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249. 酒中十咏·주로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 진열대/ChatGPT와 대화로 번역을 다듬다

대한신운 2025. 9. 4. 07:50

249. 酒中十咏·酒垆 주중 10주로 음주 중 10수를 노래하다술 진열대 피일휴(皮日休)

紅垆高幾尺 붉은 흙으로 만든 진열대 얼마의 높이인가!

홍로고기척

頗稱幽人意 정취는 자못 은자의 뜻이라 칭할 만하다네.

파칭유인의

火作縹醪香 불로 덥히니 옥빛의 술 향기를 내고

화작표뢰향

灰為冬醲氣 숯 재의 열은 겨울 술기운을 더해 주네.

회위동농기

有槍盡龍頭 술 데우는 기구에는 모두 용머리 장식이 있고

유창진룡두

有主皆犢鼻 주인은 모두 무릎까지 오는 짧은 치마를 입었네.

유주개독비

倘得作杜根 만약 두근 같이 몸을 숨겨도 술빚을 수 있다면

당득작두근

傭保何足愧 품꾼이 된들 무엇이 부끄럽겠는가!

용보하족괴

* 酒垆: 흙으로 쌓아 올린 술 진열대. 술집의 뜻으로도 쓰인다.

* 자의대로 번역이 어렵다. * 縹醪: 맑은 술 이름. * 酒槍: 술 데우는 그릇

* 犢鼻: 직역하면 송아지 코이지만, 다양한 설이 있다. 犢鼻犢鼻穴로 정강이 부분의 혈이다. 당시로는 당시에는 무릎까지 오는 치마 자체가 파격이다.

* (杜根): 동한(東漢) 사람. 영초(永初) 원년에 낭중(郎中) 벼슬에 있었는데, 외척(外戚)의 전횡을 반대하다가 태후가 그를 죽이려 하였다. 그는 구원을 받아 의성(宜城)의 산속으로 달아나 술집의 보인(保人, 술집 품꾼)으로 지내며 15년 동안 숨어지냈다.

 

奉和襲美酒中十咏酒垆 습미의 酒垆를 받들어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錦里多佳人 비단마을에는 아름다운 여인 많고

금리다가인

當垆自沽酒 술 진열대에서 몸소 술을 파네.

당로자고주

高低過反坫 진열대 너머로 잔을 높이 들었다 낮추는데

고저과반점

大小隨圓瓿 둥근 항아리를 따라 많거나 적게 따라지네.

대소수원부

數錢紅燭下 붉은 초 아래서 돈을 세고

수전홍촉하

滌器春江口 봄 강가에서 그릇을 씻네.

척기춘강구

若得奉君歡 만약 그대의 기쁨을 섬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약득봉군환

十千求一斗 만금을 내어 술 한 말을 구하리!

십천구일두

* 反坫: 고대 연회 때 두 기둥 사이에 마련한 흙단. 술그릇이나 제물을 올려놓는 데 사용되었다. 여기서는 술그릇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 빗대어 쓰였다.

* 高低過反坫 大小隨圓瓿: 過反坫高低 隨圓瓿大小의 도치이다. 평측 안배 때문에 도치되었다. 지금 진열대 너머로 여주인과 손님이 마주 앉은 상황에서 여주인이 손님은 잔을 들이대고 여주인이 술을 따르는 상황이다. 圓瓿는 배불뚝이 항아리로 일정하게 술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

* 若得奉君歡 十千求一斗: 점잖게 표현되었지만, 술집에서 주고받는 질펀한 농 짓거리의 미화이다.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ChatGPT의 해설

피일휴의 술 진열대는 작은 술집 풍경을 그리면서 은자의 마음가짐을 빗댄 작품이다. 술 단지를 얹어 놓기 위해 흙을 다져 만든 酒垆(주로), 술 진열대가 붉은 흙빛으로 높이 세워져 있다. 화려하지 않은 그 단출한 풍경이 오히려 속세를 떠난 은자의 취향에 더 잘 맞는다고 시인은 말한다.

불을 지피면 옅은 청빛의 술이 데워지는데, 이를 縹醪(표료)라 불렀다. 술 빛이 비단처럼 은청색을 띠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불길에 따뜻해진 술 향기가 퍼지고, 숯불이 꺼진 뒤의 ()는 겨울밤 술자리를 더욱 포근하게 덥혀 준다.

술을 덥히는 기구도 등장한다. 이것이 酒槍(주창)인데, 세 발 달린 온주기(溫酒器). 흥미롭게도 입구에는 모두 龍頭(용머리) 모양이다. 소박한 술집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기물은 의외로 호사스럽다. 그런데 그 술집을 지키는 주인은 단출하게 차려입었다. 기록에 따르면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치마를 입었는데, 이것을 犢鼻裙(두비군)이라 한다. 본래는 송아지 코 모양이라는 뜻이지만, 후대에는 작업용 짧은 치마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복장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에는 고사로써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杜根(두근) 이라는 동한(東漢)의 관리가 있었다. 외척의 전횡을 반대하다가 화를 입을 뻔했는데,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그가 몸을 의탁한 곳은 술집이었다. 술집의 보인(保人), 곧 품꾼으로 15년을 살았다. 피일휴는 말한다. “내가 두근처럼 술집 품꾼으로 지낼지라도 그것이 어찌 부끄러움이겠는가.” 술집 풍경의 묘사는 결국 은자의 청빈한 자조로 매듭지어진다.

이에 화답한 육구몽의 술 진열대는 훨씬 현실적이고 생활감 넘친다. 촉 땅 성도(成都)錦里(금리) 비단마을이라는 뜻인데, 미인과 술집으로 유명했다. 그곳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술상을 지키며 직접 술을 판다. 술상을 일컫는 말이 바로 反坫(반점) 인데, 원래는 연회 자리에서 술잔을 올려놓던 흙단을 뜻한다. 시 속에서는 손님과 여주인이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 손님이 잔을 높이 들면 여인이 술 단 너머로 따라주고, 다시 낮추면 거기에 맞추어 따른다.

여인이 술을 따르는 항아리는 圓瓿(원부) 라 불렸다. 입구는 좁고 배는 불룩한 모양이라 기울이면 술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은 많이 쏟아지고, 한 번은 조금만 흘러나온다. 시인은 이 장면을 그대로 담아내어 술집의 생생한 현실감을 살린다.

술집 일상은 이어진다. 붉은 紅燭(홍촉) 아래서 돈을 세고, 봄 강가에서 滌器(척기), 곧 술잔과 그릇을 씻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치 작은 풍속화처럼 구체적이다.

결말은 농담으로 마무리된다. “若得奉君歡만약 내가 당신의 기쁨을 얻게 된다면이라는 뜻이다. 여기서의 () 은 단순 조건이 아니라 얻는다, 성취한다는 뉘앙스를 가진다. 손님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내 술을 기쁘게 받아 준다면, 술 한 말을 사는 데 만금이라도 내겠다.” 이것은 진지한 서약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오가는 질펀한 농담을 점잖게 꾸며낸 표현이다.

피일휴는 소박한 술집에서 은자의 자조와 청빈을 말했고, 육구몽은 같은 소재를 받아 생활감 넘치는 풍속과 농담으로 꾸몄다. 평측의 제약과 도치 때문에 원문은 애매하지만, 낱말을 풀어가며 읽으면 당시 사람들의 술자리 풍경과 웃음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