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添酒中六咏·酒船 첨주중육영·주선 술배 육구몽(陸龜蒙)
昔人性何誕 옛사람의 성정은 얼마나 괴이했던가!
석인성하탄
欲載無窮酒 끝없이 술을 뱃속에 싣고자 했네.
욕재무궁주
波上任浮身 세파 위에 떠도는 몸을 맡기고
파상임부신
風來即開口 풍상이 닥치면 곧바로 술통 입구를 열었지!
풍래즉개구
荒唐意難遂 뜻 이루기 어려워 황당했으니
황당의난수
沈湎名不朽 불후의 명성인데 술에 빠졌다네.
침면명불후
千古如比肩 천고에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실 수 있다면
천고여비견
問君能繼不 그대에게 묻노니! 계승하지 않을 수 있을지?
문군능계불
* 시제의 船이 이 작품의 열쇠이다. 실제의 배가 아니라 술배를 뜻한다. 口는 술 항아리 주둥이. 4구까지는 부우한 옛사람의 신세, 5~8구는 자신과 친구의 불우한 신세를 나타내었다.
* 荒唐意難遂 沈湎名不朽: 遂意難荒唐 不朽名沈湎의 도치이다. 평측 안배와 압운 때문에 도치되었다. 평측 안배 제약의 폐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품이다.
* 問君能繼不: 그대 역시 시운을 잘못 타고나서 결국 술에 빠지는 신세라는 동정이다.
* 不: 否의 전사오류이다. 酒 口 朽 否는 모두 有운에 속하고 不은 物운에 속한다. 설령 실수이거나 간단하게 不로 나타내었을지라도 否로 써야 한다.
⇕
‧ 奉和添酒中六咏·酒船 〈주선〉을 받들어 창화하다 피일휴(皮日休)
剡桂復刳蘭 계수로 깎아 만든 술통, 다시 기울여 난초 성정을 도려내고
염계복고란
陶陶任行樂 도취되고 도취되어 행락에 몸을 맡기네.
도도임행락
但知涵泳好 단지 술에 잠영하며 젖는 것이 좋다는 것만 알 뿐!
단지함영호
不計風濤惡 풍파의 해악은 헤아리지 않네.
불계풍도악
嘗行麴封內 누룩 있는 봉지 내를 다니면서 맛보니
상행국봉내
稍繫糟丘泊 점차 술지게미 언덕에 배를 정박한 신세라네.
소계조구박
東海如可傾 동해를 기울여 마실 수 있다면
동해여가경
乘之就斟酌 그 배에 편승하여 곧장 따르고 따르리라!
승지취짐작
⇓ ChatGPT의 해설
술배라는 이름의 자조
육구몽의 〈添酒中六咏·酒船〉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배’라 하면 강이나 바다를 건너는 도구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여기서의 船은 그런 실물이 아니다. 그것은 술을 가득 싣고 세상의 물결 위를 떠도는 자아의 형상, 곧 술배다. 시인은 자신의 처지를 배에 비유해 술에 의탁해 사는 삶을 담담히 고백한다.
첫 구절, **“옛사람의 성정은 얼마나 황탄했던가!”**라는 감탄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誕’은 ‘태어나다’의 誕生이 아니라荒誕, 곧 허황하고 기괴하다는 뜻이다. 시인은 술에 미쳐 살았던 옛사람들을 끌어와, 풍자하듯 입을 뗀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다. 이어지는 구절은 곧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술을 끝없이 싣고 싶다(欲載無窮酒). 몸은 세파에 떠다니듯 맡겨 버린다(波上任浮身). 세상의 바람이 불어오면 술항아리의 입을 열고(風來即開口), 다시 술을 찾는다. 이 네 구절은, 겉으로는 옛사람들의 풍류를 비판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술로 도피하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진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다섯째와 여섯째 구절이다.
荒唐意難遂 / 沈湎名不朽
글자 그대로 옮기면 “허황한 뜻은 이루기 어려웠으나, 술에 빠졌지만 이름은 불후했다”가 된다. 하지만 이것은 본래 의도와는 거꾸로 된 표현이다. 한시에서는 평측과 압운, 곧 성조와 운율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이 형식을 맞추느라 문장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본디 뜻은 이렇다.
“불후의 명성을 얻을 만한 재능은 있었으나, 뜻을 펼치지 못했고, 그래서 술에 잠겼다.”
여기서 ‘沈湎(침면)’은 술에 깊이 빠짐을, ‘遂(수)’는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 도치야말로 형식미를 위한 제약이 의미를 비트는 전형적 사례이다.
마지막 두 구는 반문으로 맺는다. “천고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 그대 또한 이어갈 수 있겠는가?”(千古如比肩 / 問君能繼不). 여기서 ‘比肩’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글자 不에는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다. 酒, 口, 朽, 否는 모두 平水韻에서 有韻에 속한다. 반면 不은 物韻에 속해, 같은 운이 될 수 없다. 운율을 맞추려면 반드시 否여야 한다. 오늘날 전해지는 不은 단순한 필사 오류다. 이처럼 운부를 어기는 순간, 시로서는 성립할 수 없다.
결국 이 작품은 화려한 시어로 치장했지만 뜻은 단순하다. 재능은 있었으나 시운을 타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술에 기대어 사는 신세가 되었다. ‘술배’는 바로 이 자조와 풍자의 상징이다.
향기와 술지게미로 꾸민 답가
피일휴는 육구몽의 시를 받들어 화답했다. 제목은 같지만 시선은 조금 다르다. 그는 술배를 아예 상상의 배로 구체화한다. 계수나무와 난초를 깎아 술통을 만들고, 도취의 모습과 양조의 풍경을 곁들인다.
剡桂復刳蘭. ‘剡’은 예리하게 깎는다는 뜻이고, ‘刳’는 속을 도려낸다는 말이다. 계수와 난초는 중국 시에서 향기와 고결함의 상징이다. 현실에선 난초로 배를 만들 수 없지만, 그 과장 속에 뜻이 있다. 술에 빠지면 난초 같은 고결한 성정도 깎여나가고 만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陶陶任行樂. 陶陶는 첩어다. 첩어는 반드시 원래 자의를 그대로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도취도취”라고 옮겨야 취흥의 리듬이 살아난다.
이어지는 두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건 안다—술에 잠기는 즐거움. 나쁜 건 모른다—풍파의 해악.”
涵泳은 물속에 잠겨 노니는 것을, 여기서는 술에 젖어드는 것을 뜻한다. 風濤는 큰 파도, 곧 세상의 험악이다. 술배의 주인은 현실과 단절한 채, 오직 취흥만을 안다.
피일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술배가 누룩 봉지 속을 항해하고(麴封內), 술지게미 언덕에 정박한다(糟丘泊). 술 장치의 내부를 바다로 확장하는 기발한 상상이다. 동시에 이제는 술독 안에 갇힌 신세라는 자조이기도 하다. 결구는 장쾌하다. “동해를 통째로 술로 기울일 수만 있다면, 그 배에 올라 곧장 잔을 따르고 또 따르리라.”(東海如可傾 / 乘之就斟酌)
斟酌은 원래 ‘잔을 따르다, 형편을 살피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따르고 또 따른다’는 반복적 행위로 읽힌다. 과장된 상상은 좌절을 씻어내는 힘처럼 느껴진다.
형식의 제약과 뜻의 비틀림
두 작품은 한시 형식이 지닌 긴장을 잘 보여준다. 육구몽의 시에서는 뜻이 도치되었고, 피일휴의 시에서는 첩어의 반복이 리듬을 살렸다. 평측과 압운의 제약은 시의 음악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의미의 흐름을 뒤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교과서처럼 말해준다. 한시를 읽을 때는 언제나 형식적 제약과 그로 인한 의미의 비틀림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을.
맺음말
두 시 모두 결국 한 줄로 요약된다. “쓸 만했지만 쓰이지 못했다. 그래서 술배가 되었다.” 육구몽은 자기고백과 반문으로, 피일휴는 향기로운 비유와 양조의 구체로 그 진술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형식은 때로 그 뜻을 도치시키기도 했지만, 바로 그 긴장이 시의 생명을 지탱했다. 술배는 단순히 취흥의 상징이 아니라, 좌절과 자조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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