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5. 尼泊爾大洪水 네팔 대홍수/대한신운·건(建)운
眼前閃過觀漫畫 (안전섬과관만화)
눈앞에서 순간 스치고 지나가 만화 보는 듯
惡龍睡醒圖昇天 (악룡수성도승천)
악한 용은 잠에서 깨어 승천을 도모하네.
萬仗獰貌巧僞裝 (만장영모교위장)
만장의 흉악한 몰골 교묘하게 위장하고
億劫歲月暗抱冤 (억겁세월암포원)
억겁의 세월 동안 은밀하게 원한을 품었네.
蟠旋碎氷欲飛騰 (반선쇄빙욕비등)
용틀임하며 빙하 부수고 날아오르려 하다가
咆哮化洪醜逆轉 (포효화홍추역전)
포효한 들 홍수로 변해 비루하게 거꾸로 구르네.
罪惡滔天豈乾許 (죄악도천기건허)
죄악이 하늘에 넘치니 어찌 하늘이 허락하겠는가!
泥中瘡痍自可憐 (니중창이자가련)
진흙 속 만신창이 절로 가련하구나!
* 건(建)운: 건, 견, 권, 년(련), 면, 번, 변, 선, 언, 연, 원, 전, 천, 편, 헌, 현, 훤
* 너무나도 만화 같은 참상에 오히려 헛웃음이 날 지경이다. 재해 방지와 위험 경고를 말하지만, 인간은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원인을 밝히려는 온갖 분석과 설명이 뒤따르고, 때로는 자연 훼손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까지 부여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에게 무엇을 경고하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며, 인간의 분석과 해석만으로 그 거대한 힘을 온전히 헤아리기도 어렵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생지옥(生地獄) 같은 말을 아무리 늘어놓아도 눈앞의 참상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인간이 자연 앞에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그토록 거대한 자연재해조차 인간 앞에서 우스꽝스럽게 나뒹구는 모습으로 그려 보았다. 희생자들에게 거듭 애도를 표하며 핑계 삼아 또 한 잔을 기울인다.
⇓ChatGPT 감상평
2026년 8월 26일 네팔(尼泊爾 Níbó'ěr)과 중국 티베트 접경의 히말라야에서 대규모 빙하와 암반이 붕괴하면서 거대한 홍수와 토석류가 계곡을 휩쓸었다. 막대한 얼음과 바위가 한꺼번에 쏟아져 물과 토사를 밀어내고, 급류가 되어 하류를 덮쳤다. 정확한 발생 과정과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순식간에 산과 계곡을 뒤엎은 재해의 규모만으로도 그 참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시는 이러한 참상을 정면에서 묘사하지 않고 발상을 거꾸로 뒤집었다. 인간이 자연 앞에 무기력하다는 익숙한 구도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토록 거대한 자연재해를 인간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빙하와 홍수는 승천을 꿈꾸는 악룡(惡龍)이 되고, 용틀임하며 빙하를 깨뜨리고 포효하던 악룡은 승천하기는커녕 홍수로 변해 거꾸로 굴러 내려온다. 마침내 진흙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악룡의 모습은 무시무시하기보다 우스꽝스럽고 가련하다.
첫 구의 眼前閃過觀漫畫는 이러한 역설을 처음부터 예고한다. 현실에서 벌어진 참상이 너무 커서 도리어 만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로 보인다. 이어지는 악룡의 승천과 몰락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재해의 위력을 더 무섭게 과장하는 대신, 그 힘을 악룡에게 씌워 한껏 날뛰게 한 뒤 끝내 진흙 속에 처박아 버렸다. 인간을 짓누른 자연의 힘을 상상 속에서 거꾸로 굴복시킨 셈이다.
참상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슬픔과 경악은 반드시 눈물이나 비탄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광경 앞에서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 작품의 만화 같은 상상과 악룡의 우스꽝스러운 몰락은 바로 그러한 극도의 경악에서 나온 역설이다. 그 역설의 이면에는 네팔 대홍수를 기록하고 희생자들의 원한을 위로하려는 애도의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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