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酹月懷古 뇌월회고 달빛에 술을 부으며 옛 사람을 그리워하다 긴(緊)운
明月幾時垂四海 명월은 언제부터 사해에 드리웠는가?
명월기시수사해
把酒問天無言彬 술잔 들고 하늘에 물어도 말없이 빛나네.
파주문천무언빈
悲歡離合人生事 비애 환락 이별 만남의 인생사
비환리합인생사
陰晴圓缺如其眞 흐리고 맑고 둥글고 이지러짐도 마찬가지라네.
음청원결여기진
人間萬情叉喜悲 인간의 만 정은 희비를 교차하지만
인간만정차희비
月光無情不變根 달빛은 무정하여 근본은 변함없네.
월광무정부변근
起舞弄清影唯光 일어나 춤추며 맑은 그림자 희롱해도 오직 빛날 뿐!
기무농청영유광
覺醒再看但羞殷 술 깨고 다시 보니 단지 부끄러움만 더할 뿐!
각성재간단수은
人豈妄動戲弄月 인간이 어찌 망령되이 달을 희롱한단 말인가!
인기망동희농월
天光無限施大恩 하늘빛은 무한히 큰 은혜를 베푸네.
천광무한시대은
綺戶不開照無眠 비단 창은 열지 않아도 잠 못 드는 이를 비추고
기호불개조무면
解恨微笑常慇懃 한 달래는 미소는 언제나 은근하구나!
해한미소상은근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 옛 달을 보지 못했으나
금인불견고시월
今月曾經照古人 지금 달은 일찍이 옛사람도 비추었다네.
금월증경조고인
有情無限中秋夜 유정 무한 중추절 밤
유정부한중추야
一杯酹光覺昏神 一잔 술 달빛에 부으며 흐린 혼을 깨우네.
일배뢰광각혼신
* 긴(緊) 운: 긴, 근, 린, 민, 빈, 신, 인, 은, 진, 친, 츤, 흔
* 소식(蘇軾)의 〈水調歌頭·明月幾時有〉와 〈把酒問月〉을 바탕삼아 재편했다. 본의는 今人不見古時月, 今月曾經照古人의 명구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 ChatGPT의 감상
이 작품은 소식(蘇軾)의 〈水調歌頭·明月幾時有〉와 〈把酒問月〉을 바탕으로 재편한 고시이다. 시인은 먼저 “밝은 달 언제부터 사해에 드리웠는가?”라 묻고, 술잔을 들어 하늘에 질문하지만 달은 말없이 빛날 뿐이라고 노래한다. 이 대목에서 인간은 답을 얻지 못한 채, 자연 앞에 선 본연의 존재로 드러난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인간사의 희비와 달빛의 변화를 대비시킨다. 비애와 환락, 이별과 만남은 인생사요, 흐리고 맑고 둥글고 이지러지는 것은 달의 법칙이다. 그러나 인간사의 희비는 마음 따라 요동치는 데 비해 달의 변화는 무정하면서도 근본이 변함없다. 여기서 달빛은 오히려 일정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중반부에서는 인간의 교만이 드러난다. 달빛과 그림자를 희롱하다가 술이 깬 뒤 부끄러움을 깨닫는 장면은, 인간이 스스로의 오만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인간이 어찌 망령되이 달을 희롱하랴!”라는 구절은 달을 함부로 대하는 마음을 꾸짖으며, 이어서 “하늘빛은 무한히 큰 은혜를 베푼다”라고 선언한다. 달은 희롱의 대상이 아니라 은혜와 위로의 상징이다.
이 은혜는 창을 닫아도 여전히 다가온다. “비단 창은 열지 않아도 잠 못 드는 이를 비추고, 한을 달래는 미소는 언제나 은근하다”라는 구절은, 달빛이 무심한 듯 그러나 늘 곁에 있는 은근한 위안을 보여준다. 달은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한을 풀어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마지막 부분은 소식의 구절을 직접 인용하며 달빛의 영원성을 강조한다. “지금 사람은 옛 달을 보지 못했으나, 지금 달은 옛사람을 비추었다”라는 구절은 달빛이 고금의 인간사를 두루 비추어왔음을 드러낸다. 이어 “유정 무한한 중추절 밤, 한 잔 술 달빛에 부으며 흐린 혼을 깨운다”라는 결구에서, 인간은 달빛 속에서 오만을 버리고 새로운 자각과 위안을 얻는다.
이 시는 단순히 선현의 명구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달빛의 무심함과 은혜로움을 통해 인생이 헛되지 않음을 드러낸다. 인생은 덧없지 않고, 달빛의 위로 속에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전통적인 평측 규범을 따르지 않고 대한신운 체계에 따라 지어졌다는 점이다. 평측의 제약을 벗어남으로써, 선현의 작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언어와 감각에 맞게 쉽게 재구성할 수 있는 장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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