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243. 酒中十咏·酒篘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 거름망/ChatGPT와 대화로 번역을 다듬다

대한신운 2025. 8. 31. 04:52

243. 酒中十咏·酒篘 주중십영·주추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 거름망 피일휴(皮日休)

翠篾初織來 푸른 대오리로 갓 엮은 거름망을 사니

취멱초직래

或如古魚器 어쩌면 옛날 어구가 이렇게 생겼을지도?

혹여고어기

新從山下買 새로 산 아래에서 사 와

신종산하매

靜向甔中試 살며시 술 항아리 속에서 거름을 시험하네.

정향담중시

輕可網金醅 가뿐하게 금빛 술을 걸러내고

경가망금배

疏能容玉蟻 성글어서 백옥 개미 같은 술거품을 받아내네.

소능용옥의

自此好成功 이로부터 스스로 곧잘 성공하니

자차호성공

無貽我罍恥 내가 술독 비게 하는 수치 끼칠 일은 없네.

무이아뢰치

* : 대나무로 만든 술 거르는 도구

* : 대나무를 쪼개 만든 얇고 가는 조각(대오리), 혹은 그것으로 엮은 기구.

* 罍恥: 병경뢰치(瓶罄罍恥) 준말. 술병에 술이 떨어지는 것은 술 단지의 수치라는 뜻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밀접하여 한쪽의 멸망이 다른 쪽의 수치가 됨을 이르는 말. 주당의 제일 중한 일이 무엇인지 해학으로 표현했다.

奉和襲美酒中十咏· 酒篘 陸龜蒙

山齋醞方熟 산속 서재에 술 바야흐로 익어가고

산재온방숙

野童編近成 시골 아이의 대오리 짜기도 거의 완성되었네.

야동편근성

持來歡伯內 가져오게 하여 술의 신인 환백에게 고수레로 헌납하고

지래환백납

坐使賢人清 (술상 차려) 앉히니 현인이라 불리는 탁주조차 맑네.

좌사현인청

不待盎中滿 (때로는) 술동이 속에서 만족한 숙성을 기다리지 못하고

불대앙중만

旋供花下傾 (침 삼키며) 선회하다 받들어 꽃 아래서 잔을 기울이네.

선공화하경

汪汪日可挹 그렁그렁 눈물 맺힐 정도로 매일 잡아당길 수 있으니

왕왕일가읍

未羨黃金籝 황금 담은 대광주리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네.

미선황금잉

* 歡伯: 은 맏이. 으뜸. 즐거움의 맏이. 즐거움의 으뜸. 술의 별칭. 술의 신.

* 이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賢人을 탁주로 비유했다.

* : (깊고) 넓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이 구에서의 汪汪은 술만 보면 눈물이 맺힐 정도로 반갑다는 뜻이다.

* 金籯: 황금을 저장하는 대나무 그릇. 한서(漢書위현전韋賢傳)의 아들에게 황금이 가득 든 잉()을 남겨 주는 것 보다 경서 한 권이 낫다(遺子黃金滿籯不如一經)라는 추로(邹鲁) 지방의 속담에서 비롯되었다.

ChatGPT의 해설

술 거름망을 노래한 두 시 피일휴와 육구몽

옛날 사람들은 막걸리를 걸러낼 때 술 추(酒篘, ) 라는 도구를 썼습니다. ()라는 글자는 대나무 죽()과 쓸 추()가 합쳐진 것으로, 곧 대나무로 엮은 술 거름망을 뜻하지요. 오늘날의 체와 비슷한데, 술을 부으면 맑은 술은 아래로 흘러내리고, 위에는 술거품이 남았습니다. 이 도구를 만드는 재료가 대오리(, ) 인데, 대나무를 얇게 쪼개 만든 조각입니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예전 농촌에서는 흔히 보던 풍경이었습니다.

📌 피일휴(皮日休)술 추(酒篘)

피일휴는 새 술망을 사 와 시험해 보는 순간을 그렸습니다. 대오리로 엮은 술망은 마치 옛날 고기를 잡던 그물처럼 보였습니다. 막 사 와 항아리에 걸어 보니, 황금빛 술이 가볍게 흘러내리고, 표면에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옵니다. 이 거품을 그는 옥 개미(玉蟻)”라 불렀습니다. 옥처럼 희고, 개미처럼 자잘하게 움직이며 퍼져 가는 모습이 꼭 흰 개미 떼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여 붙인 재치 있는 표현입니다. 술꾼들의 상상력이 빚어낸 별칭이지요.

마지막에는 이제는 술이 곧잘 잘 빚어져 술독이 비는 수치(罍恥, 뢰치)를 당하지 않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여기서 ()은 큰 술독, ()는 부끄러움이니, 술꾼에게 가장 큰 부끄러움은 술 떨어지는 일이라는 풍자입니다.

📌 육구몽(陸龜蒙)술 추(酒篘)

육구몽은 같은 술망을 소재로 삼되, 더 풍속적이고 인간적인 정취를 담았습니다. 산속 서재(山齋, 산재)에서는 술이 익어가고, 아이들은 대오리 술망을 엮습니다. 술이 완성되면 먼저 술의 신 환백(歡伯, 환백)에게 조금 흘려 보냅니다. ()은 기쁠 환, ()은 맏 백, 즐거움의 으뜸이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환백은 술의 별칭이자 술의 신으로 불렸습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조금 흘려 보내는 풍습, 곧 고수레가 여기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탁주를 현인(賢人)”이라 부릅니다. ()은 어질 현, ()은 사람 인, 즉 어진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이는 이백의 시에서 비롯된 농담으로, 맑은 술은 성인(聖人), 탁한 술은 현인(賢人)에 비겼습니다. 술꾼들만 알아듣는 재치 있는 언어유희입니다.

하지만 술꾼은 기다림에 약합니다. 술이 충분히 익어 맛이 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군침을 삼키며 덜 익은 술을 거름망에 부어 걸러 버립니다. 그리고 꽃 아래 자리에 앉아 곧장 잔을 기울입니다. 이 장면은 덜 삭은 막걸리도 못 참고 걸러 마시던 농촌 풍경을 생생히 전해 줍니다.

마지막에는 술꾼의 심정이 그대로 터져 나옵니다. 술만 보면 눈물이 그렁그렁(汪汪, 왕왕) 맺힐 만큼 반가워 날마다 퍼 올려 마시니, 황금이 가득 든 바구니(金籝, 금잉) 따위는 부럽지 않다는 것입니다. 汪汪은 본래 물이 깊고 넓은 모양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술꾼의 벅찬 감격을 표현합니다. 金籝한서에 나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로, 황금 가득 든 대바구니를 남겨 주는 것보다 경전 한 권이 낫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육구몽은 이를 뒤집어, “술이야말로 황금보다 귀하다는 술꾼의 철학을 드러낸 것이지요.

📌 오언 형식의 제약과 묘미

이 두 시는 모두 오언(五言) 형식입니다. 다섯 글자로 뜻을 담아내다 보니 문장이 도치되고 어순이 뒤틀려 오늘날 독자가 곧장 읽기엔 난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글자 수의 제한 때문에 겉으로는 술망을 샀다, 술을 걸렀다, 술을 마셨다정도의 평범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술망(酒篘), 대오리(), 술의 신 환백(歡伯, 즐거움의 으뜸), 탁주를 높여 부른 현인(賢人), 술독이 비는 수치(罍恥), 술꾼의 벅찬 감격(汪汪), 황금 바구니(金籝) 같은 낱말 속 뜻을 풀어내면, 그제야 술 문화와 술꾼의 해학이 생생히 살아납니다.

📌 맺음말

피일휴는 술망과 술거품 속에서 술꾼의 솜씨와 익살을, 육구몽은 술 앞에서 군침 삼키는 주당의 조급함과 황금보다 술을 귀하게 여기는 철학을 담아냈습니다. 원문만 읽으면 다소 건조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와 술 문화의 풍습을 덧대어 읽을 때 이 두 작품은 비로소 생동하는 술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