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茶中十咏·茶舍 차 만드는 집 피일휴(皮日休)
陽崖枕白屋 흰 띠 풀 집은 양지 언덕을 베개 삼아
양애침백옥
幾口嬉嬉活 몇 식구가 희희낙락 생활하네.
기구희희활
棚上汲紅泉 집 위의 샘터에서 해에 비친 붉은 샘물을 긷고
붕상급홍천
焙前蒸紫蕨 덖기 전에 자줏빛 고사리를 찌듯 살짝 찌네.
배전증자궐
乃翁研茗後 노인이 찻잎을 연마한 후에
내옹연명후
中婦拍茶歇 중년 부인은 차를 두드려 다져서 틀을 허무네.
중부박다헐
相向掩柴扉 종일 서로 마주하다 사립문 닫으니
상향엄시비
清香滿山月 달빛 어린 산속에 맑은 향기 가득하네.
청향만산월
* 나타내려는 뜻은 좋으나 전제가 그렇게 잘 읽힐지 의문이다. 해설에 가까운 번역이 되었다. 내가 ‘바담풍’해도 그대는 바람풍으로 알아들으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나의 이해력 부족으로 여겨야겠다. 선현을 비판할 수는 없으니!
* 陽崖枕白屋: 白屋枕陽崖의 도치이다. 평측 안배 제약 때문에 도치되었다. 결코 잘 표현된 것이 아니다.
* 棚: 작고 허름한 집. 乃翁: 타인의 부친. 中婦: 중년 부인. 처
* 拍茶: 당대 단차(團茶) 제작의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 쇠로 만든 차 틀(茶模) 아래에 주름이 곱고 매끄러운 비단으로 된 특수한 천(檐布)을 깔고, 그 밑에는 반쯤 땅에 묻은 돌로 만든 받침대를 설치하여 틀을 고정하는 데 있다. 차 장인은 잘게 찧은 찻잎(茶菁)을 틀에 넣은 뒤, 반복적으로 두드려 눌러 차 덩어리(茶坯)의 구조를 단단히 조인다. 응고가 끝나면 천(檐布)을 이용해 틀에서 빼내어, 고르게 다져진 단차 형태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녹차 제조 과정에서 여러 번 주물러 덖는 상황과는 다르다.
* 歇: 쉬다는 뜻이 아니라 차 제조공정이 끝나서 다진 틀을 허문다는 뜻이다.
* 相向: 相向而行의 준말.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나아감을 뜻한다.
⇕
奉和襲美茶具十詠·茶舍 〈다사〉를 받들어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旋取山上材 이리저리 돌면서 산 위의 재목을 채취하여
선취산상재
駕為山下屋 멍에처럼 걸치니 산 아래 집이 되었네.
가위산하옥
門因水勢斜 대문은 수세에 따라 비스듬하고
문인수세사
壁任岩隈曲 벽은 바위 굽이에 맡겨 굽었네.
벽임암외곡
朝隨鳥俱散 아침이면 새를 따라 모두 흩어졌다가
조수조구산
暮與雲同宿 저녁이면 구름과 함께 묵네.
모여운동숙
不惮采掇勞 채집하는 수고쯤이야 두렵지 않지만
불탄채철로
只憂官未足 다만 관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까 근심하네.
지우관미족
⇓ ChatGPT의 해설
唐대 시인 피일휴의 〈茶舍〉는 양지바른 언덕에 서민의 집을 뜻하는 흰 띠풀집이 기대어 있고, 몇 식구가 희희낙락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집 위쪽에는 햇빛에 비쳐 붉게 빛나는 샘물이 있어 사람들이 그 샘물을 길어 오며, 차를 본격적으로 덖기 전에 고사리를 찌듯 찻잎을 살짝 쪄내는 과정을 거친다. 집안의 어른, 즉 ‘乃翁’이라 불린 노인이 찻잎을 연마하고 나면 중년 부인(中婦)이 차를 틀에 넣어 두드려 다지며, 마침내 공정이 끝나 틀을 허물어낸다. 하루 종일 가족이 함께 일하다가 저녁이 되어 사립문을 닫으면 산속에는 달빛과 어우러진 맑은 차 향기가 가득 번져간다. 여기서 棚은 선반이 아니라 작은 오두막집을 뜻하고, 拍茶는 唐대 단차 제작에서 차를 눌러 다지는 공정을 가리키며, 歇은 ‘쉬다’가 아니라 ‘틀을 허물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따라서 이 시는 허름하지만 정겨운 차 만드는 집에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반면 육구몽의 〈茶舍〉는 시작부터 노동의 현장을 강조한다. 시인은 산 위를 이리저리 돌며 재목을 구해오고(旋取), 그것을 멍에처럼 걸쳐 맞추어 집을 짓는다(駕為). 대문은 물길이 흘러내리는 수세에 따라 비스듬히 놓이고, 벽은 바위의 굽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굽이쳐 세워진다. 아침이면 새처럼 흩어져서 일 나가고, 저녁이면 구름과 더불어 돌아와 묵는다. 겉모습은 피일휴의 시처럼 전원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마지막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차를 따고 거두는 고생쯤은 두렵지 않지만(不惮采掇勞), 다만 관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까 근심한다(只憂官未足)는 것이다. 여기서 掇은 ‘집어 모으다’라는 뜻으로, 단순히 차를 따는 일이 아니라 세공(貢茶) 준비를 의미하며, 官은 벼슬이 아니라 관청, 즉 국가를 가리킨다. 唐대 江南 지역은 차를 중요한 세금으로 바쳤고, 농민과 차인들은 언제나 관청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까를 걱정했다. 결국 육구몽의 〈茶舍〉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노래하다가, 끝에서는 공납의 압박 속에 놓인 현실적 애환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따라서 두 시를 나란히 읽으면, 피일휴의 작품은 소박한 차 생활의 향취를 담은 서정적 기록인 반면, 육구몽의 작품은 관청 세금 부담을 직시한 사회적 풍자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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