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殘菊 잔국 쇠잔한 국화 조설근(曹雪芹)
露凝霜重漸傾欹 이슬이 응결하고 서리 겹쳐 점차 기우는 모습이라니!
노응상중점경의
宴賞才過小雪時 연회의 완상 막 지난 듯한데 벌써 소설의 시기라니!
연상재과소설시
蒂有餘香金淡泊 꽃받침에 남은 향이 있어도 금빛은 옅어지고
체유여향금담박
枝無全葉翠離披 가지에는 온전한 잎이 없어 비취색 흩어졌네.
지무전엽취리피
半床落月蛩聲病 반쪽 침상에 떨어진 달빛에 귀뚜라미 소리 병들고
반상락월공성병
萬里寒雲雁陣遲 만 리의 찬 구름에 기러기 진열 지체하네.
만리한운안진지
明歲秋風知再會 내년의 추풍이 재회를 알려주리니
명세추풍지재회
暫時分手莫相思 잠시 손 놓았다고 서로 그리워 말기를!
잠시분수막상사
* 조설근(曹雪芹 약 1715~1763)은 청대 중기의 소설가로, 걸작 〈홍루몽〉의 원작자이다. 본명은 조점(曹霑), 자는 몽완(夢阮), 호는 설근(雪芹) 또는 근포(芹圃)라 하며, 가문은 강희·옹정 연간 황실 친위 직을 맡아 큰 부귀를 누렸으나 옹정·건륭 시기 정치적 탄압으로 급히 몰락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화려한 생활과 가문 몰락 이후의 빈궁을 모두 겪었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귀족 사회의 흥망·감정·세태를 정밀하게 그린 〈홍루몽〉을 집필하였다. 생전에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으며, 현전 120회본의 후반부는 사후에 고악(高鶚)이 보완·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설근의 문학은 심리 묘사와 상징적 이미지 운용에 뛰어나며, 작품 전체에 흐르는 비애와 세태 비판은 가문 몰락의 개인적 기억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홍루몽(紅樓夢)〉은 중국 청대의 대하소설로, 대관원(大觀園)이라는 귀족 가문 안에서 젊은이들의 사랑·성장·몰락을 그린 걸작이다. 《잔국(殘菊)》은 이 소설 제38회에서 열리는 ‘菊花詩會(국화 시회)’에 등장하는 시로, 인물 탐춘이 지은 작품이다. 작품 자체는 늦가을 국화의 남은 향, 기울어짐, 서리, 찬 구름, 기러기 대열처럼 단순한 자연 묘사로 보일 수 있지만, 소설의 앞뒤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연회의 완상’과 같은 표현이 난데없이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지고, 왜 한 소녀가 국화 앞에서 갑자기 서글픈 이미지를 이어놓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시는 실제로는 단순한 가을 시가 아니라, 대관원의 화려함 뒤에 드리운 가문의 쇠락, 그리고 탐춘 자신이 머지않아 먼 곳으로 시집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운명까지 압축해 놓은 상징적 장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잔국〉은 독립된 자연시처럼 읽기보다 ‘대관원 시회 한가운데서, 가문의 몰락을 가장 먼저 감지한 탐춘이 쓴 예감(豫感)의 시’라는 위치에서 이해해야 그 참뜻이 드러난다. 이렇게 맥락을 알고 읽으면, 연회가 막 끝났다는 구절조차 화려함과 쇠락이 교차하는 아이러니로 보이고, 남은 꽃향기·흩어진 잎·달빛·병든 귀뚜라미·늦은 기러기 같은 이미지가 모두 탐춘의 처지와 가문의 앞날을 비추는 비유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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露凝霜重漸傾欹 lù níng shuāng zhòng jiàn qī yī
노응상중점경의
宴賞才過小雪時 yàn shǎng cái guò xiǎo xuě shí
연상재과소설시
蒂有餘香金淡泊 dì yǒu yú xiāng jīn dàn bó
체유여향금담박
枝無全葉翠離披 zhī wú quán yè cuì lí pī
지무전엽취리피
半床落月蛩聲病 bàn chuáng luò yuè qióng shēng bìng
반상락월공성병
萬里寒雲雁陣遲 wàn lǐ hán yún yàn zhèn chí
만리한운안진지
明歲秋風知再會 míng suì qiū fēng zhī zài huì
명세추풍지재회
暫時分手莫相思 zàn shí fēn shǒu mò xiāng s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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