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226. 冬雪夜 눈 내리는 겨울밤/ChatGPT와 대화로 번역을 다듬다

대한신운 2025. 8. 15. 16:32

226. 冬雪夜 동설야 눈 내리는 겨울밤 구졸암(九拙菴)

幽人要結歲寒盟 은자는 세밑 추위 견디려는 맹약을 결심했지만

유인요결세한맹

獨訪江樓興轉狂 홀로 강변 누각을 찾은 흥은 광기로 바뀌네.

독방강루흥전광

雪墮吟脣詩欲凍 눈발 서슬 떨어지니 입술로 읊는 시조차 얼어붙으려 하고

설타음순시욕동

梅飄歌扇曲生香 매화는 흩날려져 부채로 노래하는 곡에서만 향기 나네.

매표가선곡생향

人從銀漢橋邊過 사람 다리 변에서 은하수 따라 지나가지만

인종은한교변과

月卦瓊瑤宮裏凉 달 궁전 속에는 옥을 걸어도 처량할 뿐이라네.

월괘경요궁리량

明日日高風正急 내일 해가 높이 뜨고 바람 바야흐로 급해지면

명일일고풍정급

招魂何處覓餘芳 어느 곳에서 혼을 불러 남은 향기를 찾겠는가!

초혼하처멱여방

* 冬雪夜 눈 내리는 겨울밤. 단순한 겨울밤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의 겨울밤이다. 사화와 당쟁의 참화를 풍자하려 했으나 지나친 은유로 그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 人從銀漢橋邊過, 月卦瓊瑤宮裏凉: 人橋邊從銀漢過, 月宮裏卦瓊瑤凉이 되어야 올바르지만, 지나친 은유로 구를 뒤섞었다. 직설로 표현했으면, 참화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첫 구 幽人要結歲寒盟에서 화자는 스스로를 은자로 세우지만, 이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혹한의 시대를 견디겠다는 결의다. ‘세한(歲寒)’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사화와 당쟁의 서슬 퍼런 정치 겨울을 가리킨다. 이어지는 獨訪江樓興轉狂은 그 결의를 다지려 홀로 강루에 오르지만, 높이에서 조망되는 현실은 결의보다 격정과 광분을 먼저 불러낸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의지가 긴장과 불안으로 뒤집히는 순간이다.

세 번째 구 雪墮吟脣詩欲凍()’은 차가운 날씨가 아니라 권력의 서슬이다.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해 입속으로만 중얼거리는 풍자시(詩經의 전통) 조차 얼어붙게 만든다. 네 번째 구 梅飄歌扇曲生香에서 매화는 고결의 표상인데 는 나부낌이 아니라 표령(漂零) 의 뉘앙스를 띤다. , 고결함은 바람에 흩어져 자취를 감추고, 연회(歌扇)의 곡조에서만 그럴듯한 향기(허울 좋은 명성) 가 남는 세태를 비꼰다.

이어서 문제의 다섯·여섯 구가 나온다. 원문은 人從銀漢橋邊過, 月卦瓊瑤宮裏凉이지만, 의미상으로는 人橋邊從銀漢過, 月宮裏卦瓊瑤凉이 더 자연스럽다. 앞부분은 놋다리 곁에서 은하를 건너간다는 뜻이고, 뒷부분은 달 궁전 속에 옥을 걸었으나 서늘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어순을 바꿨다. 형식적 이유로는 7언의 운율·평측 자리를 맞추려는 도치가 있고, 내용적으로는 銀漢(높고 먼 권력자)’(/의 중의달빛이 걸린 형상과 운명적 조짐)’을 전면에 내세워 독자의 시선을 먼저 꽂기 위한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권력에 접근하는 사람들그러나 달의 옥궁은 냉엄하다는 메시지가 이미지 선행 방식으로 각인된다.

마지막 두 구에서 明日日高風正急맑은 내일이 아니라 권력의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각, 숙청의 바람이 정면으로 거세지는 때를 암시한다. 그래서 招魂何處覓餘芳남은 향기(餘芳)’는 반드시 고결한 인물만을 뜻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때 번성했던 가치의 잔향일 수도, 허울뿐인 명성의 남은 냄새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라진 것들을 부르려 하나 더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허무가 결구에 남는다.

요컨대 이 시는 사화와 당쟁의 불안정한 현실을 정면으로 쓰지 못하던 시대의 문법을 따른다. 직설은 목을 잃는 길이었기에, 시인은 눈·매화·노래부채·놋다리·은하·옥궁 같은 상징과 도치를 방패 삼아 말한다. 겉으로는 겨울 눈의 밤이지만, 속으로는 권력의 냉혹과 희생, 그리고 상실의 탄식이 촘촘히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