 장주가 소나 말을 부르듯 무이암차를 불러내는 자유(“莊周一任馬牛呼”) 등은 단순한 음다(飮茶)가 아니라, 정신의 해방과 은일의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시 속에 드물게 등장하는 은 황구(黃口), 즉 철없는 아이를 뜻한다. 아이는 항아리 사이에서 차의 소중함을 모른 채 장난을 친다. 이는 차가 단순한 소비품이 아니라 귀하게 지켜져야 할 생명임을 강조하는 장치다. ‘鄴架는 당대 명신 이밀(李泌)의 장서를 가리키는 말로, 질서정연하게 차를 말리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했다. 또한 桑苧翁은 다경(茶經)의 저자 육우를 뜻하며, 전통 제다의 법도를 계승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이 시는 향은 난초에 견주고(香比蘭)색은 눈에 견준다(色似雪)’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음다의 절정이 단순한 미각의 쾌락이 아니라 정신의 맑음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무이암차는 단지 우롱차의 한 종류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매개체이자 정신의 귀의처로 자리한다. 이권의 시는 그러한 차의 세계를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가장 고요하게 노래한 한 편의 다서(茶書)이자 은자의 자서전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