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小雪後書事 소설 이후의 일을 쓰다 육구몽(陸龜蒙)
時候頻過小雪天 소설이 지나 절후 변화 빈번하니
시후빈과소설천
江南寒色未曾偏 강남 찬 기운 또한 미증유로 편중되네.
강남한색미증편
楓汀尚憶逢人別 단풍 물가에서 오히려 만났던 사람의 이별을 추억하고
풍정상억봉인별
麥隴唯應欠雉眠 보리 이랑에서도 오직 부족한 꿩 잠 신세에 대응했었지!
맥륭유응결치면
更擬結茅臨水次 또다시 물가에 임한 띠 집 지을 일을 헤아리다가
경의결모임수차
偶因行藥到村前 마침 마을 앞에 이르러 약 팔러 다니는 사람과 인연 되네.
우인행약도촌전
鄰翁意緒相安慰 이웃 늙은이 심사를 서로 위로하는데
인옹의서상안위
多說明年是稔年 내년은 고생 끝나 여물 해라고 거듭 말하네.
다설명년시임년
⇓ChatGPT 감상평
표면적인 자의대로만 읽으면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육구몽의 〈소설후서사(小雪後書事)〉를 읽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불편해진다. 그는 절후를 빌려 자연의 순환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스스로의 불운과 비틀린 심사를 쑤셔 넣었다. 절기는 그저 배경일 뿐, 시의 실질은 자기 연민과 냉소다. 소설의 추위가 닥쳐도 강남의 기후는 여전히 따뜻하지만, 육구몽은 그 온기 속에서 오히려 더 혹독한 시련을 느낀다. 세상은 온화하건만, 자신에게만 냉풍이 분다는 반어적 탄식이다.
그의 시는 겉으로는 조용히 흐르나 안으로는 고집과 오기가 뒤엉켜 있다. “楓汀尚憶逢人別, 麥隴唯應欠雉眠.” 단풍 물가에서 이별을 떠올리는 구절과 보리밭에서 꿩의 잠을 비유한 구절은 절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 단풍은 즐겨야 할 때이고, 4월의 보리 언덕은 춘궁을 풀어 줄 희망의 상징인데, 그는 그 속에서도 경계심 많은 꿩처럼 잠들지 못하는 신세를 노래한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기보다 늘 긴장 속에서 자기만의 냉기를 키워낸다.
그의 언어는 평측이 심하게 도치되어 있다. 일부러 문법을 비틀고 어순을 꺾어 “과연 나의 뜻을 누가 읽을 수 있겠느냐”는 듯 시를 숨겨놓는다. 水次는 평측 안배 때문에 水邊으로 쓸 수 없지만, 그렇게까지 억지로 맞춘 리듬이 오히려 불협화음을 만든다. 行藥 또한 단순히 약을 사거나 파는 행위가 아니다. 마을마다 있는 점술 노인처럼, 떠돌며 말로 사람을 위로하고 사주를 보아주는 존재다. 그러나 육구몽의 경우 그것은 남을 위한 위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달래는 수단이다. 결국 그는 약을 파는 자이면서 약을 먹는 자다.
이 시의 대구를 이루는 ‘擬’와 ‘因’은 ‘헤아리다’와 ‘인연되다’로 풀어야 올바른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그가 진정 헤아린 것은 세상의 도리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였다. 타인을 위로하려는 마음보다는, “과연 나의 이러한 숨겨진 표현을 누가 알아볼까?” 하는 자부심이 앞선다. 육구몽의 시를 대할 때마다 느껴지는 불쾌함은 바로 그 오만 때문이다.
스승 없이 스스로 깨우쳤다는 자만, 세상에 자신만큼 뛰어난 자가 없다는 유아독존의 태도. 그의 시는 정교하고 감각적이지만, 그 정교함이 결국 자화상으로 닫혀버린다. 그는 불우를 절묘하게 표현했을지 몰라도, 그 불우를 통해 타인을 따뜻하게 만들지 않는다. 시는 본디 타인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어야 하고, 궁극에는 읽는 이에게 행복과 위안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육구몽의 시는 스스로를 위한 연민과 변명에 갇혀 있다.
그의 글에는 감정의 미세한 결이 있고, 표현의 묘함이 있으나, 인간에 대한 연민이 없다. “나만의 고통, 나만의 통찰, 나만의 세상.” 그것이 육구몽이다. 시란 남의 고통을 덜어 주고,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언어여야 하는데, 그의 시는 스스로를 높이고 세상을 낮춘다. 그래서 읽을수록 숨이 막히고, 시인의 재능이 빛나면서도 마음은 냉랭해진다.
〈소설후서사〉는 절후를 기록한 시가 아니다. 절기를 빌려 신세를 한탄한 시, 그것이 전부다. 강남의 따뜻한 기운조차 그에게는 냉혹한 시련으로 변하고, 타인의 위로마저 약장수의 수다로 들린다. 육구몽의 언어는 정교하지만, 따뜻하지 않다. 그는 세상을 꿰뚫었으나, 인간을 품지 못했다. 시를 쓰는 궁극의 목적이 타인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면, 육구몽의 시는 그 목표에서 가장 먼 곳에 서 있다. 그의 시는 세상을 비추지 못한 거울이며, 그 거울 속에 비친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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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候頻過小雪天 shí hòu pín guò xiǎo xuě tiān
시후빈과소설천
江南寒色未曾偏 jiāng nán hán sè wèi céng piān
강남한색미증편
楓汀尚憶逢人別 fēng tīng shàng yì féng rén bi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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麥隴唯應欠雉眠 mài lǒng wéi yīng qiàn zhì miá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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更擬結茅臨水次 gèng nǐ jié máo lín shuǐ cì
경의결모임수차
偶因行藥到村前 ǒu yīn xíng yào dào cūn qiá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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鄰翁意緒相安慰 lín wēng yì xù xiāng ān wèi
인옹의서상안위
多說明年是稔年 duō shuō míng nián shì rěn nián
다설명년시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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