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2. 十二干支第八·未 십이간지 제8·미/대한신운·간(間)운
數千羊群繡草原 (수천양군수초원)
수천 마리 양 떼가 초원을 수놓으니
牧歌自起心亦安 (목가자기심역안)
목가 절로 일며 마음 또한 편안해지네.
白雲同伴倣形像 (백운동반방형상)
흰 구름은 동반하며 양 떼 형상을 본뜨고
靑山調和成壯觀 (청산조화성장관)
청산은 조화를 이루어 장관을 이루네.
毛乳肉皮不惜施 (모유육피불석시)
털·젖·고기·가죽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吉祥柔順令人歡 (길상유순영인환)
길상하고 유순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네.
無辜犧牲羊何冤 (무고희생양하원)
무고한 희생양 얼마나 억울한가!
哀吟無抗豈不嘆 (애음무항기불탄)
슬피 울며 항거하지 못하니 어찌 탄식하지 않으랴!
* 간(間)운: 간, 관, 난(란), 단, 만, 반, 산, 안, 완, 잔, 찬, 탄, 판, 한, 환
⇓ChatGPT Pro 감상평
십이지(十二支)의 여덟째 미(未)는 양(羊)을 상징한다. 미시(未時)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다. 양은 일찍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축으로 털·젖·고기·가죽을 내어주어 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며 온순한 모습 때문에 동·서양에서 평화와 선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동아시아에서 양은 특히 좋은 뜻을 많이 지닌다. 동아시아에서 양은 특히 좋은 뜻을 많이 지닌다. 고대에는 羊이 상서로움을 뜻하는 상(祥)과 통용되기도 했으며, 길상(吉羊)의 뜻은 오늘날 길상(吉祥)으로 이어져 전해왔다. 미(美)와 선(善)에도 羊이 들어 있어 양은 아름다움과 선함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양이 무릎을 굽혀 어미의 젖을 먹는 모습은 고양궤유(羔羊跪乳)라 하여 효의 상징으로 여겼다. 양과 관련한 성어도 많다.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양을 잃은 뒤라도 우리를 고쳐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뜻이며 다기망양(多岐亡羊)은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듯 방법에 매달리다가 본뜻을 잃는 일을 경계한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양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른 행위를 꼬집는다.
소무목양(蘇武牧羊)은 양과 관련한 고사 가운데 특히 유명하다. 한(漢)나라 소무(蘇武)는 무제(武帝) 때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었다. 흉노는 여러 차례 투항을 권했지만, 소무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북해(北海) 부근의 황량한 곳으로 보내져 숫양을 치게 되었는데, 흉노는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돌려보내겠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소무는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면서도 한나라의 사신임을 나타내는 부절(符節)을 놓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버틴 끝에 약 19년 만에 한나라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소무목양은 단순히 양을 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랜 고난 속에서도 뜻과 절개를 버리지 않는 사람을 상징하게 되었다.
서양에서도 양은 순결·온순·희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오랫동안 등장했다. 목자가 양 떼를 이끄는 모습은 보호와 인도를 나타내며 어린 양은 순결과 희생의 이미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문화는 달라도 동서양 모두 양에게서 순함과 평화로움을 발견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러한 양의 여러 모습을 한 편에 담았다. 수천 마리 양 떼가 초원을 수놓는 평화로운 광경에서 시작하여 양 떼를 본뜨는 흰 구름과 청산으로 시야를 넓혔다. 이어 털·젖·고기·가죽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양의 쓰임과 길상(吉祥)·유순(柔順)의 이미지를 담았다. 양의 생태와 인간 생활, 문화 속 상징을 어렵지 않게 차례로 돌아본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분위기를 바꾸어 無辜犧牲羊何冤이라 했다. 아무 죄가 없는 존재에게 다른 사람의 잘못과 책임을 떠넘기는 일을 우리는 희생양을 삼는다고 한다. 조직의 실패를 힘없는 한 사람에게 떠넘기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저지른 잘못을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일도 이에 해당한다. 실제 책임자를 찾기보다 만만한 대상을 골라 비난을 집중시키는 순간 또 하나의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마지막 哀吟無抗豈不嘆은 단순히 양의 울음만을 말하지 않는다. 앞에서 장점으로 보았던 유순함이 여기서는 항거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죄 없는 존재가 남의 잘못까지 짊어지고도 슬피 울 뿐이라면 어찌 탄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양을 돌아보며 시작한 표현이 끝내 인간 사회를 돌아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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