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 金塔7層·溪 금탑칠층·계
溪 시내
幽居 유거
淸澈 청철
月又來 달 다시 돌아오는
俗已忘 세속 이미 잊으니
石間銀魚 돌 사이의 은어
巖上靑鳥 바위 위의 청조
閑暇步長堤 한가롭게 긴 둑 걸으니
悠然望晴天 유연히 청천을 바라보고
芳草迎日萋萋 방초는 해를 맞아 무성해지니
垂柳潤雨冉冉 수양버들 비에 젖어 부드럽고
紅花泛泛繞樓臺 붉은 꽃 뜨고 떠서 누대를 돌며
碧溪曲曲橫山野 벽계는 굽이굽이 산야를 가로지르고
* 거(居): 거, 게, 계, 녀(려, 례), 개, 괘, 쾌, 내(래), 대, 몌, 매, 서, 세, 새, 쇄, 어, 여, 예, 왜, 저, 제, 재, 처, 체, 채, 터, 태, 폐, 패, 허, 혜, 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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溪 시내
계
幽居 유거
유거
淸澈 청철
청철
月又來 달 다시 돌아오는
월우래
俗已忘 세속 이미 잊으니
속이망
石間銀魚 돌 사이의 은어
석간은어
巖上靑鳥 바위 위의 청조
암상청조
閑暇步長堤 한가롭게 긴 둑 걸으니
한가보장제
悠然望晴天 유연히 청천을 바라보고
유연망청천
芳草迎日萋萋 방초는 해를 맞아 무성해지니
방초영일처처
垂柳潤雨冉冉 수양버들 비에 젖어 부드럽고
수류윤우염염
紅花泛泛繞樓臺 붉은 꽃 뜨고 떠서 누대를 돌며
홍화범범요누대
碧溪曲曲橫山野 벽계는 굽이굽이 산야를 가로지르고
벽계곡곡횡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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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탑칠층(金塔七層)을 구성할 때는 먼저 최상층에 놓일 상징어를 확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상징어는 시제와 더불어 탑의 첨탑(頂層)을 형성하며 전체 의미를 압축하는 핵심이 된다. 이때 상징어는 居(거)처럼 대한신운에서 압운 계열이 넓고 활용도가 높은 글자를 선택하면 중·하층을 구성할 때 용어 선택이 비교적 용이하다. 반대로 澈(철)처럼 압운 계열이 좁은 글자를 최상부에 올리면 운의 선택 폭이 제한되므로, 전체 구조를 짤 때 섬세한 어휘와 정밀한 대장이 요구된다. 즉 대장이 정밀하면 정밀할수록 탑의 골조가 견고해지듯, 금탑칠층 역시 상징어의 선택이 건축의 난이도와 완성도를 함께 결정한다.
금탑칠층의 시제(詩題)는 반드시 한 글자로 두어 최상층과 첨탑의 역할을 하게 하며, 전체 구조는 전통 일칠령(一七令)과 달리 아래에서 위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건축적 방식을 따른다. 최하층의 실경(實景)에서 출발하여, 그 위에 감각·정조·관조·초월을 차례로 겹쳐 올리는 누적적 상승 구조가 금탑 체의 근본이다. 또한 금탑칠층은 탑을 쌓는 행위 자체를 형식적으로 구현하기 때문에, 흐름을 막는 쉼표나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고 상·하층이 끊김이 없이 이어지는 유기적 축조를 지향한다.
이와 같은 원리 속에서 금탑칠층은 단순한 시어의 배열을 넘어, 하층의 구체적 자연이 상층으로 갈수록 관조와 본질적 상징으로 여과되는 시적 구조 미를 이루며, ‘탑을 짓는 시(築詩)’라는 독자적 미학을 완성한다.
이 작품 〈溪〉는 금탑칠층의 원리를 충실히 따르며, 가장 아래의 ‘碧溪曲曲橫山野–紅花泛泛繞樓臺’에서 시각적·현실적 자연을 먼저 기단부에 단단히 놓는다. 개울은 굽이치고 꽃은 떠돌며 누대를 감도는 근경과 원경의 교직(交織)이 시의 기반을 형성하고, 그 위로 ‘芳草迎日萋萋–垂柳潤雨冉冉’이 더해져 봄빛의 생동과 습윤한 감각이 중층의 생명력으로 상승한다. 이어 ‘閑暇步長堤–悠然望晴天’에서는 자연을 조망하는 주체의 등장으로 시점이 확장되며, 시내를 바라보는 인간의 고요한 관조가 자연 속에 흡수된다. 더 위의 층 ‘石間銀魚–巖上靑鳥’에서는 시내 생물들이 상징적 매개로 나타나 시적 공간에 영동(靈動)을 부여하고, ‘月又來–俗已忘’에 이르면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며 세속의 흔적이 지워지는 순간적 초월의 정조가 극대화된다. 최정상부의 ‘溪 ← 幽居 ← 淸澈’은 금탑 체의 정점에서 시제(詩題)의 본질을 다시 호출하며, 결국 ‘溪’는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맑음의 본질(淸澈) 은거의 자리(幽居)로 승화된다. 이렇게 하층의 구체적 자연에서 출발하여 상층의 관조와 상징으로 도약하는 점층적 상승 구조는 금탑칠층의 미학을 온전히 구현하며, 시내의 흐름이 곧 시심의 흐름으로 변하는 정경합일(情景合一)의 현대적 한시 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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