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時雨 때맞춘 단비 강(姜) 운
時雨及芒種 때맞춘 단비가 망종에 미치니
시우급망종
四野皆插秧 사방 들녘마다 모내기 분주하네
사야개삽앙
家家麥飯美 집마다 보리밥이 맛있고
가가맥반미
處處菱歌長 곳곳마다 마름 노래 길게 울려 퍼지네
처처릉가장
老我成惰農 늙은 나는 게으른 농부가 되어
로아성타농
永日付竹床 온종일 대나무 평상에 몸을 맡기네
영일부죽상
衰髮短不櫛 늙어 머리카락 줄어 빗질할 필요도 없고
쇠발단불즐
愛此一雨涼 이 비 한 줄기의 서늘함을 사랑한다네
애차일우량
庭木集奇聲 뜰의 나무는 기묘한 소리를 모으고
정목집기성
架藤發幽香 시렁 같은 덩굴은 그윽한 향을 발산하네
가등발유향
鶯衣濕不去 꾀꼬리 깃은 젖어 떠나지 못하고
앵의습불거
勸我持一觴 나에게 술 권하며 잔 들라 재촉하네
권아지일상
即今幸無事 지금 이 순간 다행히 근심도 없고
즉금행무사
際海皆農桑 바닷가까지도 농사와 뽕나무밭
제해개농상
野老固不窮 촌부의 삶은 결코 궁핍 않으니
야로고불궁
擊壤歌虞唐 땅 두드리며 우·당의 태평을 노래하노라!
격양가우당
* 7. 강(姜) 운: 강, 광, 낭, 당, 랑, 량, 망, 방, 상, 쌍, 앙, 양, 왕, 장, 창, 탕, 팡, 항, 향, 황
⇓ChatGPT의 해설: 망종의 비에 깃든 농촌의 평화
망종(芒種)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6월 5일경에 해당합니다. ‘망종’이란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芒)이 씨뿌리기 좋은 때(種)’라는 뜻으로, 본격적인 모내기 철을 가리킵니다. 이 무렵에는 보리를 베고, 논에는 모를 심는 등 농촌이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입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지만, 단비라도 내리면 그보다 반가운 축복은 없겠지요. 육유(陸游, 1125~1210)는 남송의 대표적 시인이자 충신으로, 9천 수에 달하는 방대한 시를 남긴 인물입니다. 평생 벼슬과 실직을 반복하다가, 말년에는 농촌에 은거해 자연과 벗하며 살았습니다.
「時雨」는 그러한 말년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작품으로, 모내기 철의 풍경과 한 줄기 단비 속에서 느낀 소박한 감사와 평온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때의 四野(사야), 즉 사방의 들판에서는 모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모를 심는 일을 插秧(삽앙)이라고 합니다. 수확한 보리로 지은 麥飯(맥반)은 가장 맛있는 때이며, 집마다 구수한 보리밥 냄새가 납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菱歌(릉가)는 마름을 따거나 강가에서 노를 젓는 이들이 부르는 전통 민요로, 여름 들판의 정서를 더합니다. 시인은 스스로를 惰農(타농), 즉 게으른 농부라 자조하며, 하루 종일 竹床(죽상), 대나무 평상 위에 한가로운 일상을 보냅니다. 늙어 빠진 머리카락은 빗질할 필요도 없다며, 이를 衰髮短不櫛(쇠발단불즐)이라 표현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一雨涼(일우량), 즉 한줄기 비의 서늘함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뜰의 나무에서는 奇聲(기성), 기묘한 소리 들이 모여들고, 시렁처럼 얽힌 덩굴에서는 幽香(유향), 그윽한 향이 풍겨옵니다. 鶯衣(앵의)로 표현한 꾀꼬리의 깃털은 비에 젖어 날지 못하고 가지에 머무르는데, 마치 시인에게 술을 권하듯 그 자리를 지킵니다.이 순간은 다행히 無事(무사), 곧 근심이 없는 때이며, 際海皆農桑(제해개농상), 바닷가에까지 농사와 뽕나무밭이 널린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시인은 자신을 野老(야로), 즉 시골 노인이라 부르며, 이 정도의 행복만으로도 결코 不窮(불궁), 곤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擊壤歌虞唐(격양가우당), 땅을 두드리며 우·당의 태평을 노래한다고 선언합니다. 擊壤歌(격양가)는 고대 요·순 시대 백성들이 땅을 치며 “올해도 잘 살았노라”고 노래한 자족의 노래로, 스스로 풍요로운 삶을 꾸리는 이상사회를 상징합니다.
이 시는 평측의 제약이 없어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대한신운은 바로 이러한 표현의 복구를 추구합니다. 무의미한 평측을 배제하고 삶의 결을 깊이 있게 담아내는 시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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