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248. 酒中十咏·酒旗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집 깃발/ChatGPT와 대화로 번역을 다듬다

대한신운 2025. 9. 3. 08:07

248. 酒中十咏·酒旗 주중십영酒旗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집 깃발 피일휴(皮日休)

青幟闊數尺 청색 기치 몇 자의 너비

청치활수척

懸於往來道 왕래하는 도로에 걸렸네.

현어왕래도

多為風所颺 자주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며

다위풍소양

時見酒名號 때로 술집 상호를 볼 수 있네.

시견주명호

拂拂野橋幽 스치고 스칠 때의 들판 다리 그윽하고

불불야교유

翻翻江市好 날 듯 날 듯 취하는 강변 시장 좋구나!

번번강시호

雙眸復何事 두 눈동자 다시 반짝이니 무슨 일인가!

쌍모부하사

終竟望君老 시종 필경 그대만 바라보며 늙어가리라!

종경망군로

奉和襲美酒中十咏· 酒旗 습미의 주기를 받들어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搖搖倚青岸 흔들흔들 푸른 언덕에 의지한 깃발에

요요의청안

遠蕩遊人思 유객의 마음은 멀리서부터 요동치네.

원탕유인사

風欹翠竹杠 바람은 푸른 대나무 장대를 기울게 하고

풍의취죽강

雨澹香醪字 비는 향기 나는 술이라는 글자를 맑히네.

우담향라우자

才來隔煙見 (때로) 겨우 안개에 가렸다 보여서 찾아오면

재래격연견

已覺臨江遲 벌써 강변 술집 도착의 늦음을 깨닫네.

이각임강지

大旆非不榮 큰 깃발이 (어찌) 영광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대패비불영

其如有王事 마치 왕이 (마시라고) 명령한 일과 같다네.

기여유왕사

* 遠蕩遊人思: 遊人思遠蕩의 도치이다. 평측 안배 때문에 도치되었다. 遊人은 여태까지 나그네라고 번역되었지만, 이 구에서는 나그네와 거리가 멀다. 그냥 놀며 술 마시는 사람인데 자의에 맞는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ChatGPT의 해설

옛날의 술집은 오늘날의 간판에 해당하는 (, 깃발)를 세워 술을 판다는 표지를 삼았습니다. 피일휴의 시는 바로 이 술집 깃발을 노래합니다. “청색 기치 몇 자의 너비라 했으니, 몇 자나 되는 넓은 깃발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그 깃발은 사람들이 오가는 큰길에 (, 걸다) 되어, 바람에 따라 (, 나부끼다) 이며 때때로 향기로운 술이라는 名號(명호, 상호 글자) 를 드러냅니다. 지나가는 이는 그 글자에 눈길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깃발이 들 다리 곁에서 拂拂(불불, 살랑살랑 스치며 흔들림) 흔들릴 때는 더욱 한적해 보이고, 강가의 시장에서는 翻翻(번번, 크게 펄럭이며 나부낌) 나부끼어 흥취를 더합니다. 그 순간 시인의 (, 눈동자) 는 또다시 반짝입니다. 그는 스스로 묻습니다. “두 눈동자 다시 무엇을 하는가?”(雙眸復何事) 술집 깃발만 보면 눈이 번쩍이고, 술집 앞에서 눈은 늘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이에 육구몽은 화답하여 같은 술집 깃발을 다른 시선에서 잡아냅니다. “흔들흔들(搖搖) 푸른 언덕에 의지한 깃발에, 유객의 생각은 멀리서부터 요동친다.” 여기 遊人(유인, 나그네가 아니라 술 마시러 노니는 사람) 의 생각은 본래 遊人思遠蕩”(유객의 생각이 멀리서 흔들림)이라 해야 하지만, 平仄(평측) 규칙을 맞추기 위해 遠蕩遊人思라 도치되어 있습니다.

바람은 푸른 대나무 장대를 (, 기울게) 하고, 비는 깃발의 香醪(향라우, 향기로운 술)’이라는 글자를 적셔 더욱 또렷하게 합니다. 시인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은 안개에 가려 술집이 안 보이니 손님이 덜 오리라, 마음껏 마실 수 있겠구나.” 그러나 막상 이르러보니(已覺臨江遲) 이미 손님으로 가득 차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기대와 현실이 엇갈리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두 구는 술꾼 특유의 해학입니다. “큰 술집 깃발이 영광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니(大旆非不榮), 이는 마치 왕의 일(王事)과도 같다.” 여기 非不(비불) 은 부정 부정으로 강한 긍정을 뜻합니다. 실로 영화롭다라는 말이지요. 술집 깃발을 임금의 깃발처럼 격상시켜, 자기 합리화의 변명을 늘어놓는 겁니다. 나는 술이 마시고 싶지 않았는데, 마치 왕이 마시라고 명한 것이니 억지로 마실 수밖에 없다는 핑계인 셈입니다.

피일휴는 술집 깃발에 반짝이는 눈동자로 해학을 담았습니다. 육구몽은 왕명이니 어쩔 수 없다는 해학적 변명으로 결구를 맺으며 주당의 천성과 변명을 웃음 속에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