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9. 定勢 정세/거(居)·기(基)운
立體成勢因情趣 (입체성세인정취)
체를 세워 세를 이룸은 정취에서 기인하는데
勢者乘利而為制 (세자승리이위제)
세라는 것은 이로운 형세를 타서 제어하는 것이라네.
機發矢直以能譬 (기발시직이능비)
기틀이 발동해 화살 곧게 나아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고
澗曲湍回以能解 (간곡단회이능해)
시내가 굽이쳐 여울물 도는 것으로써 능히 이해할 수 있네.
圓者規體勢自轉 (원자규체세자전)
둥근 것은 원형이라 그 세가 스스로 구르고
方者矩形勢自垈 (방자구형세자대)
모난 것은 방형이라 그 세가 스스로 터를 잡네.
文章體勢亦如斯 (문장체세역여사)
문장의 체세 또한 이와 같으니
參考典例應善舒 (참고전례응선서)
전례를 참고하여 잘 펼쳐야 하네.
模經為式入典雅 (모경위식입전아)
경전을 본보기 삼으면 전아함에 들고
效騷命篇歸艶麗 (효소명편귀염려)
이소를 본받아 지으면 염려로 귀결되네.
綜意淺切乏醞藉 (종의천절핍온자)
뜻을 엮음이 얕고 절박하면 온자함이 결핍되고
斷辭辨約乖縟彩 (단사변약괴욕채)
말을 끊음이 분별 있고 간약하면 욕채와 어긋난다네.
激水不漪勢所然 (격수불의세소연)
세찬 물에 잔물결 없는 것은 세가 그러한 바요
槁木無陰亦其例 (고목무음역기례)
마른나무에 그늘 없는 것 또한 그러한 예라네.
繪畵染色描萬象 (회화염색묘만상)
회화는 염색으로 만상을 묘사하고
文辭盡情述千態 (문사진정술천태)
문사는 진정으로 천태를 서술하네.
色糅而犬馬殊形 (색유이견마수형)
색이 섞임에 개와 말의 형상이 달라지고
情交而雅俗異勢 (정교이아속이세)
정이 교차함에 아정함과 비속의 세가 달라지네.
鎔範所擬司諸匠 (용범소의사제장)
거푸집의 틀로 본뜬 바는 모든 장인이 맡지만
雖無嚴郛難踰界 (수무엄부난유계)
비록 엄한 성곽은 없어도 경계를 넘기는 어렵다네.
然淵乎文者能摠 (연연호문자능총)
그러나 연못처럼 깊은 문장은 능히 모든 것을 총괄하여
奇正雖反必通解 (기정수반필통해)
기이함과 아정함이 비록 상반되나 반드시 통달한다네.
愛典惡華勢偏見 (애전오화세편견)
전아함만 사랑하고 화려함을 미워함은 세가 치우친 것으로
誇弓棄矢或反對 (과궁기시혹반대)
활은 자랑하면서 화살을 버리거나 혹은 반대와 같네.
正邪共篇難一括 (정사공편난일괄)
바름과 삿됨의 한편은 일괄하기 어려우니
誇矛貶盾以如賣 (과무폄순이여매)
창을 자랑하고 방패를 폄하며 파는 것과 같네.
括囊雜體在銓別 (괄낭잡체재전별)
잡다한 문체를 한데 묶음은 저울질하여 분별함에 있고
宮商朱紫隨勢配 (궁상주자수세배)
궁상의 음률과 주자의 색채는 기세를 따라 배합하네.
章表奏議準典雅 (장표주의준전아)
장·표·주·의는 전아함을 표준으로 삼고
賦頌歌詩儀清麗 (부송가시의청려)
부·송·가·시는 청려함을 본보기로 삼고
符檄書移楷明斷 (부격서이해명단)
부·격·서·이는 명확하고 단호함을 모범 삼고
史論序注範覈制 (사론서주범핵제)
사·론·서·주는 핵심과 절제를 규범 삼고
箴銘碑誄尙弘深 (잠명비뢰상홍심)
잠·명·비·뢰는 넓고 깊음을 숭상하고
連珠七辭從巧語 (연주칠사종교어)
연주와 칠사는 교묘한 말을 따른다네.
契會如星文互雜 (계회여성문호잡)
계의 모임 하는 별처럼 문장 서로 뒤섞여도
五色成錦依本采 (오색성금의본채)
오색이 비단을 이룸은 바탕색에 의지함이네.
近代辭人好詭巧 (근대사인호궤교)
근대의 문인은 기괴함과 교묘함을 좋아하니
原其為體訛勢乖 (원기위체와세괴)
근원은 그 체라지만 그릇되고 기세는 어그러졌네.
察其訛意無他術 (찰기와의무타술)
그릇된 뜻을 살피니 다른 수단이 있는 게 아니라
厭黷舊式穿鑿取 (염독구식천착취)
옛 법식을 싫어하고 업신여기며 천착하여 취함이네.
效奇之법倒文句 (효기지법도문구)
기이함을 흉내 낸 법은 문구를 도치시키고
上字抑下中出外 (상자억하중출외)
위의 글자는 아래를 누르고 중간 글자는 밖으로 끄집어내네.
故文反正貶缺乏 (고문반정폄결핍)
그러므로 글에서 바름을 뒤집어 모자람이라 폄훼하고
回互不常新色耳 (회호불상신색이)
이리저리 섞어 일정함이 없는 새로운 색깔일 뿐이네.
通衢夷坦豈尋徑 (통구이탄기심경)
사방으로 통한 큰길이 평탄하거늘 어찌 샛길을 찾는가!
단搆巧妙誇新奇 (단구교묘과신기)
다만 교묘함을 얽어내어 신기함을 과시하네.
正文明白豈反言 (정문명백기반언)
바른 글은 명백하거늘 어찌 말을 뒤집는가!
世俗迎合亂文理 (세속영합란문리)
세속에 영합하여 문장의 이치를 어지럽히네.
密會以意新得巧 (밀회이의신득교)
세밀하게 영회하면 뜻이 새롭고 공교함을 얻지만
苟異以失體成怪 (구이이실체성괴)
억지의 기이함은 체를 잃고 괴이하게 이루어진다네.
新學逐奇而失正 (신학축기이실정)
신학 한답시고 기이함만 쫓다가 바름을 잃지만
舊練執正而馭奇 (구련집정이어기)
숙련자는 바름을 굳게 잡고 기이함을 부린다네.
勢流不反體遂獘 (세류불반체수폐)
세태의 흐름 돌이키지 못해 본체가 마침내 해졌는데도
豈欲秉正無思耶 (기욕병정무사야)
어찌 바름을 잡으려는 그리움 없는가!
* 거(居)운: 거, 게, 계, 녀(려, 례), 개, 괘, 쾌, 내(래), 대, 몌, 매, 서, 세, 새, 쇄, 어, 여, 예, 왜, 저, 제, 재, 처, 체, 채, 터, 태, 폐, 패, 허, 혜, 훼, 해
* 기(基)운: 기, 괴, 귀, 니(리), 미, 비, 시, 씨, 이, 외, 의, 지, 치, 취, 피, 희, 회, 휘
* 정세(定勢)란 문장의 '세(勢)'를 결정하는 것으로 각 양식의 성격에 따라 자생하는 '리듬'이나 '어조'를 의미한다. 문학 창작에서 작가는 문체마다 정해진 이러한 어조를 마음으로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장(章)·주(奏)·표(表)·의(議)는 전아(典雅)한 어조를 바탕으로 하고, 부(賦)·송(頌)·가(歌)·시(詩)는 청려(淸麗)한 세를 지켜야 하듯이, 양식에 부합하는 세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정세의 핵심이다. 마지막 야(耶)는 기(基)운에 어긋나지만 〈정세(定勢〉뿐만 아니라 《문심조룡(文心雕龍)》 전 편을 관통하는 핵심어이므로 바꾸지 않는다.
⇓ Gemini 3 Flash: 문장의 체제(體)를 세워 기세(勢)를 결정하다
1. 문장 체제(體)와 자연 형세(勢)의 상관관계
인간의 정취(情趣)는 사람마다 영역이 달라 창작의 변화 또한 그 방법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감정에 바탕을 두고 문학의 체제(體制)를 올바르게 세우면, 그 체제는 반드시 문장의 세(勢)를 형성하게 된다. 세(勢)란 자신에게 유리한 형세를 타서 사물을 제어하는 힘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석궁의 기틀(機)이 발동하여 화살(矢)이 곧게 나아가고 골짜기의 여울물(湍)이 세차게 회전하는 것은 자연 추세(趨勢)다. 원형(圓)은 컴퍼스(規)로 본뜬 체제이기에 저절로 구르고, 사각형(方)은 곡척(矩)으로 본뜬 형태이기에 자연스럽게 안정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문학 창작에서도 《시경(詩經)》의 체제를 모범으로 삼아 창작의 표준을 정하면 절로 전아(典雅)함의 아름다움에 들어맞게 되고, 〈이소(離騷)〉의 체제를 모방한 작품은 반드시 현란하고 빼어난 염려(艶麗)함이 모여들게 된다. 총괄된 내용이 얕고 절박하면 함축성이 부족해지고, 배치가 간략하면 표현의 풍부함에 맞지 않게 된다. 세찬 물에 잔물결(漪)이 생기지 않고 마른나무(槁木)에 그늘이 없음은 세가 그러하기 때문이며, 작가는 진정(盡情)으로써 문장의 천태(千態)를 서술해야 한다.
2. 문학 양식에 따른 세의 분별과 고수의 통찰
그림을 그릴 때 색깔(染色)의 사용에 궁리하듯이 문학 창작은 정취의 발휘에 힘써야 한다. 오색이 섞여 개와 말의 형상이 구분되듯, 정취가 교차하면서 아정(雅)함과 비속(俗)함의 세가 달라진다. 문장 수련에 뛰어난 고수(舊練)는 여러 가지 세를 모두 총괄(摠)하여 기이함(奇)과 아정함(正)이 상반되더라도 이를 아울러 능통함을 갖춘다. 만약 전아(典)함만 좋아하고 화려(華)함을 미워한다면 이는 한쪽으로 치우친 편견(偏見)이다. 이는 활(弓)만 자랑하며 화살(矢)을 버리거나, 창(矛)만 칭찬하며 방패(盾)를 폄하는 모순(矛盾)과 같다.
문장의 각 체제는 고유한 세를 지닌다. 장(章)·표(表)·주(奏)·의(議)는 전아(典雅)함을 표준으로 삼고, 부(賦)·송(頌)·가(歌)·시(詩)는 청려(淸麗)함을 본보기로 삼는다. 부(符)·격(檄)·서(書)·이(移)는 명확하고 단호한 판단(明斷)을 모범 삼고, 사(史)·론(論)·서(序)·주(注)는 핵심을 찌르는 절제(覈制)를 규범 삼는다. 잠(箴)·명(銘)·비(碑)·뢰(誄)는 넓고 깊음(弘深)을 숭상하며, 연주(連珠)와 칠사(七辭)는 교묘하고 화려한 말(巧語)을 따른다. 비록 수많은 장식과 음률이 뒤섞이더라도 오색 비단이 본래의 바탕색(本采)에 의지하듯 본래의 세가 드러나야 한다.
3. 사무야(思無耶): 《시경》의 본질과 바름(正)에 대한 그리움
근대 이래의 작가들은 옛 법식을 경시(厭黷)하고 억지로 천착(穿鑿)하여 기괴하고 교묘함(詭巧)만을 숭상한다. 이들은 문구(文句)를 거꾸로 뒤집고 글자의 위치를 억지로 바꾸며, 상식에 어긋나는 표현으로 교묘함만을 과시한다. 평탄한 큰길(通衢夷坦)을 두고 굳이 험한 샛길(徑)을 찾는 것은 신기한 유행에 영합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숙련된 작가는 바름을 바탕으로 신기함을 부릴 줄 알지만, 세태의 흐름을 돌이키지 못하면 문장의 본질은 마침내 해지고 만다.
여기서 공자가 말한 '사무사(思無邪)'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흔히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고 번역되나, 《시경》에는 실로 음란하고 불온한 내용이 적지 않다. 제자들이 "사악한 내용이 많은데 왜 그렇게 좋아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공자의 답이 바로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 사무야'다. '지(之)'는 제자들이 지적한 사악한 내용들을 가리키며, '폐(蔽)'는 그 모든 것을 한마디로 덮어 총괄한다는 뜻이다. 이때의 '사(思)'는 간절한 '그리움'이며, '야(耶)'는 문장 끝에서 "어찌 ~가 아니겠는가!"라고 묻는 강한 반어의 감탄이다. 즉, "그 모든 불온조차 결국 인간 본연의 간절한 그리움(思)이 아니겠는가!"라는 선언이다.
오늘날 기교에 매몰되어 문체의 본질을 잃어버린 자들을 향해 던지는 "어찌 바름을 잡으려는 그리움조차 없는가(豈欲秉正無思耶)!"라는 일갈은 바로 이 ‘사무야’의 정신을 회복하라는 외침이다. 작가는 옛 모범과 현대의 기교를 동시에 장악하여, 문장의 근본을 붙드는 이 간절한 그리움을 회복해야만 한다는 것이 정세(定勢)의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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