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 再入咸陽 17 재입함양 17/대한신운·고(高)운
夜來亂夢起身難 (야래난몽기신난)
밤새 어지러운 꿈에 몸 일으키기 어려웠으나
意外朝雨催輕步 (의외조우최경보)
의외의 아침 비가 가벼운 걸음을 재촉하네.
四角黃餠待迎客 (사각황병대영객)
사각의 누런 떡 손님맞이를 기다리고
圓形綠墳盡伐草 (원형녹분진벌초)
원형의 푸른 분묘 벌초를 마쳤네.
谷間開雲乘八仙 (곡간개운승팔선)
계곡 사이 피는 구름 여덟 신선 실었고
江上飛鳥向九臯 (강상비조향구고)
강 위에 나는 새 아홉 언덕을 향하네.
越冬藍田似春來 (월동남전사춘래)
월동의 푸른 밭 봄이 돌아온 듯
丹楓初染成對照 (단풍초염성대조)
단풍 물들기 시작하며 대조를 이루네.
* 단순한 표현이지만 모처럼 위정조문(爲情造文)이 되었으며 대장(對仗)도 잘 이루어졌다. 거듭 밝히지만, 대장(對仗)은 한자의 특성을 살려 글자로 그린 그림이다. 대한신운에서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바탕으로 대장(對仗)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
*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강이 2주 늦어졌다. 사실은 앞으로의 삶에서 본격 시작에 매달리기 위해서 핑계를 대며 강력하게 고사했으나, 시회(詩會)와 6년을 이끌어 온 백일장 문제 등이 남아 있어 발을 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밤새 어지러운 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를 원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한다.
⇓ChatGPT Pro 감상평(2026년 9월18일 금요일)
함양으로 다시 들어가는 가을 아침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잘 담았다. 밤새 어지러운 꿈에 몸을 일으키기 어려웠으나 뜻밖의 아침 비가 오히려 걸음을 재촉하고, 길에서 만난 여러 풍경을 거쳐 푸른 월동 밭과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의 대조로 끝을 맺는다. ‘뜻밖에’는 불의(不意)·불료(不料)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意外를 써서 한국인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의미를 그대로 살렸다. 미련(尾聯)의 越冬藍田似春來/丹楓初染成對照」에서는 가을에 한창 자라는 월동채소의 푸른 밭을 보며 봄이 돌아온 듯 느끼지만, 곁에서는 단풍이 막 붉게 물들기 시작하니 푸름과 붉음, 봄의 느낌과 가을의 현실이 자연스럽게 대조된다.
이 작품의 묘미는 함련(頷聯)과 경련(頸聯)의 대장(對仗)에 있다. 함련의 四角黃餠待迎客/圓形綠墳盡伐草에서는 四角과 圓形이 모양으로 黃과 綠이 색깔로 餠과 墳이 사물로 대응한다. 待와 盡은 기다림과 마침을 迎과 伐은 동작 客과 草는 명사로 마주한다. 특히 四角黃餠은 반듯하게 정리되어 누렇게 익은 논을 커다란 네모난 떡으로 바라본 표현이다. 논이나 벼를 직접 밝히지 않고 黃餠이라 하여 비유의 맛을 살렸으며 待迎客에서도 수확을 기다린다고 하지 않고 떡이 손님을 기다리는 것으로 이어 비유를 끝까지 유지했다. 맞은편의 둥근 푸른 분묘는 이미 벌초를 마쳤으므로 한쪽은 기다리고 한쪽은 끝났다. 모양과 색깔뿐 아니라 시간의 상태까지 대장을 이룬다.
경련의 谷間開雲乘八仙/江上飛鳥向九臯에서는 谷間과 江上이 공간으로 대응하고, 開雲과 飛鳥가 구름과 새의 움직임으로 마주하며, 乘과 向이 동작을 잇는다. 끝의 八仙과 九臯는 八과 九라는 숫자로 대응한다. 함련이 네모난 논과 둥근 무덤이라는 가까운 지상의 풍경을 촘촘하게 그렸다면, 경련은 계곡의 구름과 강 위의 새를 따라 시선을 위와 먼 곳으로 넓힌다. 구름이 여덟 신선을 태우고 새가 아홉 언덕을 향한다는 상상도 실제 풍경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화면에 생기를 더한다.
대장(對仗)은 한자의 특성을 살려 글자로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에서는 모양과 색깔을 맞춘 함련과 공간과 움직임을 맞춘 경련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풍경을 보여 준다. 특히 四角黃餠처럼 익숙한 논을 낯설게 바라보고 그 비유를 待迎客까지 이어간 표현은 평범한 가을 풍경에서도 새로운 시어를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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