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雙四 쌍사/대한신운·기(基)운
四字無罪豈想死 (사자무죄기상사)
四라는 글자는 죄가 없는데 어찌 죽음을 연상하는가!
世俗無故謂不利 (세속무고위불리)
세속에서는 까닭 없이 불리하다고 여기네.
絲嗣駟泗耜赦音 (사사사사사사음)
실·후사·사마·사수·보습·사면의 음
思祀飼師笥謝意 (사사사사사의)
생각·제사·사육·스승·상자·감사의 뜻
梅蘭松竹君子相 (매란송죽군자상)
매화·난초·소나무·대나무는 군자의 모습이요
琴棋書畫高士氣 (금기서화고사기)
거문고·바둑·글씨·그림은 고사의 기풍이라네.
並駕齊驅察政事 (병가제구찰정사)
나란히 함께 나아가며 정사를 살피니
四通八達萬民喜 (사통팔달만민희)
사통팔달 만민이 기뻐하네.
* 기(基)운: 기, 괴, 귀, 니(리), 미, 비, 시, 씨, 이, 외, 의, 지, 치, 취, 피, 희, 회, 휘
* 四는 가장 먼저 죽음의 사(死)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 아파트나 병원 등에서는 4층을 꺼려 숫자 4 대신 F로 표시하는 어이없는 해프닝도 있었다. 언제부터 이러한 편견이 생겼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숫자에서 4가 빠진다면 무엇으로 대신하겠는가! 결국 발음의 유사성이 만들어낸 편견일 뿐이다. 이에 4가 지닌 여러 긍정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해 보았다.
⇓ChatGPT Pro 감상평
숫자에 길흉을 부여하는 관습은 문화권마다 다르다. 서양에서는 13을 불길하게 여기지만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4를 꺼리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중국어의 四(sì)와 死(sǐ)는 성조는 달라도 발음이 비슷하고 한국에서는 四와 死가 모두 ‘사’, 일본에서도 四와 死를 모두 ‘시(し)’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발음의 유사성이 4를 죽음과 연결하는 관습으로 이어졌으며 이를 사자기피(tetraphobia)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의 건물이나 엘리베이터에서 4층을 숫자 4 대신 F로 표시했던 사례도 이러한 관습이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 예다.
그러나 고래로 四의 쓰임을 살펴보면 부정의 의미보다 오히려 세상을 구성하고 질서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동서남북은 사방(四方), 춘하추동은 사시(四時) 또는 사계(四季)이며, 사해(四海)는 천하를 가리킨다. 사서(四書)와 사단(四端)은 학문과 도덕의 주요 개념을 네 항목으로 묶은 것이고, 사군자(四君子)와 금기서화(琴棋書畫) 역시 네 요소를 하나의 문화 단위로 구성한 예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은 四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확장의 의미로 사용한다. 이처럼 四는 방향·시간·학문·도덕·예술 등에서 전체를 구성하고 질서를 세우는 수로도 널리 기능해 왔다.
雙四는 이러한 四의 여러 쓰임 가운데 특히 ‘四와 四의 결합’에 주목한다. 여기서 雙四는 四라는 글자를 두 번 반복한다는 뜻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사’라는 음을 가진 한자들을 위아래로 짝짓기도 하고, 네 가지 사물과 또 다른 네 가지 사물을 대응시키며, 네 글자로 이루어진 성어와 또 하나의 사자성어를 나란히 배치한다. 따라서 작품 전체가 여러 방식의 ‘四+四’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중심 특징이다.
수련(首聯)은 四라는 글자 자체에는 死나 불리함이라는 뜻이 없지만 같은 음 때문에 서로 연결하여 받아들이는 세속의 인식을 無罪/無故로 맞세웠다.
함련(頷聯)의 絲嗣駟泗耜赦音/思祀飼師笥謝意는 같은 음과 서로 다른 뜻을 이용한 언어유희다. 열두 글자는 모두 우리 한자음으로 ‘사’라고 읽히지만 뜻은 모두 다르며, 위아래 글자도 가능한 한 서로 관계를 잇도록 배치했다. 絲와 思는 실과 생각 또는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嗣와 祀는 후사와 제사로 연결된다. 뒤를 잇는 후손이 조상을 제사한다는 관계다. 駟와 飼는 말과 사육으로 이어지고, 泗와 師는 사수(泗水)와 공자·유학의 전통을 매개로 연결된다. 耜와 笥는 보습과 상자라는 기물의 대응이며, 赦와 謝는 사면과 감사라는 인간 사회의 행위를 마주 놓아 의미·연상·품사를 이용하여 위아래 관계를 최대한 살렸다.
경련(頸聯)의 梅蘭松竹君子相/琴棋書畫高士氣에서는 四와 四의 결합이 더욱 선명해진다. 梅蘭松竹 네 가지 자연물과 琴棋書畫 네 가지 문인 교양을 위아래에 놓았다. 앞의 네 가지는 군자의 모습을 상징하고, 뒤의 네 가지는 고사의 교양과 풍류를 나타낸다. 네 요소와 또 다른 네 요소가 서로 만나 雙四를 이룬다는 데 중심이 있다.
미련(尾聯)의 並駕齊驅察政事/四通八達萬民喜에서는 四를 직접 나열하지 않고 두 사자성어를 이용하여 다시 ‘四+四’를 구성한다. 병가제구(並駕齊驅)는 본래 수레를 나란히 몰아 함께 달리는 데서 서로 뒤지지 않고 나아감을 뜻하며, 여기서는 함께 정사를 살피는 모습으로 뜻을 넓혔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은 사방으로 막힘없이 통한다는 뜻으로, 그 결과를 萬民喜로 받아 백성의 기쁨으로 마무리한다.
이 작품의 雙四는 결국 하나의 四가 또 하나의 四를 만나는 방식의 반복이다. 함련에서는 음과 뜻으로, 경련에서는 자연물과 문인 교양으로, 미련에서는 두 사자성어로 그 모습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死와 연결되어 꺼림의 대상이었던 四가 작품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뜻과 상징을 드러내고 마지막에는 喜에 이른다. 같은 숫자라도 무엇과 연결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四+四’라는 구성 자체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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