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86. 次韻光風樓柱聯 차운풍루 주련/차운(次韻) 방법

대한신운 2025. 5. 18. 07:46

86. 光風樓柱聯 張世南(장세남 16421700) () () () () ()

三洞名區別有 안의 삼동 명승지는 별세계이며

삼동명구별유

一樓風月浩無 누각에 맑은 바람과 달빛은 광대무변하구나!

일루풍월호무

西園竹樹宜疎雨 서쪽 동산 대숲은 가랑비와 어울리고

서원죽수의소우

東嶺山嵐和暮동쪽 고개 아지랑이 저녁연기와 조화되네.

동령산남화모

漠漠田間飛白鷺 넓고 넓은 논밭 사이로 백로가 날고

막막전간비백로

磷磷石上瀉晴 반짝반짝 돌 위로 맑은 시냇물을 쏟네.

린린석상사청

蠹翁去後今吾至 일두 선생 가고 지금 내가 와서 보니

두옹거후금오지

此樂寥寥二百 이 즐거움 이백 년간 쓸쓸했구나!

차락요요이백

* 광풍루(光風樓)정여창(鄭汝昌 14501504) 선생이 안의현감(安義縣監)으로 재직할 때 금천(錦川)가에 광풍루(光風樓)와 제월당(霽月堂)을 지었다.  1498(연산군 4) 무오사화(戊午士禍)에 누명을 쓰고 유배되었다. ()는 좀이란 뜻으로 한비자(韓非子)오두(五蠹)에서 나라를 망치는 다섯 부류를 좀에 비유했다. 유가(儒家) 세객(說客)과 종횡가(縱橫家), 유협(游俠), 권문귀족(權門貴族), 상공인(商工人)인 이다. 상공인은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고, 사치품을 만들어 사회의 도덕을 해치며,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한비자는 이러한 다섯 부류를 제거하고,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야만 국가가 강하고 부유하게 다스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선생이 일두(一蠹)로 호를 정한 까닭은 부패한 관리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光風霽月(광풍제월)은 맑은 바람과 밝은달로 고결한 인품의 상징이다.  

200년 뒤 장세남(張世南 16421700)이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여 일두(一蠹) 선생을 그리며 광풍루(光風樓)를 썼다. 주련(柱聯)이란 이 시를 누각의 기둥에 새겼다는 뜻이다. 2구에서 광풍제월(光風霽月) 대신 일루풍월(一樓風月)로 표현한 까닭은 수련(首聯)에서도 대장(對仗)을 맞추기 위함이다. 대장이란 글로 세운 기둥이다.

(숫자)/(삼동, 명사)/名區(명승)/(형용사)/(형용사)/(위치, 명사)

(숫자)/(누각, 명사)/風月(풍월)/(형용사)/(형용사)/(위치, 명사)

다만 명구와 풍월은 약간 느슨한 대장(對仗)이다. 수련(首聯)은 대장(對仗)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장을 맞추었다.

일두(一蠹) 선생을 배향한 남계서원(灆溪書院)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해마다 수백만의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두기념사업회에서는 2024530주년을 맞아 차운(次韻) 광풍루주련(光風樓柱聯)으로 전국 한시 백일장을 실시했다. 차운 방법은 이전에 설명한 바 있으며, 광풍루와 관련지어 지을 수도 있고, 전혀 상관없이 압운만 빌려 지을 수도 있다. 먼저 까다로운 평측 규칙을 지킨 작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次韻光風樓柱聯 牛谷 ○○○

宗師性理問靑 종사의 성리를 푸른 하늘에 물으니

종사성리문청

一蠹知行廣大 일두 선생 지행은 광대무변 하다네.

일두지행광대

霽月堂中究治道 제월당 속에서는 다스릴 도를 궁구했고

제월당중구치도

光風樓上喜炊 광풍루 위에서는 밥 짓는 연기를 기뻐했네.

광풍루상희취

爲民善政察雲谷 백성을 위한 선정은 구름골짜기를 살폈고

위민선정찰운곡

盡孝至誠繡錦 효를 다한 지극정성은 금천을 수놓았네.

진효지성수금

史禍犠牲何怨痛 사화의 희생 그 얼마나 원통한가!

사화희생하원통

淚途返葬顧當 눈물길로 반장한 그해를 돌아보네.

루도반장고당

* 10. (): , , , (), , , , , , , , , , , , , : 기존의 압운(押韻)으로는 선()에 속한다.

* 까다로운 규칙을 모두 지켰지만, 선생의 행적을 은유로 표현한 수작(秀作)이다. 주최의 입장이므로 참고 작품으로 제시했다. 返葬은 객지에서 죽은 이의 시체를 살던 곳이나 고향으로 옮겨 장사 지내는 일이다. 압운(押韻)만 빌려 원작과 전혀 무관하게 표현한 대한신운(大韓新韻) 우수 작품 2편을 소개한다.

次韻光風樓柱聯 광풍루 주련 차운 ○○○

三月微風細雨 3월의 미풍에 가랑비 내리는 날

삼월미풍세우

難堪飮酒到江 음주 참기 어려워 강변에 도착했네.

난감음주도강

名家烤肉炎爐火 명가의 불고기 붉은 불에 이글거리고

명가고육염로화

眞露糅啤起水 참이슬에 섞인 맥주 물안개를 일으키네.

진로유비기수

千客笑聲哀晩夜 천객의 웃음소리 늦은 밤을 슬퍼하고

천객소성애만야

多甁談論成淸 많은 병에 담론은 맑은 시내를 이루네.

다병담론성청

飛觴大醉迷歡樂 나는 술잔에 대취하여 환락에 빠져드니

비상대취미환락

無悔人生樂百 후회 없는 인생 100년을 즐기리라!

무회인생락백

* 名家는 상호이다. 내용은 광풍루와 전혀 무관할지라도 시제는 그대로 써야 한다.

次韻光風樓柱聯 광풍루 주련 차운 ○○○

好節適時甘雨天 좋은 시절 적시에 기쁜 비 내리는 날

호절적시감우천

讀書暫停立樓邊 읽던 책 잠시 멈추고 누각 변에 섰네.

독서잠정입루변

淸風不息搖幽草 맑은 바람은 쉬지 않고 그윽한 풀을 흔들고

청풍불식요유초

廣野無窮開薄煙 넓은 들판 끝없이 옅은 연기를 피우네.

광야무궁개박연

白露飛翔休翠竹 백로는 비상하다 대숲에서 쉬고

백로비상휴취죽

銀魚潛泳繡靑川 은어는 잠영하며 청천을 수놓네.

은어잠영수청천

高峰積雪看何日 고봉의 적설 어느 날에 보았던가!

고봉적설간하일

明日春光又一年 내일의 춘광 또 1년이라네.

명일춘광우일년

* 대한신운(大韓新韻) 우리 율시는 이처럼 뜻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