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泊秦淮 박진회 진회에 정박하여 두목(杜牧)
煙籠寒水月籠沙 안개는 찬 물을 감싸고 달빛은 모래를 감싼
연롱한수월롱사
夜泊秦淮近酒家 밤에 진회에 정박하니 술집 가깝네.
야박진회근주가
商女不知亡國恨 술 파는 여인은 망국의 한을 알지 못하니
상녀부지망국한
隔江猶唱後庭花 강 하나 간격인데 오히려 〈후정화〉를 부르네.
격강유창후정화
* 두목(杜牧, 803~852): 만당(晩唐) 시인
* 303. 적거(謫居) 번역하는 과정에서 검색되어 풀이해 둔다.
* 隔이 핵심어이다. 강너머, 강 건너가 아니라 강 하나를 사이에 둔 현실 인식의 강렬한 대비이다.
* 〈후정화(後庭花)〉: 곡명 《옥수후정화(玉树后庭花)》의 약칭. 남조 진(陳)의 황제 진숙보(陳叔寶, 즉 진후주)는 음주와 여색에 빠져 있었으며, 이 곡을 지어 후궁의 미인들과 더불어 향락을 즐겼다. 결국 국가는 멸망에 이르렀고, 이 곡은 후세에 망국의 소리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 玉樹後庭花 옥수 후정화 진숙보(陳叔寶)
麗宇芳林對高閣 화려한 집 향기로운 숲이 높은 누각을 마주하고
新妝艷質本傾城 새로운 화장에 농염한 근본은 성을 기울일 만하네.
映戶凝嬌乍不進 문에 비친 교태를 응시하며 순간 들어가지 못하는데
出帷含態笑相迎 휘장을 나온 자태 품으며 웃음으로 서로 맞이하네.
妖姬臉似花含露 요염한 미희의 뺨은 꽃이 이슬 머금은 듯하니
玉樹流光照後庭 옥 나무에 떠도는 광채가 뒤 정원을 비추네.
육조(六朝) 시기 고도(古都)였던 금릉(金陵, 지금의 난징)은 진회(秦淮)강이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며 양쯔강으로 이어진다. 강가 양쪽에는 술집이 즐비했으며, 예로부터 귀족과 권세가들이 향락을 즐기던 장소였다. 당나라 시기의 수도는 금릉이 아니었지만, 진회의 풍경은 여전히 사치와 퇴폐의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
두목은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사회 곳곳이 병들어가던 만당(晩唐)의 상황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지배층의 부패와 무능, 번진(藩鎭) 세력의 군벌화, 빈번한 변방의 전란을 목격하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통렬히 느꼈다. 이러한 시국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식은 그의 많은 작품에 담겨 있으며, 〈박진회(泊秦淮)〉 역시 이러한 사상적 기반 위에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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