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題九拙菴上梁明府 구졸암 양명부에 대해 쓰다 율곡(栗谷) 이이(李珥)
大朴散生巧 큰 교묘함은 흩어져 졸박을 낳으니
대박산생교
拙乃物之初 졸박이 바로 만물의 시초라네.
졸내물지초
使君已聞道 사군께서는 이미 노자의 도를 깨달아
사군이미문도
自修恒有餘 스스로 수양하여 항상 뒤에서 있으시네.
자수항유여
直性乘眞率 곧은 성품에 진솔함을 곱하였고
직성승진솔
古貌又淸疏 예스러운 용모에 또한 맑고 소탈하시네.
고모우청소
有言實不華 말은 진실하며 부화함이 없고
유언실불화
有文鬱而舒 문장은 응집되어 펼치네.
유문울이서
觀德不主皮 덕을 살핌에 겉모습을 위주로 하지 않고
관덕불주피
宦遊任乘除 벼슬은 유람하듯 가감승제에 맡기네.
환유임승제
貧交淡若水 청빈의 사귐은 담담하여 물과 같고
빈교담약수
屢空常晏如 쌀독 누차 비어도 항상 태연하였네.
루공상안여
子孫遺以安 자손에게 청렴 유언 남기며 이로써 편안하라 했으니
자손유이안
負郭無菑畬 성곽 짊어진 (벼슬했어도) 묵정밭 새 밭조차 없네.
부곽무치여
裝點此九拙 이 아홉 가지 질박함을 점철로 장식하여
장점차구졸
作扁揭林居 편액을 만들어 숲속 거처에 걸었네.
작편게림거
一菴小如舟 한 채의 암자는 작은 배와 같고
일암소여주
細逕直通閭 좁은 오솔길은 곧바로 마을과 통하네.
세경직통려
土砌種節友 흙 계단에는 절개 벗의 (상징을) 심었고
토계종절우
峯翠蘸淸渠 비취 봉우리는 맑은 개울에 잠기었네.
봉취잠청거
簷前蔓龍鬚 처마 앞에는 용수염 같은 (등심초가) 뻗어 있고
첨전만용수
柳下觀游魚 버드나무 아래에는 유영하는 고기를 볼 수 있네.
류하관유어
逍遙岸烏紗 강 언덕에서 소요하는 (지난날의) 오사모
소요안오사
野老牽衣裾 시골 노인이 옷자락을 잡아 이끄네.
야로견의거
夕日曖山城 석양빛은 산성에 어슴푸레하고
석일애산성
嵐光落幽廬 산 아지랑이 빛은 그윽한 초가에 내려앉네.
남광락유려
入室人語靜 방 안에 드니 사람 말소리 조용조용하고
입실인어정
四壁盈圖書 사방 벽에는 도서로 가득하네.
사벽영도서
俯仰生事足 굽어보고 우러러보아도 인생사 만족하니
부앙생사족
拙境樂只且 졸박의 경지지만 그저 또한 즐겁다네.
졸경락지차
聊將拙作郡 그저 졸박으로 이끌어 고을을 진작하였으니
료장졸작군
愛民勞拮据 백성을 사랑하여 힘써 일하고 일했다네.
애민로길거
催科自考下 위에서 세금을 독촉해도 스스로 고려하여 내려주니
최과자고하
四野樂耕鋤 사방 들판의 농민들은 논밭 갈고 호미질을 즐겼다네.
사야락경서
苦被赤子挽 갓난아이처럼 순박한 백성들이 만류하여 괴로웠으나,
고피적자만
南望吟歸歟 남쪽을 바라보며 귀향 노래를 읊조렸다네.
남망음귀여
江干訪散人 속박을 풀어버린 산인을 강변에서 찾았더니
강간방산인
映林孑干旟 매 그림 깃발처럼 외로이 숲에서 빛나네.
영림혈간여
薤水愧無箴 달래와 한잔 물 대접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경계 없으니
해수괴무잠
木瓜挑瓊琚 모과 같은 소박함이 옥 같은 우정을 돋우네.
목과도경거
何當陪杖屨 언제 마땅히 지팡이와 짚신 벗을 모시며
하당배장구
一宿雲窓虛 구름 창 있는 빈방에서 하룻밤 숙박할까!
일숙운창허
*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정치가로, 본관은 덕수(德水)이며 자는 숙헌(叔獻).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 성리학의 쌍벽으로 평가되며, 48세의 짧은 생애 동안 학문·정치·교육 전반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 大朴散生巧, 拙乃物之初: 《노자(老子)》 45장. 大巧若拙 변형 표현이다. 큰 교묘함은 마치 졸박(拙朴)과 같다. 재주나 솜씨가 아주 큰 사람일수록 억지로 꾸미지 않고, 마치 서투른 듯 담백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 自修恒有餘: 自修恒有後와 같다. 後를 압운으로 쓸 수 없으므로 餘를 안배했다. * 使君: 태수, 자사. 한 고을의 수령. 당신의 존칭.
* 散人: 벼슬에서 물러난 은자를 가리키지만, 가능한 자의대로 풀어둔다.
* 江干訪散人, 映林孑干旟: 江干의 干은 邊과 같고, 孑干의 干은 장대를 뜻한다. 干旟는 ‘매 무늬 깃발’이 상징하는 현자를 맞이하는 의장의 표징이다. 《시경(詩經)·鄘風(용풍)·干旄(간모)》의 인용이다.
* 薤水: 하남(河南)의 방참(庞参)은 처음에는 군(郡)에서 벼슬을 시작했으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남윤(河南尹) 방분(庞奋)이 그를 보고 기이하게 여겨 효렴(孝廉)으로 천거하였고, 좌교령(左校令)에 임명되었다. 법을 어겨 약루(若卢)에 부역으로 보내졌다. ……이후 방참이 한양태수(汉阳太守)로 임명되었다. 임당(任棠)이라는 자는 기이한 절개를 지닌 인물로, 은거하며 가르침을 베풀고 있었다. 방참이 부임하자, 먼저 그를 찾아갔다. 임당은 말없이 염교(薤) 한 뿌리와 물 한 사발을 집 문 앞의 병풍 앞에 놓고, 스스로 손자를 안고 문 아래 엎드려 있었다. 주부(主簿, 기록·행정 담당 관리)가 이를 보고 오만하다고 여겼다. 그러자 방참이 그 깊은 뜻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오래 지나서 말했다. “임당이 태수인 나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로다. 물은 내가 맑기를 바람이요, 큰 염교 뿌리를 뽑아 놓은 것은 내가 강한 세족(宗)을 쳐서 뽑아내기를 바람이요, 아이를 안고 문 앞에 있는 것은 내가 문을 열어 고아를 구휼하기를 바람이다.” 이에 방참은 탄식하며 돌아갔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과연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우며, 은혜로운 정치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었다. 범엽(范曄)이 지은 《後漢書》 권72 〈庞参列傳〉에 근거한다. 이 고사의 인용으로 읽히지만 薤를 天 즉 부추 水를 한잔의 물로 보면 오히려 더 잘 통한다.
* 木瓜挑瓊琚: 木瓜는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선물. 瓊琚 값진 선물. 선물의 경중에 관계없이 우정과 보답을 나타낸다. 《시경(詩經)‧위풍(衛風)·모과(木瓜)〉에 근거한다.
* 何當陪杖屨, 一宿雲窓虛: 何의 의문은 虛까지를 포함한다. 杖屨는 고결한 은자의 상징. 一宿雲窓虛은 雲窓虛一宿이 올바르지만, 虛가 압운이므로 이처럼 안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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