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雙二 쌍이/대한신운·거(居)운
水中鴛鴦何多情 (수중원앙하다정)
물 속의 원앙은 어찌 그리 다정한가!
乙形騈儷頻接喙 (을형변려빈접훼)
乙 형상으로 나란한 짝은 자주 부리를 맞대네.
琴瑟好音起波紋 (금슬호음기파문)
금슬의 좋은 음이 파문을 일으키더니
雲雨亂影潤陽臺 (운우난영윤양대)
구름 비 어지러운 그림자가 양대를 적시네.
晝夜不離養六雛 (주야불리양육추)
주야로 떨어지지 않고 여섯 새끼를 기르고
春秋相飛如一體 (춘추상비여일체)
춘추로 함께 날아 한 몸과 같네.
怡怡囍囍熙熙日 (이이희희희희일)
희희낙락의 날
池水枯竭豈枯愛 (지수고갈기고애)
연못 물 고갈된들 어찌 사랑 마르리!
* 거(居)운: 거, 게, 계, 녀(려, 례), 개, 괘, 쾌, 내(래), 대, 몌, 매, 서, 세, 새, 쇄, 어, 여, 예, 왜, 저, 제, 재, 처, 체, 채, 터, 태, 폐, 패, 허, 혜, 훼, 해
* 二 역시 다양한 뜻을 내포하지만, 숫자 2의 형상에서 원앙을 연상하여 진정한 백년해로의 부부상을 그려 보았다. 불화하거나 한쪽이 병든 채 오래 함께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건강하게 함께 늙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백년해로일 것이다. 뜻하지 않게 대한신운의 지향도 그런대로 잘 드러난 것 같다.
⇓ChatGPT Pro 감상평
숫자 이(二)는 가장 단순한 수 가운데 하나지만 인간의 삶에서는 다양한 뜻을 지닌다. 하나가 둘이 되면 짝이 생기고 관계가 시작된다. 그래서 예부터 둘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 말이 많다. 호사성쌍(好事成雙)은 좋은 일이 쌍으로 찾아온다는 뜻이고, 쌍희임문(雙喜臨門)은 두 가지 기쁜 일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사를 말한다. 쌍전쌍미(雙全雙美)는 양쪽이 모두 온전하고 아름다움을 뜻하며, 양전기미(兩全其美)는 두 가지 일을 모두 온전히 이루어 각각의 좋은 점을 살린다는 뜻이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은 한 번의 행동으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말한다. 한 몸에 두 날개가 있어야 제대로 날 수 있듯 비익쌍비(比翼雙飛)는 남녀가 서로 짝하여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쌍숙쌍비(雙宿雙飛) 역시 함께 머물고 함께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남녀의 깊은 사랑을 나타낸다.
그러나 둘이 언제나 화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심(二心)은 한마음이 되지 못하고 다른 마음을 품는 것이며, 이언(二言)은 앞뒤가 다른 말을 하거나 말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양면(兩面)은 한 대상이 서로 다른 두 얼굴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이중(二重)은 하나의 사물이나 행위에 두 겹의 성격이 있음을 나타낸다. 이자택일(二者擇一)처럼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도 생긴다. 하나가 둘이 됨으로써 짝과 화합이 생기는 동시에 분리와 대립도 시작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二)는 화합과 분열, 동행과 갈림이라는 상반된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다.
쌍이(雙二)는 이러한 이(二)의 여러 뜻 가운데 화합하는 둘을 택했다. 그러나 출발점부터 전통 한시와 다르다. 한자 이(二)의 모양에서는 원앙을 떠올리기 어렵지만, 현대 한국인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 2를 보면 굽은 목을 가진 새의 모습이 연상된다. 2·2가 나란히 놓이면 원앙 한 쌍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한자로 날짜를 쓰던 시대에는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시상이다. 현대 한국인의 문자 생활에서 얻은 발상을 한시로 옮겼다는 점에서 대한신운(大韓新韻)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수련(首聯)의 水中鴛鴦何多情/乙形騈儷頻接喙에서 첫 구의 하다정(何多情)은 어찌 그리 다정한가! 라는 감탄이다. 둘째 구의 을형(乙形)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한자 이(二)로는 아라비아 숫자 2의 굽은 형상을 나타낼 수 없기에, 그와 닮은 을(乙)을 끌어들여 원앙의 굽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변려(騈儷)도 단순히 나란하다는 뜻에 머물지 않는다. 변(騈)은 나란히 짝함을 뜻하고 려(儷)는 짝이나 배필, 부부를 가리킨다. 또한 변려(騈儷)는 문학에서 서로 짝을 맞추어 문장을 구성하는 변려체를 뜻하기도 한다. 원앙의 짝, 부부의 짝, 문장의 짝이 한 말 안에서 겹친다. 이어 빈접훼(頻接喙)라 하여 자주 부리를 맞대는 행동으로 다정함을 직접 보여준다.
함련(頷聯)의 琴瑟好音起波紋/雲雨亂影潤陽臺에서는 원앙의 모습이 인간 남녀의 사랑으로 옮겨간다. 금슬(琴瑟)은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어울려 좋은 소리를 내듯 부부가 화합함을 나타내는 익숙한 비유다. 그러나 여기서 파문(波紋)은 단순한 음파만을 뜻하지 않는다. 원앙 두 마리가 서로를 찾아 수면을 헤엄치며 일으키는 물결과 금슬의 좋은 음이 퍼져 나가는 파동을 겹쳐 놓았다. 실제 연못의 파문이 어느새 사랑의 선율로 바뀌는 셈이다.
대장(對仗) 구인 雲雨亂影潤陽臺에는 송옥(宋玉)의 〈고당부(高唐賦)〉를 암용(暗用) 했다. 고당의 신녀가 초왕(楚王)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고 한 데서 운우(雲雨)는 후대에 남녀의 정을 암시하는 말이 되었다. 이를 직접 설명하지 않고 구름과 비의 어지러운 그림자가 양대(陽臺)를 적신다고만 했다. 정(情)이나 애(愛)를 앞세우지 않고 자연의 모습을 그려 남녀의 정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금슬(琴瑟)과 운우(雲雨) 호음(好音)과 난영(亂影), 기(起)와 윤(潤) 파문(波紋)과 양대(陽臺)가 대응하며, 음(音)과 영(影)은 청각과 시각을 맞 세운다.
경련(頸聯)의 晝夜不離養六雛/春秋相飛如一體는 사랑을 생활로 옮긴다. 주야(晝夜)와 춘추(春秋)는 본래 시간 명사지만 여기서는 각각 주야로, 춘추로라는 시간 부사어 구실을 한다. 불리(不離)와 상비(相飛)도 서로 대응한다. 밤낮으로 떨어지지 않고 여섯 새끼를 기르는 모습은 사랑이 순간의 애정에 그치지 않고 가족을 돌보는 삶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어 춘추로 함께 날아 한 몸과 같다고 하여 이(二)가 마침내 일체(一體)를 이루는 모습을 그렸다. 육추(六雛)와 일체(一體)의 수사 대비도 눈에 띈다. 둘의 사랑에서 여러 생명이 태어나면서 부부는 더욱 한 몸처럼 함께한다.
미련(尾聯)의 怡怡囍囍熙熙日/池水枯竭豈枯愛에서는 전체의 진지함을 해학으로 풀어낸다. 이이(怡怡)는 화락하고 즐거운 모습이고, 희(囍)는 희(喜) 두 글자를 합친 쌍희자(雙喜字)로 혼인의 기쁨을 상징하며, 희희(熙熙) 역시 즐겁고 화락한 모습을 나타낸다. 남들이 지나치게 금슬이 좋다고 비웃든 말든 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익살까지 배어 있다.
여기에는 한국 한자음을 이용한 해음(諧音)도 숨어 있다. 이이(怡怡)의 중국어 병음은 yí yí, 희희(囍囍)는 xǐ xǐ, 희희(熙熙)는 xī xī로 서로 다르다. 그러나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면 이이 ‘희희’ ‘희희’가 된다. 특히 이이(怡怡)의 이이는 숫자 2·2를 읽는 소리와 정확히 겹친다. 작품의 시작에서는 2·2의 모양에서 원앙을 떠올렸는데, 끝에서는 다시 이이라는 소리로 숫자 2에 돌아온다. 형상에서 출발하여 소리로 되돌아오는 수미의 장치다.
결구 池水枯竭豈枯愛는 그 해학을 끝까지 이어간다. 연못물이 고갈되어 말라 버린들 사랑까지 어찌 마르겠느냐고 반문한다. 앞의 고갈(枯竭)은 물이 마르는 자연 현상이고, 뒤의 고애(枯愛)는 사랑이 메마른 것을 가리킨다. 같은 고(枯)를 되받아 물은 말라도 사랑은 마르지 않는다는 반대의 뜻을 만들어 냈다. 다소 과장된 사랑의 맹세이기에 오히려 미련의 익살과도 어울린다.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단순히 오랜 세월 같은 집에서 사는 것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불화한 채 오래 살거나 한쪽이 오랫동안 병들어 고통받는다면 장수만으로 아름다운 해로라 하기는 어렵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건강하게 함께 늙어가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그리고자 한 백년해로에 가깝다.
쌍이(雙二)는 원앙과 금슬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취했지만, 표현 방법은 진부함에 머물지 않는다. 아라비아 숫자 2의 형상에서 원앙을 발견하고, 을형(乙形)으로 그 형상을 끌어들이며, 변려(騈儷)에서 짝과 부부와 대구를 겹쳐 놓았다. 금슬(琴瑟)에서는 부부의 화합을, 운우(雲雨)와 양대(陽臺)에서는 운우지정을 불러오고, 마지막에는 2·2=이이=이이(怡怡)라는 한국 한자음의 해음으로 처음의 숫자에 되돌아간다. 현대 한국인의 생활과 언어 감각을 담아 새로운 한시를 짓는 것, 바로 이 점이 대한신운(大韓新韻)의 명확한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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