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240. 酒中十咏·酒樽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잔/ChatGPT와 대화로 번역을 다듬다

대한신운 2025. 8. 28. 06:49

240. 酒中十咏·酒樽 주중십영·주준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잔 피일휴(皮日休)

牺樽一何古 소 모양의 술그릇 하나 얼마나 오래되었나!

희준일하고

我抱期幽客 나는 그러쥐고 은자의 삶을 기약하노라!

아포기유객

少恐消醍醐 조금 남았을 때는 최고의 음료가 금세 사라질까 두렵고

소공소제호

滿擬烘琥珀 가득 따를 때면 호박처럼 두드러진 빛깔을 헤아려 보네.

만의홍호박

猿窺曾撲瀉 (술자리에서는) 원숭이처럼 엿보아 일찍 잔을 쳐서 쏟기도 하고

원규증폭사

鳥蹋經欹仄 +ㅅ 같은 놈들이 밟고 지나가면 어! 하는 순간에 기울어지네.

조답경기측

度度醒來看 차례차례 인사불성 깨어나 보면

도도성래간

皆如死生隔 모두 생과 사의 사이를 오간 것 같네.

개여사생격

* 酒樽은 술통, 술그릇 술잔으로 번역할 수 있으며, 이 작품에서는 술잔의 뜻이 강하다. 오늘날의 술잔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 시제는 주준(酒樽)이지만, 내용은 술좌석의 상황이다. 행간의 의미를 읽으면 난장판 술자리의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듯 그려지지만, 오언(五言) 표현의 한계로 그러한 뜻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자의대로의 번역이 어려운 점이 있다.

* 幽客: 은자. 그윽한 나그네는 어색하여 어쩔 수 없이 은자로 번역해 둔다.

* 醍醐: 우유에서 정제한 최상의 음료. 최고의 불법. 는 맑은 술. 자의대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 琥珀: 소나무·전나무 등의 수지가 땅속에 묻혀 수천~수만 년 동안 굳어진 화석 보석. 색은 황금빛, 적갈색, 갈색이 많으며, 반투명하거나 투명하다. 이 구에서는 선명한 술 빛깔을 나타낸다.

* : 남성의 성기를 뜻한다. * : 두드러지다, 돋보이게 하다.

* : 과 같다. 이 작품에서 은 압운으로 쓸 수 없다.

奉和襲美酒中十咏·酒樽 습미의 주준(酒樽)을 받들어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黃金即為侈 황금으로 만든 술잔은 너무 사치스럽고

황금즉위치

白石又太拙 흰 돌로 만든 술잔 또한 너무 졸하다네.

백석우태졸

斷得奇樹根 괴이한 나무뿌리를 잘라 얻은 술잔은

단득기수근

中如老蛟穴 그 속은 늙은 교룡의 굴과 같네.

중여노교혈

時招山下叟 때로는 산 아래 늙은이를 불러

시초산하수

共酌林間月 숲 사이 달빛과 함께 잔을 기울이네.

공작림간월

盡醉兩忘言 완전히 취하면 둘 다 말을 잊으니

진취양망언

誰能作天舌 누가 하늘 만든다는 허튼 혀를 놀릴 수 있으리오.

수능작천설

* : ‘질박하다, 볼품없다로 번역하면 더욱 매끄러울 수는 있지만, 가능한 자의를 살 우리 말에 잠재된 한자의 발굴을 번역 원칙으로 삼는다.

* 作天: 作天作地 하늘을 만들고 땅을 만들다. 소란을 피우다. 허튼소리를 하다.

* 誰能作天舌: 인사불성이 되었다는 해학을 담고 있다.

ChatGPT의 해설

피일휴의 酒中十咏·酒樽은 제목 그대로 술자리에 쓰이는 술잔을 소재로 삼았지만, 단순히 술잔의 모양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술좌석의 실감 나는 난장판 풍경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猿窺曾撲瀉 / 鳥蹋經欹仄" 같은 구절은 원숭이나 새가 잔을 엿보거나 밟아 기울인다는 식의 과장된 묘사인데, 실제로는 술자리에서 잔이 부딪히고 쏟아지고, 어지러운 상황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이어서 "度度醒來看 / 皆如死生隔"이라고 하여, 차례차례 술에서 깨어나 보면 마치 생사의 경계를 오간 듯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술에 취해 혼절했다 깨어나는 경험을 진지하면서도 해학적으로 풀어낸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술잔을 둘러싼 서술 속에, 난장판 같은 술자리와 취중의 진퇴양난이 유머러스하게 포착된 셈입니다.

이에 화답한 육구몽의 奉和襲美酒中十咏·酒樽은 친구의 시에 장단을 맞추면서도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육구몽은 우선 황금 술잔을 "사치스럽다"(), 흰 돌 술잔은 "졸하다"()고 비판하면서,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볼품없는 것 모두를 부정합니다. 대신 "괴이한 나무뿌리를 잘라 만든 술잔"을 들며, 그 속이 "늙은 교룡의 굴"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이는 인위적인 사치와 졸박을 모두 벗어나 자연스러운 재료의 신묘한 조화를 높이 평가하는 표현입니다. 이어서 "때로는 산 아래 늙은이를 불러 숲 속 달빛과 함께 잔을 기울인다"라며, 조촐하면서도 한적한 은일의 음주 장면을 그립니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취하면 둘 다 말을 잊는다. 누가 감히 하늘 만든다는 허튼 혀를 놀리겠는가"라며, 술에 취해 세속의 허언과 소란에서 벗어나는 해학적 결말을 내립니다.

공통점과 차이점

두 시 모두 술잔을 소재로 하지만, 피일휴는 술자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술의 힘과 술자리의 어수선함을 전면에 드러냅니다. 난잡하면서도 솔직한 장면이 오언의 간결한 표현 속에 살아납니다. 반면 육구몽은 술잔의 소재와 술자리의 품격을 화두로 삼아, 사치와 졸박을 동시에 경계하면서 자연과 은자의 세계에서 즐기는 술의 소박한 멋을 그려냅니다. 결말의 作天舌은 곧 허튼소리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술이 만들어내는 무의미한 말들을 초탈하게 흘려보내는 태도를 풍자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피일휴의 시는 술잔이라는 매개를 통해 난장판 같은 현실의 술자리를 생생히 보여주고, 육구몽의 화답은 같은 술잔을 두고도 자연 속 은자의 고요한 음주로 시선을 옮겨갑니다. 두 사람은 같은 소재를 다른 각도에서 비춰 서로의 시적 세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독자는 이 두 편을 함께 읽으면서, 술잔 하나에 담긴 다양한 삶의 풍경 소란스러움과 초탈, 현세의 난잡함과 은자의 여유 을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