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雙九 쌍구/대한신운·가(家)운
雙九發音同久久 (쌍구발음동구구)
두 아홉의 발음은 오래 오래와 같으니
襁褓至終願好事 (강보지종원호사)
요람에서 무덤까지 좋은 일을 바라네.
壽福康寧入四柱 (수복강녕입사주)
수복강녕이 사주에 들고
功名富貴成八字 (공명부귀성팔자)
공명부귀가 팔자를 이루네.
萬人苦痛難理解 (만인고통난이해)
만인의 고통은 이해하기 어렵고
一身過誤易轉嫁 (일신과오역전가)
자신 잘못은 남에게 전가하기 쉽네.
飛龍在天生傲慢 (비룡재천생오만)
비룡이 하늘에 있으면 오만이 생기며
物極必反招殃禍 (물극필반초앙화)
물극필반의 재앙을 초래한다네.
* 가(家)운: 가, 과, 나(라), 다, 마, 사, 아, 야, 와, 자, 좌, 차, 타, 파, 하, 화
* 음력 9월 9일의 중양절(重陽節)은 아니지만, 다른 작품을 구성하다 문득 월과 일이 겹치는 날짜를 시제로 삼아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 1일부터 12월 12일까지 겹치는 날짜를 하나씩 시제로 삼아 모두 구성해 볼 생각이다.
생애 동안 5천 수를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시제 발굴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한시 역사에서 제일 많은 작품을 남긴 사람은 조선 중기의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 1571~1637)로 확인된다. 그의 시문집 《동악집(東岳集)》에는 2,319개 제목 아래 모두 4,379수가 전한다. 가령 하나의 제목 아래 5수의 연작을 지었다면 한 수가 아니라 5수로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제목을 기준으로 하면 2,319수, 개별 작품을 기준으로 하면 4,379수이다.
이를 40여 년에 걸쳐 지었다고 하니 대략 3일에 한 수꼴로 엄청난 분량이며, 오늘날과 달리 오직 자신의 독서와 학문을 바탕으로 3일에 한 수를 꾸준히 지었다는 것은 참으로 뛰어난 능력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자료를 쉽게 검색하고 여러 방면으로 사유를 넓힐 수 있는 지금은 두 시간 이내에도 한 수를 지을 수 있으니, 당시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시대와 창작 환경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많은 작품을 꾸준히 남긴다는 데에는 나름의 기록 가치가 있을 것이다.
십수 년 동안 회원들의 작품을 수정하면서 손을 댄 작품까지 모두 합하면 이미 5천 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작품이라 할 수 없으므로 제외한다. 현재 작품 수는 2025년 4월 25일부터 티스토리 ‘대한신운의 블로그/한시(韓詩) 창작의 대중화’에 등재한 작품에 그 이전에 지은 약 500수를 더하여 계산하고 있다. 작품은 티스토리 블로그(note7840.tistory.com)에 차례로 보관하고 있다. 후일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기록해 둔다.
내용이야 미미하지만 우리나라 한시 역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다. 아울러 이를 통해 대한신운(大韓新韻)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누구라도 쉽게 익혀 쓸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평생교육의 장에서도 활용되기를 바란다.
⇓ChatGPT Pro 감상평(2026년 9월 13일)
양력 9월 9일이라는 날짜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음력 9월 9일의 중양절(重陽節)을 직접 읊지는 않았지만 九라는 숫자가 지닌 오랜 문화 의미가 작품의 바탕에 놓여 있다. 예부터 九는 양수(陽數)의 극으로 여겨졌으며 九(jiǔ)와 久(jiǔ)는 음이 같아 장구함과 장수를 나타내는 길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제목의 雙九는 전통 명절을 가리키는 重九와 거리를 두면서 양력 9월 9일에 나란히 놓인 두 九를 부각한다.
수련(首聯)의 雙九發音同久久/襁褓至終願好事는 제목의 의미를 곧바로 풀어낸다. 九(jiǔ)와 久(jiǔ)는 중국어에서 발음이 같고 한국 한자음으로도 모두 ‘구’이므로 雙九에서 久久(jiǔjiǔ)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久久(jiǔjiǔ)는 ‘오래오래’라는 뜻이다. 이처럼 뜻이 다른 글자의 같거나 비슷한 음을 이용하여 의미를 서로 연결하는 것을 해음(諧音)이라 한다. 중국 문화에서는 이러한 해음을 길상 표현에 널리 활용해 왔으며 九와 久의 관계 역시 오래됨과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첫 구는 九라는 숫자의 의미와 久라는 시간의 의미를 소리로 연결하여 좋은 일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인간의 소망을 드러낸다.
둘째 구 襁褓至終願好事는 그 소망의 범위를 한 사람의 일생으로 넓힌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自生至死나 從生至死처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襁褓至終은 삶의 시작과 끝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 襁褓는 갓난아이를 싸는 강보이므로 생명의 출발을 구체화하고 終은 무덤이라는 사물보다 한 인간의 생애가 끝나는 지점에 초점을 둔다. 이를 우리말의 익숙한 표현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옮기면 한평생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첫 구의 久久(jiǔjiǔ)가 둘째 구의 願好事로 이어지면서 수련 전체가 인간의 보편 소망을 담는다.
함련(頷聯)의 壽福康寧入四柱/功名富貴成八字는 앞에서 말한 ‘좋은 일’의 내용을 뒷받침한다. 壽는 장수 福은 복 康은 건강 寧은 평안을 뜻한다. 功은 공적과 성취 名은 명예 富는 물질의 풍요 貴는 귀함과 높은 지위를 뜻한다. 앞의 네 글자가 한 인간이 삶 자체에서 누리고 싶은 복을 보여준다면 뒤의 네 글자는 세상에서 이루고 누리고 싶은 성취를 보여준다. 함련은 대장이 특히 가지런하다. 壽·福·康·寧과 功·名·富·貴는 모두 한 글자씩 독립된 명사가 네 개씩 배열되어 있다. 이어서 入과 成은 동사로 대응하고 四柱와 八字는 명사로 대응한다. 四와 八이라는 숫자까지 서로 맞서므로 글자의 배열과 의미가 함께 호응한다. 대장이 단순히 비슷한 뜻의 말을 나란히 놓는 데 머물지 않고 인간이 바라는 삶의 조건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보여주는 기능까지 한다.
사주(四柱)는 태어난 연(年)·월(月)·일(日)·시(時)를 각각 하나의 기둥으로 본 연주(年柱)·월주(月柱)·일주(日柱)·시주(時柱)의 네 기둥이다. 각 기둥은 천간(天干) 한 글자와 지지(地支) 한 글자로 이루어지므로 네 기둥을 모두 합하면 여덟 글자가 된다. 이것이 팔자(八字)이다. 따라서 사주와 팔자는 본래 서로 다른 두 운명이 아니라 같은 출생 정보를 ‘네 기둥’과 ‘여덟 글자’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타낸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팔자가 좋다’ ‘타고난 팔자’처럼 팔자가 한 사람의 운명이나 운수를 가리키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그런 점에서 사주팔자라는 익숙한 한자어를 한 구씩 나누어 배치한 점도 흥미롭다. 수복강녕이 사주에 들고 공명부귀가 팔자를 이룬다는 표현을 통해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바라게 되는 온갖 좋은 조건을 압축한다. 四柱와 八字가 본래 하나의 개념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두 구의 결합은 더욱 긴밀해진다.
경련(頸聯)의 萬人苦痛難理解/一身過誤易轉嫁에서는 시상이 크게 전환된다. 수복강녕과 공명부귀는 누구나 바랄 만한 좋은 일이지만 그러한 조건을 두루 갖추면 도리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자신 잘못을 재물이나 권력을 이용해 타인에게 전가하기도 쉽다. 경련은 대장이 가장 선명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萬人/一身 苦痛/過誤 難/易 理解/轉嫁가 차례로 맞선다. 특히 萬人/一身의 대응이 눈에 띈다. 단순히 ‘타인’과 ‘자신’을 대비했다면 의미만 대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萬人에 一身이 놓이면서 萬과 一이라는 숫자로 수많은 사람의 고통과 자기 한 몸의 잘못이라는 극단의 수량 대비가 생긴다. 難/易 역시 경련의 의미를 강화한다.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일은 難하고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일은 ‘易’하다는 것이다. 理解/轉嫁도 각각 ‘받아들여 헤아리는 행위’와 ‘밖으로 떠넘기는 행위’라는 점에서 방향이 서로 반대다. 따라서 이 경련은 명사와 동사의 품사를 맞춘 데 그치지 않고 萬/一 難/易라는 반대(反對)로 인간의 이기심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반대는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와 같아서 좋은 대장으로 평가받는다.
미련(尾聯)의 飛龍在天生傲慢/物極必反招殃禍는 경련에서 드러난 인간의 약점을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의 문제로 확장하면서 마무리한다. 飛龍在天은 《주역(周易)》 건괘(乾卦) 구오(九五)의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에서 나온 말이다. 구오(九五)는 용이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능력을 크게 펼쳐 높은 자리에 이른 상태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건괘의 전개는 飛龍在天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오를 지나 상구(上九)에 이르면 항룡유회(亢龍有悔)가 나온다. 너무 높이 오른 용에게는 후회가 있다는 뜻이다. 상승과 성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극점에 이른 뒤에도 계속 높아지려 하면 오히려 화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이러한 흐름은 마지막 구의 物極必反招殃禍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物極必反은 사물이 극에 이르면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다는 뜻이다. 작품에서는 《주역》의 飛龍在天을 직접 끌어오고 그 뒤에 物極必反을 놓음으로써 높은 자리에 있을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경계를 만든다. 특히 飛龍在天招殃禍는 높은 지위 자체를 비판하는 말로 읽기보다 높은 지위와 성공이 인간에게 오만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계하는 구절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는 잘될수록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삶의 태도와도 통한다.
〈雙九〉는 9월 9일이라는 평범한 날짜에서 시작하여 九(jiǔ)와 久(jiǔ)의 해음 인간이 바라는 수복강녕과 공명부귀 타인의 고통과 자신의 과오 높은 지위와 오만의 문제를 차례로 연결한다. 특히 함련과 경련에서 대장을 의미 전개의 수단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처음의 久久(jiǔjiǔ)가 오래도록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라면 마지막의 物極必反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끝없이 계속된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계이다. 시작의 길상과 끝의 경계가 서로 맞물리면서 한 편의 뜻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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