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新雪 신설 첫눈/대한신운으로 써야 할 까닭
90. 新雪 신설 첫눈 이숭인(李崇仁)
蒼茫歲暮天 으슴푸레한 세모의 하늘
창망세모천
新雪遍山川 첫눈이 산천에 두루 내리네.
신설편산천
鳥失山中木 새는 산속의 나무를 잃고
조실산중목
僧尋石上泉 스님은 돌 위의 샘을 찾네.
승심석상천
饑鳥啼野外 굶주린 새들은 들판에서 울고
기조제야외
凍柳臥溪邊 언 버드나무는 시냇가에 누웠네.
동류와계변
何處人家在 어느 곳에 인가 있는가?
하처인가재
遠林生白煙 저 먼 숲은 흰 연기를 낳네.
원림생백연
* 10. 건(建)운: 건, 견, 권, 년(련), 면, 번, 변, 선, 언, 연, 원, 전, 천, 편, 헌, 현, 훤: 기존 압운 先운.
* 이숭인(李崇仁, 1347~ 1392) 호는 도은(陶隱). 고려말 학자. 시문에 뛰어났다. 원(元)나라와 명(明)나라 사이에서 복잡한 국제 관계에 처해 있을 때 외교 문서를 맡아 썼으며, 그의 문장은 명나라 태조를 탄복시켰다.
* 饑鳥啼野外(평측평측측) 이어서 전통 압운법에 맞지 않다. 또한 대장(對仗)에는 조(鳥)가 두 번 쓰였다. 평측이 맞지 않고 대장에서 같은 글자를 반복했다고 당시에는 수준 낮은 작품으로 평가절하했을 것이다. 대장(對仗)에서는 3구에 鳥를 썼다면 4구는 물론이고 5/6구에도 鳥처럼 같은 글자를 반복할 수 없다. 만약 당시의 엄격한 규칙을 모두 지켰더라면, 이와 같은 명작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신운(大韓新韻)으로 써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대장(對仗)분석
제3구 鳥(동물 명사)/失(동사)/〔山(자연)中(위치)木(자연)〕⇐목적어 구
제4구 僧(사람 명사)/尋(동사)/〔石(자연)上(위치)泉(자연)〕⇐목적어 구
제5구 饑鳥(형용사/명사, 주어)/啼(동사)/〔野(자연)/外(위치)〕⇐목적어 구
제6구 凍柳(형용사/명사, 주어)/臥(동사)/〔溪(자연)/邊(위치)〕⇐목적어 구
⇒ 3/4, 5/6구에 동일(同一)하게 목적어 구로 구성되었으나, 세글자와 두 글자로 구조가 다르다.
⇓ChatGPT 선생의 한자 수업
蒼 (창창할 창 cāng 창) 짙푸르고 아득하다. 蒼天(창천, 푸른 하늘), 蒼茫大地(창망대지)
茫 (아득할 망 máng 망) 멀고 넓어 분간이 안 됨 茫然(망연, 멍함)
歲 (해 세 suì 쑤에이) 해, 세월 歲月(세월), 萬歲(만세)
暮 (저물 모 mù 무) 날이 저물다, 늦음 暮色(모색, 저녁 무렵), 日暮途遠(일모도원)
遍 (두루 편 biàn 뼌) 널리 퍼지다, 모두 普遍(보편), 遍地(편지, 온 땅)
山川 (산과 내 shān chuān 산 추안) 山川草木(산천초목)
失 (잃을 실 shī 스) 잃다, 놓치다 喪失(상실), 失敗(실패), 失業(실업)
僧 (중 승 sēng 승) 불교 승려 僧侶(승려), 高僧(고승)
尋 (찾을 심 xún 쉰) 찾다 尋找(심조, 찾다), 尋常(심상, 평범함)
泉 (샘 천 quán 취엔) 샘물, 수원 溫泉(온천)
饑 (굶주릴 기 jī 지) 배고프다. 饑荒(기황, 흉년), 饑餓(기아)
啼 (울 제 tí 티) (동물이) 울다. 啼哭(제곡, 울부짖음), 啼聲(제성, 울음소리)
凍 (얼 동 dòng 똥) 얼다, 동결. 冷凍(냉동), 凍傷(동상)
柳 (버들 류 liǔ 리우) 柳條(류조, 버들가지)
臥 (누울 와 wò 워) 눕다, 엎드리다. 臥病(와병, 병으로 누움), 臥室(와실, 침실)
處 (곳 처 chù 추) 장소, 곳 何處(하처, 어디), 處所(처소), 處世(처세)
煙 (연기 연 yān 옌) 연기, 안개 煙火(연화, 불꽃), 白煙(백연, 흰 연기)
이 시는 표현이 단순해 보이지만, 다음과 같은 어휘들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蒼茫·饑·啼·臥·煙 같은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단어 凍柳, 石上泉, 野外 등 구체적이면서 상징적인 장소 표현 生의 선택은 자연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낳는다는 자족성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