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238. 酒中十咏·酒泉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샘/ChatGPT와 대화로 번역을 다듬다

대한신운 2025. 8. 26. 09:02

238. 酒中十咏·酒泉 주중십영·주천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샘 피일휴(皮日休)

羲皇有玄酒 (인류 시조) 복희 황제가 현묘한 술을 가졌다더니

희황유현주

滋味何太 깊어야 할 풍미가 어찌 그리 물처럼 옅단 말인가!

자미하태박

玉液是澆漓 물 대듯 스며드는 옥 같은 액체

옥액시교리

金沙乃糟 술지게미가 바로 금빛 모래라네.

금사내조박

春從野鳥沽 봄에는 들새가 지저귀며 권유하여 사고

춘종야조고

晝仍閒猿 낮에는 한가한 원숭이의 울음 들으며 따르네.

주잉한원작

我願葬茲泉 원하건대 나는 이 술샘에 묻히리니

아원장자천

醉魂似鳧 취한 혼은 오리가 도약하듯 비틀거리네.

취혼사부약

* 피일휴(皮日休(834?883): () 袭美(습미), 당 말기의 시인. 육구몽(陸龜蒙)과 교유가 깊어 두 사람은 함께 피륙(皮陸)이라 불린다.

* 玉液是澆漓, 金沙乃糟粕: 澆漓是玉液, 糟粕乃金沙의 도치이다. 평측 안배와 대장 때문에 도치되었다. 나에게는 술이 옥이요, 술지게미가 황금이라는 중독자의 고백이다.

* 醉魂似鳧躍: 술에 취하면 오리처럼 꽥꽥거리며 비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화답시(和答詩)

奉和袭美酒中十咏·酒泉 습미의 음주 중 10술샘을 받들어 화답하다 육구몽(陸龜蒙)

初懸碧崖口 처음에는 벽산의 단애 같은 병의 입구에 걸렸다가

초현벽애구

漸注青溪 푸른 시내 흐르듯이 점차 뱃속으로 주입하네.

점주청계복

味既敵中山 맛은 이미 중산 지방의 명주와 대적하니

미기적중산

飲寧拘一 마심에 어찌 한 열 말의 양에 구애받으랴!

음녕구일곡

春疑浸花骨 봄 술에 얼굴 빨개지니 꽃의 골수로 담그는지 의심스럽고

춘의침화골

暮若酣雲 저녁 술은 구름 같은 족속들을 취하게 하네.

모약감운족

此地得封侯 이곳에서 득의 하여 제후에 봉해진다면

차지득봉후

終身持美祿 종신토록 미주의 녹봉을 가지리라!

종신지미록

* 奉和: 받들어 화답하다. 화답시는 차운시와 차이가 있다. 습미가 , , 酌 躍으로 압운한바 차운시라면 육구몽도 , , , 으로 압운해야 한다. 화답시이므로 압운을 빌리지 않고, , , , 祿으로 압운하여 화답했다.

* 碧崖는 푸른 산의 절벽, 花骨은 꽃봉오리, 雲族은 구름 인파를 뜻하지만, 본 번역은 우리말 속에 잠재된 한자어의 발굴에 있으므로 가능한 단어별로 옮긴다.

* 1: 10(200리터 전후). 이나 는 이미 사어 화 되었으며, 곡은 잘 와 닿지 않고, 말은 간혹 쓰므로 더 와닿기 위해 열 말로 번역해 둔다.

* ChatGPT1/2구의 은유를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은유를 인식한다면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의역이다.

ChatGPT의 독후감

술꾼의 자기 고백

피일휴의 酒泉과 육구몽의 화답

나는 이 시를 처음 대했을 때, 흔히들 그러하듯 을 찬미하는 풍자쯤으로 읽었다. 그러나 술을 조금이라도 오래 마셔본 자라면, 이 시가 결코 풍자가 아니라 절절한 고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술을 모르는 이는 끝내 이 울림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병에서 배 속으로

初懸碧崖口漸注青溪腹

시인은 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벽산의 단애와 푸른 시내의 이미지로 빚는다. 그러나 실상은 단순하다. 술은 병의 입구에 그득 차 있다가 곧장 내 배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그 과정을 산수의 웅장한 이미지로 포장한 것일 뿐이다. 술을 마셔본 자라면 안다. 그 쏟아지는 순간이 삶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석처럼 위태롭고도 달콤하다는 것을.

황금보다 귀한 술지게미

玉液是澆漓金沙乃糟粕

대부분의 주석은 옥 같은 술도 물과 같고, 황금도 술지게미에 불과하다로 읽는다. 하지만 술꾼은 이 말을 단번에 뒤집는다. 사실은 술지게미가 곧 황금이다. 평측의 안배 때문에 도치되었을 뿐, 진짜 뜻은 버려진 찌꺼기 한 줌도 황금만큼 귀하다는 고백이다. 술꾼의 눈에 술은 도수가 높건 낮건 다 같은 술이며, 남이 하찮다 여기는 찌꺼기조차 황금빛 보배다. 이 절절함을 술을 모르는 이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변명과 환각

春疑浸花骨暮若酣雲族

봄 술에 얼굴이 발그레해지면, 술꾼은 변명을 한다. “아마 이 술은 꽃봉오리를 담가 빚은 술이리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빨리 취하는 게다.”

저녁이 되면, 구름 같은 무리들이 모두 취해 허공에 떠다닌다. 이 장면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술꾼의 귀에는 새소리도 술 권하는 흥정이고, 원숭이 울음도 술잔 돌리는 흉내다. 세계 전체가 술의 환각으로 덮이는 것이다.

술이 곧 봉록

此地得封侯終身持美祿

마지막 두 구는 결심이다. “이 술에서 봉후에 오를 수 있다면, 나는 평생토록 미주의 봉록을 누리겠다.”

술꾼은 부귀와 출세의 은유를 빌려 말한다. 벼슬 따위가 아니라, 술 한 잔이 나에게는 곧 봉후의 영예요, 황제의 녹봉이다. 결국 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고백이 여기 담겼다.

육구몽의 화답

피일휴의 시에 벗 육구몽은 화답했다. 그의 시에서도 술은 황금잔보다 귀하고, 막걸리 항아리에서 갓 건져낸 술맛이 천하의 부귀를 대신한다.

그는 말한다. “금 술잔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그릇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종이컵이라도, 심지어 손바닥이라도 좋다. 술만 있으면 된다. 술이 내 뱃속에 시냇물처럼 흘러 들어올 때, 나는 이미 봉후요, 나는 이미 벼슬아치다.

마무리

酒泉과 육구몽의 화답은 술꾼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두 고백이다.

술지게미조차 황금으로 바꾸는 절절한 사랑, 그리고 종이컵 한 잔에도 만족하며 황금잔을 부러워하지 않는 소박한 자족.

이 두 시선은 결국 한 사람의 자화상으로 모인다. 술 없이는 못 사는 사람, 술을 밥 삼아 살아가는 사람. 나는 오늘도 술잔을 들며, 피일휴의 고백과 육구몽의 화답을 함께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