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1. 韓山素麯酒 한산소곡주/대한신운·구(九)운
天下名酒晩知嘆 (천하명주만지탄)
천하 명주 늦게 알았음을 한탄하노니
舒川韓山素麯酒 (서천한산소곡주)
바로 서천 한산소곡주라네.
初味太柔連三杯 (초미태유련삼배)
첫맛 너무 부드러워 연이어 석 잔
餘韻久留願九盂 (여운구류원구우)
여운은 오래 남아 아홉 사발을 원하네.
人事不省如泥醉 (인사불성여니취)
인사불성 곤드레만드레 취해도
宿醉全無疑酒否 (숙취전무의주부)
숙취는 전혀 없어 술인가 의심스럽네.
百害無益戒過飮 (백해무익계과음)
백해무익이라 과음을 경계하지만
此酒愈飮反延壽 (차주유음반연수)
이 술은 마실수록 도리어 수명을 연장하네.
* 구(九)운: 구, 규, 누(루), 뉴(류), 두, 무, 부, 수, 우, 유, 주, 추, 투, 후, 휴
* 지인에게 한산소곡주를 선물 받았다. 이전부터 어렴풋이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세계의 명주를 섭렵하고 안동소주도 선물 받아 마셔 보았지만 40년 주당 인생에 한산소곡주는 처음이다. 원래 전통주는 몇 번 마셔 보고 그다지 당기지 않아 관심이 없었는데, 한산소곡주는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한 병을 단숨에 다 마셨는데도 다음 날 숙취가 없었다. 두말하면 잔소리, 좋은 술이다. 맥주보다 더 많이 팔렸으면 하고 바라는 심정에서 구성했다.
⇓ChatGPT Pro 감상평(2026년 10월 6일)
술이 사람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까? 충남 서천 한산에 가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술이 있다. 한산소곡주(韓山素麯酒)다. 한 번 맛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마저 잊는다고 하여 흔히 ‘앉은뱅이 술’이라 불린다. 이름부터 재미있지만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옛날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길을 떠났다고 한다. 출세를 꿈꾸며 걸음을 재촉하던 선비가 한산을 지나다가 소곡주를 맛보았다. 처음에는 한두 잔만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술맛이 너무 부드럽고 그윽했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었다. 마침내 선비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과거 날짜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술에 빠져 버렸으니, 벼슬길보다 한산의 술 한 잔이 더 좋았던 셈이다.
도둑 이야기도 전한다.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갔다가 그 집에 있던 소곡주를 발견했다. 훔칠 물건은 뒤로하고 술부터 맛보았다. 한 잔 마시고 보니 또 한 잔이 당기고, 마실수록 술맛에 빠졌다. 결국 도둑질하러 왔다는 사실마저 잊고 술독 곁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선비에게는 과거를 잊게 하고 도둑에게는 도둑질을 잊게 했으니 이쯤 되면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하는 까닭은 그만큼 한산소곡주의 맛이 사람을 끌어당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입안에 닿는 첫맛이 매우 부드러워 한 잔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다음 잔으로 손이 간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다 보면 어느새 술맛에 빠져든다. 전통주치고는 의외라 할 만큼 알코올 도수 16%인데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 한 잔이면 그칠 것 같던 손이 다시 잔으로 가게 된다.
좋은 술은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마신 뒤에 남는 향과 맛이 오히려 술의 품격을 말해 준다. 한산소곡주를 두고 오래도록 여운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혀끝에서 시작한 맛이 입안에 머물고, 술자리가 끝난 뒤에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래서 사람은 이미 마신 술보다 마시지 못한 다음 잔을 아쉬워한다.
‘앉은뱅이 술’이라는 이름에는 이러한 술맛을 과장하여 즐기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도 담겨 있다. 사람이 진흙처럼 곤드레만드레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가도 다음 날 아무렇지 않다면 ‘어젯밤 마신 것이 정말 술이었나?’ 하고 능청스럽게 묻고 싶어진다. 석 잔에서 아홉 사발로 커진 과장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상에서는 술의 과음을 백해무익이라 하여 경계하는데, 이 술만은 마실수록 오히려 수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뒤집어 말한다. 물론 실제로 술을 많이 마시면 장수한다는 뜻일 리 없다. 앞에서 선비가 과거를 잊고 도둑이 도둑질을 잊었다는 이야기처럼, 좋은 술을 극진히 칭찬하기 위해 상식을 거꾸로 세워 본 해학이다.
화자 역시 한산소곡주를 처음 맛보고 그 부드러운 첫맛과 오래 남는 여운에 흠뻑 취했다. 천하에 이런 술이 있었는데 이제야 알았다는 아쉬움이 컸기에 석 잔을 넘어 아홉 사발을 원하고, 마실수록 수명이 늘어난다는 데까지 말이 나아갔다. 그렇기에 마지막의 해학은 웃음으로 읽어야 한다. 과거를 잊은 선비도, 도둑질을 잊은 도둑도, 아홉 사발을 원하는 마음도, 마실수록 장수한다는 말도 모두 한산소곡주의 맛을 높이기 위한 익살스러운 찬사다. 천하의 명주를 뒤늦게 만난 기쁨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지나치면 몸을 해치는 법이다. 화자가 처음 맛본 한산소곡주의 매력에 취해 ‘마실수록 수명을 늘린다’라고 해학으로 맺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명주를 향한 문학 표현의 과장이다. 좋은 술일수록 그 맛과 향을 오래 즐기려면 절제가 필요하다. 한산소곡주가 아무리 천하의 명주라 해도, 과음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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