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茶中十咏·茶焙 차 건조 피일휴(皮日休)
鑿彼碧巖下 저 푸른 바위를 깎아낸 아래 깊이는
착피벽암하
恰應深二尺 흡사 두 척(50~60cm)에 맞추어야 하는 듯
흡응심이척
泥易帶雲根 진흙으로 쉽게 구름 뿌리인 바위를 두르고
이이대운근
燒難礙石脈 불을 때면 바위틈새로 빠져나가기 어렵다네.
소난애석맥
初能燥金餅 최초에 금덩이처럼 뭉친 떡 모양을 건조하면
초능조금병
漸見乾瓊液 점차 옥 같은 액이 건조해짐을 볼 수 있네.
점견건경액
九里共杉林 아홉 마을이 삼나무 숲에서 함께 하며
구리공삼림
相望在山側 산 측근에서 서로 잘 건조하길 희망하네.
상망재산측
* 茶焙: 오대(五代)에서 명대(明代)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공납용 차를 생산하던 관영 수공업 작업장이지만 蒸青(증청: 막 딴 잎을 바로 증기로 쪄서 찻잎의 녹색과 신선한 향을 유지하는 과정) 이후 烘焙(홍배) 즉, 불에 쬐어 수분을 제거하고 향을 내는 과정을 말한다.
* 鑿彼碧巖下, 恰應深二尺: 深의 번역은 앞 구에 넣어야 한다. 즉 鑿彼碧巖下深, 恰應二尺의 변형이다. 간혹 쓰이는 표현 방법이다.
* 泥易帶雲根 燒難礙石脈: 雲根은 바위 뿌리. 진흙으로 바위를 잘 발라 배로(焙爐)를 설치하면 불이 바위틈새로 빠져나가지 않아서 화기를 모을 수 있다는 표현이지만 그렇게 읽힐지는 의문이다.
⇕
‧奉和襲美茶具十詠·茶焙 〈다배〉에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左右捣凝膏 좌우에서 잎을 찧어 고약 같은 덩이를 만들 때
좌우도응고
朝昏布煙縷 아침저녁 실 같은 연기가 펼쳐지네.
조혼포연루
方圓隨樣拍 두드린 모양 따라 네모 또는 원 모양이 되면
방원수양박
次第依層取 다음 차례는 층위에 따라 취급한다네.
차제의층취
山謠縱高下 산 노래는 방종하듯 높았다가 낮아지고
산요종고하
火候還文武 불은 차의 징후 따라 문무처럼 강약으로 환원시키네.
화후환문무
見說焙前人 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말하길
견설배전인
時時炙花脯 시시때때로 꽃무늬 육포를 구워 곁들인다네.
시시자화포
* 煙縷: 縷煙의 도치이다. 평측 제약과 압운 때문에 도치되었다.
* 方圓隨樣拍: 隨樣拍方圓의 도치이다. 평측 제약으로 도치되었다.
* 山謠縱高下 火候還文武: 火候還文武 山謠縱高下가 올바른 순서이다. 구 자체가 도치되었다. 山謠는 불을 때며 차를 찌를 과정에 흥얼거리는 노래이다.
* 見說은 청설(聽說)로 전해 듣다는 뜻이지만, 기존의 관념을 배제하고 자의대로 풀면 훨씬 생동감이 살아난다. 차를 건조 시키고 나서 남은 불에 고기 구워 먹으면 기막히게 ‘맛있습니다’라고 자랑하는 말과 같다.
* 花脯는 없는 말이지만, 말린 육포로 추정된다. 오늘날 삼겹살을 오화육(五花肉)이라고 부르는 데서 추정할 수 있다.
⇓ ChatGPT의 해설
〈茶焙〉는 차를 건조하는 과정을 묘사이다. 그는 먼저 바위 밑을 파내어 화덕을 만드는 장면을 그린다. 푸른 바위를 깊이 두 자쯤 파내어(鑿彼碧巖下, 恰應深二尺) 규격에 맞는 배로(焙爐)를 설치하는데, 이때 ‘深’ 자가 아래 구절로 밀려난 것은 운율을 맞추기 위한 도치법이다. 이어서 바위틈을 진흙으로 발라 불길이 새지 않게 막는다(泥易帶雲根, 燒難礙石脈). 여기서 ‘雲根’은 구름이 깃든 깊은 바위뿌리를 뜻하는 고어적 표현이고, ‘石脈’은 바위의 결이나 틈새를 말한다. 진흙을 바르면 불이 돌틈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열기가 안에 응집된다는 뜻이지만, 시어로는 다소 거친 면이 있다.
차를 실제로 건조하는 과정도 그려진다. 처음에는 금덩이 같은 덩어리 모양으로 뭉쳐진 찻잎을 말리고(初能燥金餅),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옥 같은 맑은 즙이 마르는 광경을 묘사한다(漸見乾瓊液). ‘燥’와 ‘乾’ 두 글자가 모두 ‘말리다’를 뜻하지만, 반복 사용은 시적 수사를 위해 흔히 쓰였다. 이렇게 가공된 차는 각 마을의 배로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아홉 마을이 삼림 속에서 함께 작업하며(九里共杉林), 산자락 곁에서 서로 응하듯 마주 서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相望在山側). ‘相望’은 단순히 바라본다는 뜻을 넘어, 서로 마주 대응하여 함께 희망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피일휴의 〈茶焙〉는 단순히 기술을 묘사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영 차 제작소의 표준화된 제도와 공동체적 노동 풍경까지 드러낸 작품이다.
이에 화답하여 육구몽(陸龜蒙)도 같은 제목의 시를 지었다. 그는 피일휴처럼 기술적 절차를 강조하기보다는 생활의 생생한 장면을 담아낸다. 좌우에서 잎을 찧어 고약 같은 덩이를 만들고(左右捣凝膏), 아침저녁으로 실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朝昏布煙縷). 여기서 ‘煙縷’는 원래 ‘縷煙(실연기)’가 도치된 것으로, 압운을 맞추기 위해 어순을 바꾼 예다. 찻잎을 두드려 다지면 네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한 덩이가 되는데(方圓隨樣拍), 이것 역시 원래는 ‘隨樣拍方圓’이라는 어순이다. 이렇게 다져진 차는 층층이 차례대로 취급하여 건조시킨다(次第依層取).
차를 덖는 동안 일꾼들은 산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山謠縱高下). 원래 구절의 순서를 바로잡으면 ‘불의 강약을 조절하면서 산노래를 부른다(火候還文武, 山謠縱高下)’가 된다. 여기서 ‘火候’는 불길의 세기만이 아니라, 찻잎의 상태를 살피는 세심한 징후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불을 지피며 차를 찌는 일꾼들의 흥얼거림이 그대로 시에 옮겨진 셈이다.
마지막 두 구절은 생활의 익살을 전한다. 건조장 앞에 있는 사람들이 늘 말하길(見說焙前人), 때때로 꽃무늬 육포를 구워 먹는다 하였다(時時炙花脯). ‘見說’은 본래 ‘들어보니, 전해 듣자니’라는 뜻이지만, 육구몽은 이를 실제 대화처럼 풀어내어 생동감을 살렸다. ‘花脯’는 문자 그대로는 ‘꽃 같은 과육’이지만, 실제로는 고기를 말려 구워 먹는 육포로 추정된다. 오늘날 중국에서 삼겹살을 ‘五花肉(오화육)’이라 부르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차를 덖고 남은 불에 삼겹살 같은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정리하면, 피일휴의 〈茶焙〉가 관영 차 가공의 규격과 제도를 묘사한 시라면, 육구몽의 〈茶焙〉는 그 현장에서 흘러나온 연기, 일꾼들의 노래, 남은 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생활의 익살까지 담아낸 시라 할 수 있다. 두 작품을 나란히 읽으면, 단순히 차를 말리는 과정을 넘어서 차를 중심으로 얽힌 기술, 제도, 공동체, 그리고 인간적인 유희가 한 장면처럼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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