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茶中十咏·茶人 다인 차 만드는 사람 피일휴(皮日休)
生於顧渚山 차의 영지 고저산에서 태어나
생어고저산
老在漫石坞 만석골에서 늙어 가네.
노재만석오
語氣為茶荈 말의 기세는 모두 차나무와 잎에 관한 것이며
어기위다전
衣香是煙霧 옷의 향기는 연기와 안개에 싸여 나는 것이라네.
의향시연무
庭從穎子遮 차 정원이 부드러운 찻잎에 둘려 가려진 때가 되니
정종영자차
果任獳師虜 유의 군사 같은 농부에게 맡겨져 생포한 듯한 성과이네.
과임뉴사로
日晚相笑歸 해 저물어 서로 웃으며 돌아오는데
일만상소귀
腰間佩輕簍 허리에는 마음 가벼운 광주리 차고 있네.
요간패경루
* 穎子: 木颖子. 여린 찻잎. * 果: 찻잎 딴 성과를 뜻한다.
* 果任獳師虜: 獳師는 진나라 경공(晋景公, ?~기원전 581)의 군대. 이름은 뉴(獳). 군사를 잘 부렸다. 손놀림 좋은 농부들이 진나라 경공의 군사가 적군을 생포하듯 한 잎 한 잎 손톱 또는 훑는 모습이지만 그렇게 읽힐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
‧ 奉和襲美茶具十詠·茶人 〈茶人〉을 받들어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天賦識靈草 하늘이 부여한 영초를 식별한 후에는
천부식령초
自然鍾野姿 야생의 자태에 자연히 술 종지처럼 정을 품게 되었네.
자연종야자
閒來北山下 한가로이 북산 아래 와 보면
한래북산하
似與東風期 마치 동풍과 기약했던 것처럼 새순 피었네.
사여동풍기
雨後探芳去 또다시 비 온 뒤에 향기 찾아 가면
우후탐방거
雲間幽路危 구름 사이 그윽한 길에 차밭 단정하구나!
운간유로위
唯應報春鳥 아아! 때 되면 응당 봄 새가 알려주나니
유응보춘조
得共斯人知 다인은 새 울음 듣고 함께 봄 뜻을 얻네.
득공사인지
* 危: 단정하다. 잘 가꾸어진 차밭의 모습을 나타낸다. 端이나 正은 압운이 아니어서 쓸 수 없다.
* 唯: 감탄사 또는 순종하는 모습. 唯唯와 같다. 예! 예!
* 得共斯人知: 斯人知共得의 도치이다. 평측 안배 제약과 압운 때문에 도치되었다.
⇓ ChatGPT의 해설
〈茶人〉과 〈茶人〉 창화(唱和)
피일휴의 〈茶人〉은 차를 재배하고 따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첫머리에서 시인은 차의 영지인 고저산에서 태어나 만석골에서 늙어 간다고 노래합니다. 고저산은 당대 최고의 명차 산지였는데, 여기서 태어나 늙어 간다는 말은 곧 일생을 차와 함께 보냈다는 뜻입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말소리마저 모두 차나무와 찻잎을 위한 것이고, 옷에서는 연기와 안개가 밴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茶荈(다전)은 차나무와 잎을 뜻하고, 煙霧(연무)는 덖고 말리는 과정에서 옷에 밴 연기와 수증기입니다. 즉, 그들의 삶은 말과 행실, 냄새와 분위기까지 모두 차에 물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구절에서는 차밭이 여린 새싹으로 가득 덮였을 때를 묘사합니다. 여기서 穎子(영자)는 木穎子로 어린 차 싹을 가리킵니다. 차밭이 새순으로 무성해지면 본격적으로 찻잎을 딸 시기가 찾아옵니다.
여섯째 구절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성과는 유의 군사 같은 농부들에게 맡겨져, 생포한 것처럼 쌓인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果는 과일이 아니라 수확의 성과, 곧 바구니에 담긴 찻잎을 가리킵니다. 獳師虜라는 말이 문제인데, 전통적으로는 猱(원숭이 무리)로 잘못 읽혀 원숭이들이 열매를 빼앗는다는 뜻으로 이해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獳(뉴)가 춘추시대 진나라 경공의 이름입니다. 경공은 기원전 6세기 중엽의 군주로, 병법과 전투에 능하여 군대를 잘 다루었습니다. 따라서 獳師는 곧 경공의 군사이고, 虜는 사로잡다라는 뜻입니다. 이 구절은 숙련된 농부들(대개 여성 채엽 군)이 차 싹을 빠른 손놀림으로 훑어내는 모습을, 경공의 군대가 적을 포로로 사로잡듯이 빗댄 것입니다. 果任獳師虜라는 표현은 그래서 바구니 가득 찬 수확은 경공의 군사들이 생포해 온 전공과도 같다는 뜻이 됩니다. 여기서 시인은 수확 현장을 개선장군의 전투 장면처럼 영웅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다음 구절에서는 해 저물어 서로 웃으며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낮 동안 채엽(採葉)을 끝낸 농부들이 성과를 바탕으로 기쁨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허리에는 가벼운 광주리를 차고 있다고 했습니다. 簍(루)는 원래 등에 지는 큰 대바구니지만, 시에서는 허리에 찼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실제로는 수확한 찻잎을 농막에 털어놓고 돌아오는 길이라 바구니가 비어 가볍다는 뜻이기도 하고, 성과를 이루어 마음이 가볍다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육구몽의 창화는 좀 다른 각도에서 다인을 묘사합니다. 첫머리에 하늘이 부여한 영초를 식별한 뒤에는, 저절로 소박한 자태에 정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鍾은 본래 술을 담는 종지(酒器)를 뜻합니다. 술잔에 술이 가득 차듯 마음에 정이 가득 쏟아졌다는 비유로, 차의 담박한 풍모에 매혹된 다인의 심정을 보여줍니다.
세째, 네째 구절에서는 한가로이 북산 아래 와 보면, 마치 봄바람과 약속이라도 한 듯 찻잎이 피어난다고 했습니다. 東風은 봄을 알리는 바람이고, 期는 기약을 뜻하니, 차 싹이 제때 돋는 것을 자연과 약속에 비유했습니다.
다섯째, 여섯째 구절은 비 온 뒤 향기를 찾아 가면, 구름 사이 그윽한 오솔길에는 차밭이 단정하다로 옮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 危는 보통 ‘위태롭다’로 풀이되지만, 원래는 높다, 端正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압운 때문에 端이나 正 대신 危를 썼으나, 맥락상은 잘 가꾸어진 차밭의 정연한 모습을 말한 것입니다.
마지막 결구는 아아, 때가 되면 봄 새가 알려주고, 다인은 그 소리를 듣고 함께 봄의 뜻을 깨닫는다입니다. 唯는 단순히 ‘오직’이 아니라, 원래 감탄사나 대답어(“예!”)로 쓰였던 만큼, 감흥을 살려 ‘아아!’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報春鳥는 봄을 알리는 새이고, 斯人은 다인 자신입니다. 따라서 자연의 새와 다인이 교감하여, 봄의 뜻, 곧 차가 움트는 계절의 기미를 함께 깨닫는 것으로 시가 끝납니다.
이처럼 피일휴는 차인들의 분주한 노동과 전공 같은 성과를 묘사했고, 육구몽은 다인이 자연과 교감하여 계절의 뜻을 아는 경지를 노래했습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결을 가지면서도, 모두 차라는 한 잔의 잎에 스며 있는 삶과 자연의 깊이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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