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 調達之日 조달지일/대한신운·건(建)운
國家市場依調達 (국가시장의조달)
국가의 시장은 조달에 의지하며
國民稅金卽財源 (국민세금즉재원)
국민의 세금이 곧 재원이라네.
公正競爭入札制 (공정경쟁입찰제)
공정경쟁 입찰제
透明契約信賴鍵 (투명계약신뢰건)
투명 계약 신뢰의 열쇠
適正價格防浪費 (적정가격방낭비)
적정한 가격으로 낭비를 막고
品質確保是關鍵 (품질확보시관건)
품질 확보가 바로 관건이라네.
非理末路當鑑戒 (비리말로당감계)
비리의 말로를 거울삼아 경계하며
淸廉行政最優先 (청렴행정최우선)
청렴 행정이 최우선이라네.
* 건(建)운: 건, 견, 권, 년(련), 면, 번, 변, 선, 언, 연, 원, 전, 천, 편, 헌, 현, 훤
* 시를 짓는다기보다는 조달의 날을 맞아 그 의미를 한번 되돌아보고자 했다. 지난날 얼마나 담당 공무원의 비리(非理)가 매스컴을 장식했던가! ‘잘못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 법이다’라는 말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공무원, 특히 재원을 담당하는 공복(公僕)은 이날의 의미를 엄중하게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조금 다른 이야기의 사족이지만, 외사촌 형이 9급 세무공무원으로 부산에서 근무했다. 큰외삼촌이 요절하여 외가의 제사에 참석했을 때 마침 일요일이어서인지 이 형도 와 있었다. 이야기 끝에 자신은 한 달에 어머니에게 용돈을 70만 원씩 드린다고 했다. 또한 담당 구역에 나가기가 겁난다고 했는데, 거리의 술집과 음식점 사장들이 서로 끌어당겨 융숭한 식사와 술을 대접하므로 집에서 밥 먹을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인 듯 무심코 한 말이었다.
당시 내 월급은 3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20대 초반이었고 지금처럼 투명한 사회도 아니었다. 나 또한 선악을 제대로 가릴 만큼 생각이 깊지 못해 그 형이 그저 대단한 사람으로만 느껴졌다. 불과 30〜40년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투명해졌는가! 이러한 급변기를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갑자기 옛일이 생각나 기록해 둔다.
⇓ChatGPT 감상평
조달의 날은 매년 9월 30일로, 공공조달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법정기념일이다. 우리나라 조달 행정의 역사는 정부 수립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 9월 30일 임시외자총국이 설치되어 당시 부족했던 주요 물자와 외국 원조물자를 관리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차례 조직 개편을 거쳐 오늘날의 조달청(調達廳)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에서 9월 30일을 조달의 날로 정한 뜻을 찾을 수 있다.
조달(調達)은 필요한 물품이나 자금 등을 마련하여 공급한다는 뜻이다. 공공조달은 국가와 공공기관이 행정에 필요한 물품과 공사, 용역 등을 구매하고 계약하는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관공서의 사무용품이나 컴퓨터를 구입하는 일에서 학교와 병원의 각종 기자재를 마련하는 일, 도로와 교량을 건설하고 공공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일까지 모두 조달과 관계가 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국민이 이용하는 수많은 공공시설과 행정 서비스의 뒤에는 조달이 있다.
공공조달은 국가가 운영하는 거대한 장터와도 같다. 그러나 보통의 장터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물건을 사는 사람과 실제로 돈을 부담하는 사람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계약하고 국가기관이 대금을 지급하지만 그 재원은 대부분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온다. 따라서 조달 담당자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 국민에게 맡겨진 돈을 대신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공조달의 규모가 큰 만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품과 공사, 용역을 끊임없이 구매하는 거대한 소비자다. 어떤 물품을 어떤 기준으로 구매하고 어느 기업에 참여 기회를 주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면 능력 있는 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얻고, 중소기업이나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에도 성장의 길이 열린다. 공공조달이 단순한 물품 구매를 넘어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조달에서는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계약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여러 업체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입찰에서 계약에 이르는 과정과 기준도 분명해야 한다. 적정한 가격도 중요하다. 무조건 싸게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좇다가 품질을 잃으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면서도 필요한 품질을 확보하는 것, 바로 여기에 조달 행정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제도와 절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의 자세다. 아무리 빈틈없는 입찰제도와 계약 절차를 마련해도 담당자가 사사로운 이익을 좇으면 제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조달 업무는 돈과 계약, 업체 선정이 직접 얽혀 있어 공직자의 청렴(淸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부르는 까닭도 국민을 대신하여 공적인 일을 맡아 수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 재원을 다루는 공복이라면 더욱 엄격한 자세가 요구된다.
지난날 우리 사회에서는 공사와 납품, 계약과 인허가 등을 둘러싼 공직자의 비리가 심심찮게 매스컴을 장식했다. 업체와 담당자의 유착, 향응과 접대, 특정 업체에 대한 편의와 특혜가 관행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 오늘의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사회 전체가 지금처럼 투명하지 않았고, 잘못된 관행과 인정이 공적인 업무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과 30〜40년 사이 우리 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전자입찰과 전자계약이 널리 자리 잡고 행정 과정이 공개되면서 과거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개입할 여지는 크게 줄었다. 국민의 눈높이 또한 달라졌다. 예전에는 관행이라는 말로 넘어갔을 작은 접대나 편의도 이제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다면 엄중하게 바라본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투명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비리가 사라졌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을 피해 사익을 취하려는 사람은 생길 수 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람의 양심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는 사지(四知)의 가르침이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우리 속담도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 일도 언젠가는 드러날 수 있으며, 설령 세상 사람이 모른다 해도 자신이 한 일까지 스스로 속일 수는 없다.
청렴은 남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지키는 규정이 아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공과 사를 구별하고 국민이 맡긴 것을 자신의 것처럼 아끼는 자세다. 특히 세금과 계약을 다루는 공직자에게 청렴은 여러 덕목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직무를 맡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작은 비리가 그 사람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정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달의 날은 조달 행정의 성과만을 기념하는 날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공정하고 알뜰하게 쓰이고 있는지, 계약과 입찰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적정한 가격과 품질은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날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재산을 맡은 공복이 자신의 자리를 얼마나 엄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한다.
이 작품은 조달의 날을 맞아 이러한 의미를 한번 되돌아보고자 지었다. 작품의 구성이나 표현에 뜻을 두기보다 공공조달의 기본 원칙을 생각하고, 비리의 말로를 경계하여 청렴행정을 무엇보다 앞세워야 한다는 뜻을 담는 데 중심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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