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茶中十咏·茶籝 다영 차 광주리 피일휴(皮日休)
筤篣曉攜去 새벽에 대바구니를 휴대하고 가서
랑방효휴거
驀個山桑坞 곧장 이 산뽕나무 골짜기에 이르네.
맥개산상오
開時送紫茗 잎 따기를 개시하여 자색 찻잎을 송별하고
개시송자명
負處沾清露 지고 돌아갈 때도 맑은 (저녁)이슬에 젖네.
부처점청로
歇把傍雲泉 바구니를 쥔 채 구름 낀 샘가에서 쉬었다가
헐파방운천
歸將掛煙樹 돌아와서는 안개 낀 나무에 걸어 두려네.
귀장괘연수
滿此是生涯 이러한 한평생에 만족하노니!
만차시생애
黃金何足數 황금이라면 어찌 분수에 만족했으리오.
황금하족수
* 送의 안배는 어색하다.
* 黃金何足數: 황금이라면 사치와 방탕으로 흐를 수도, 안분지족하며 살아가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
‧ 奉和襲美茶具十詠·茶籝 〈다영〉을 받들어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金刀劈翠筠 쇠칼로 푸른 대나무를 쪼개어
금도벽취균
織似波文斜 물결무늬처럼 비끼어 직조하네.
직사파문사
制作自野老 제작자는 자연히 시골 노인이요
제작자야로
携持伴山娃 산골 아가씨가 동반하는 휴지 품이라네.
휴지반산아
昨日斗煙粒 어제까지는 안개 입자를 담았을 뿐
작일두연립
今朝貯綠華 오늘 아침 처음으로 녹색 꽃을 저장했네.
금조저록화
爭歌調笑曲 다투어 부른 노래 웃음곡조에 알맞고
쟁가조소곡
日暮方還家 날이 저물어 바야흐로 집으로 귀환하네.
일모방환가
* 金刀劈翠筠 織似波文斜: ‘쇠칼로 푸른 대나무를 쪼개어 비끼어 짜니, 물결무늬 모습이네.’ 이러한 뜻이지만 한 구에 모두 넣을 수 없으므로 갈라 넣었다. 흔한 수법이다.
* 携持伴山娃 평측 안배의 제약과 압운 때문에 도치되었다.
* 昨日斗煙粒 今朝貯綠華: 어제까지는 벽이나 나무에 걸어 두었다가 오늘 처음 새 차를 따기 시작했다는 표현이지만, 煙粒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 ChatGPT의 해설
唐나라 시인 피일휴는 〈차중십영〉 가운데 하나로 〈차 광주리〉라는 시를 지었다. 제목에 쓰인 籝(영)은 대바구니, 특히 차를 담는 광주리를 가리킨다. 시는 새벽에 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筤篣曉攜去라 했는데, 여기서 筤篣(랑방) 은 대로 엮은 바구니, 攜去(휴거) 는 들고 간다는 뜻이다. 즉, 이른 새벽 대바구니를 손에 쥐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 길은 뽕나무가 있는 골짜기로 이어진다. 驀個山桑坞 라는 구절에서 驀(맥) 은 ‘곧장, 단번에’라는 뜻이고, 坞(오) 는 작은 골짜기를 가리킨다. 시인은 곧장 뽕나무 골짜기에 들어간다.
찻잎을 따는 장면은 조금 낯설게 표현된다. 開時送紫茗은 직역하면 ‘잎을 따기 시작하며 자줏빛 찻잎을 보낸다’이다. 여기서 開時(개시) 는 단순히 ‘열 때’가 아니라 ‘채엽을 시작할 때’라는 뜻이다. 送(송)은 보낸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다 따지 못하고 남겨둔 찻잎과 이별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것이다. 다소 어색해도, 시인은 그만큼 찻잎을 귀하게 여긴 것이다.
負處沾清露 라는 구절에서는, 짐을 지고 돌아갈 때 저녁 이슬에 옷자락이 젖는 모습을 그렸다. 負(부)는 짊어지다, 清露(청로) 는 맑은 이슬. 농부의 일상이 그대로 떠오른다.
잠시 바구니를 쥔 채 샘가에서 쉬기도 한다. 歇把傍雲泉은 광주리를 손에 든 채 구름 낀 샘가에 쉬었다는 뜻이다. 돌아올 때는 歸將掛煙樹라 하여, 안개 낀 나무에 바구니를 걸어 둔다. 바구니가 단순한 농기구가 아니라 풍경 속 한 장면으로 자리 잡는다.
마지막은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滿此是生涯 에서 시인은 이 바구니 가득한 것이 곧 내 삶의 만족이라 말한다. 이어 黃金何足數라 덧붙이는데, 황금은 아무리 많아도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돈과 부귀보다 소박한 노동의 기쁨이 더 크다는 선언이다. 다만 현대 독자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화답하여 육구몽도 〈차 광주리〉를 지었다. 그는 먼저 광주리의 제작 과정을 그린다. 金刀劈翠筠 織似波文斜라 했는데, 쇠칼로 푸른 대나무를 쪼개 짜면, 물결무늬처럼 비껴 엮인다. 한 구에 모두 표현할 수 없으므로 나누어 표현한 것이다.
광주리를 만든 이는 시골 노인이다. 制作自野老의 自(자)는 스스로가 아니라 ‘자연히, 당연히’라는 뜻이다. 그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이는 山娃(산와), 즉 산골 아가씨다. 여기서 娃(와)는 단순한 아기가 아니라 젊은 여인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이 구절은 평측의 제약 때문에 도치되어 조금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육구몽은 또 하루의 대비를 그린다. 昨日斗煙粒 今朝貯綠華라 했는데, 어제까지는 안개 알갱이만 담겼으나 오늘 아침에는 푸른 싹을 담았다는 말이다. 여기서 斗(두)는 동사로 ‘담다’는 뜻이고, 煙粒(연립)은 안개 알갱이라는 다소 생경한 조합이다. 하지만 바구니를 나무에 걸어 두고 찻잎을 따지 못했던 어제와, 오늘 첫 수확의 충만함을 대비시킨 시인의 의도가 보인다. 綠華(록화)는 ‘푸른 꽃’, 곧 차의 새싹을 가리킨다. 만약 ‘華’ 대신 ‘花’를 썼다면 더욱 분명했을 것이다.
마지막은 노동의 즐거움이다. 爭歌調笑曲 日暮方還家라 하여, 다투어 노래하고 웃으며 하루를 보내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피일휴의 시는 소박한 자족의 세계를 강조한다. 황금은 만족을 주지 못하니, 차 광주리 하나가 더 귀하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표현은 추상적이라 현대 독자에게 곧바로 와 닿지는 않는다. 육구몽의 창화는 제작, 사용, 첫 채엽,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까지 차례로 그려내어 더 또렷한 구조를 보인다.
결국 차 광주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과 자연, 안분지족과 풍류가 담긴 상징이다. 대바구니 하나에 담긴 소박한 기쁨이 황금보다 값지다는 생각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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