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茶中十咏·茶鼎 차 솥 피일휴(皮日休)
龍舒有良匠 용서 지방에 훌륭한 장인 있어
용서유량匠
鑄此佳樣成 주조하니 이 아름다운 모양이 이루어졌네.
주차가양성
立作菌蠢勢 세우면 버섯이 준동하는 기세로 제작되었고
립작균준세
煎為潺湲聲 달이면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가 나네.
전위잔원성
草堂暮雲陰 초당에는 저녁 구름 그늘지고
초당모운음
松窗殘雪明 소나무 창은 잔설 빛이 밝히네.
송창잔설명
此時勺復茗 이때 국자로 다시 차를 뜨니
차시작복명
野語知逾清 초야의 어조가 더욱 맑음을 알겠네.
야어지유청
* 시제는 차 솥인데 내용은 차를 즐기는 표현으로 흘렀다.
⇕
‧ 奉和襲美茶具十詠·茶鼎 〈茶鼎〉에 창화하다 육구몽(陸龜蒙)
新泉氣味良 새로 끓일 샘물의 기미는 좋지만
신천기미량
古鐵形狀醜 고철의 형상은 투박하네.
고철형상추
那堪風雪夜 어찌 바람과 눈 내리는 밤을 감내할 수 있었겠는가!
나감풍설야
更值煙霞友 더욱 안개와 노을 만드는 친구의 가치를 알 수 있네.
갱치연하우
曾過赪石下 일찍이 적석산 아래를 지날 때도 휴대했고
증과정석하
又住清溪口 또한 청계천 입구에 살 때에도 소유했네.
우주청계구
且共薦皋盧 또한 공감하며 고로 명차를 추천하니
차공천고로
何勞傾斗酒 무엇 때문에 헛되이 말술을 기울이랴!
하로경두주
* 醜는 추하다. 흉하다의 뜻으로 매우 어색하지만, 상성(上聲) 유(有) 운에서는 醜를 대체할 적당한 압운이 없다. 왜 어색한 醜를 썼는지는 압운을 이해해야만 알 수 있다. 新泉氣味良 古鐵形狀醜는 古鐵形狀醜 新泉氣味良이 올바른 표현이다. 즉 고철의 형상은 투박하지만, 새로 끓인 샘물 맛은 좋다라고 표현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良이 압운이므로 전혀 다른 표현으로 흐를 것이다.
* 更值煙霞友: 풍설의 밤을 견디게 해준 차 솥의 가치를 표현했지만, 그렇게 읽힐지는 의문이다. 煙霞는 차를 달일 때의 수증기와 색깔을 나타낸다.
* 赪石, 清溪: 지명의 대장이다. 勞: 徒勞와 같다.
⇓ ChatGPT의 해설
茶中十咏·茶鼎 ― 피일휴(皮日休)
용서(龍舒) 지방에는 훌륭한 장인이 있어 솥을 만들었는데, 주조하여 아름다운 모양을 이루었다. 솥을 세워놓으면 마치 버섯 무리가 꿈틀대듯 우뚝 솟아 있는 기세를 보여준다. 이때 차를 달이면 물 흐르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潺湲). 초당에는 저녁 구름이 드리우고, 소나무 곁 창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빛이 희게 비친다. 이때 국자(勺, 국자)로 차를 다시 떠내면, 시골 사람들의 말소리가 오히려 한층 더 맑게 들려오는 것 같다. 다만 시제는 차 솥(茶鼎)인데 내용은 솥 자체의 가치보다는 차를 마시며 즐기는 정경으로 흘러 시제와 어긋난 점이 있다.
奉和襲美茶具十詠·茶鼎 ― 육구몽(陸龜蒙)
새로 길어온 샘물은 그 맛이 참으로 좋다. 그러나 고철로 만든 차 솥의 형상은 매우 투박하다. 여기서 醜(추하다, 흉하다)라는 글자는 본래 뜻 그대로 쓰이면 부자연스럽지만, 압운에서 上聲 有韻에 맞추려면 마땅한 대체 글자가 없어서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는 “솥의 겉모양은 수려하지 못하다” 정도로 읽어야 한다. 또한 구절의 어순도 원래는 “古鐵形狀醜/新泉氣味良”이 더 자연스럽다. 즉, “솥은 투박하지만 샘물 맛은 좋다”라는 말이 되는데, 그렇게 쓰면 압운이 良(량)으로 바뀌어버리므로 시인은 운을 살리기 위해 어순을 바꾸었다.
이어지는 구절은 “바람 불고 눈 내리는 밤을 어찌 견딜 수 있었겠는가”라고 하며, 곧 “그러나 차 솥이 벗이 되어주었다”는 뜻을 담는다. 여기서 煙霞는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솥에서 피어나는 수증기(煙)와 차빛(霞)을 가리킨다. 차솥은 풍설의 밤을 견디게 해준 참된 벗이라는 의미지만, 시구 자체만 놓고 보면 자연 경치로 읽히기 쉬워 독자가 바로 그렇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섯‧여섯째 구절은 “일찍이 적석산 아래를 지난 적도 있고, 또한 청계천 어귀에 거주한 적도 있다”라고 한다. 주석에서는 赪石을 《산해경(山海經)》과 《수경주(水經注)》에 실린 실제 산 이름으로 보며, 清溪 또한 실제 하천 지명으로 본다. 만약 이를 단순한 바위와 시냇가 묘사로 이해하면 “차 솥이 이곳저곳을 다닌다”는 억지스러운 의인화가 되므로, 지명으로 이해해야 비로소 문맥이 자연스럽다.
마지막 구절은 “차라리 함께 명차 고로(皋盧)를 권하니, 무엇 때문에 헛되이 말 술을 기울이겠는가!”라고 한다. 여기서 皋盧는 唐代 이래로 기록된 최고의 명차 이름이름이다. 흔히 오역되어 고기 요리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顧渚山의 으뜸 차를 가리킨다. 또한 勞는 단순히 ‘수고롭다’가 아니라 徒勞(헛수고)의 뜻으로 읽어야 한다. 결구는 곧 술보다 차가 더 낫다는 가치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且共薦皋盧”라는 구절은 원래는 “서로 공감하여 명차를 권하다”라는 뜻이지만, 평측 제약 때문에 어순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배열된 것이다.
피일휴의 작품은 차 솥 자체보다는 차를 즐기는 풍경을 중심에 두었고, 육구몽의 창화(唱和) 시는 솥의 모양과 기능, 풍설의 밤의 벗 됨, 실제 지명(赪石·清溪), 그리고 명차 고로와 술의 대비까지 담아 차 솥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찬미한다.
醜는 억지스러운 글자이지만 압운 때문에 불가피했다.
煙霞는 경치가 아니라 수증기와 차 빛이다.
赪石과 清溪는 반드시 지명으로 읽어야 한다.
皋盧는 고기가 아니라 명차 이름이다.
勞는 도로(徒勞), 즉 헛수고의 뜻이다.
이렇게 읽으면, 두 시인의 〈茶鼎〉은 단순한 기물 묘사가 아니라 차 솥을 둘러싼 생활, 공간, 운율 제약, 문화적 맥락이 얽힌 작품이라는 점이 한층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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