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八月十五日夜湓亭望月 팔월십오일야분정망월 8월15일 심양 수분정(水湓亭)에서 달을 바라보며 백거이(白居易)
昔年八月十五夜 작년 8월 15일
석년팔월십오야
曲江池畔杏園邊 곡강 연못가 살구 전원 변
곡강지반행원변
今年八月十五夜 금년 8월 15일
금년팔월십오야
湓浦沙頭水館前 분포의 모래 어귀 물가 관사 앞
분포사두수관전
西北望鄉何處是 서북에서 바라본 고향은 어느 곳인가!
서북망향하처시
東南見月幾回圓 동남에서 본 달은 몇 회나 둥글었나!
동남견월기회원
昨風吹落無人會 어제 바람 불어 잎 진 신세 알아주는 이 없었는데
작풍취락무인회
今夜清光似往年 오늘 밤 맑은 빛만은 옛날처럼 함께 하는구나!
금야청광사왕년
* 백거이(白居易, 772–846) :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당나라 중·후기의 대표적 시인으로, 현실 비판적이고 서민적 정조를 담은 신악부 운동을 주창하였다.
* 평측을 고려하지 않고 표현에 중점을 두었으므로 흐름이 자연스럽고 대장이 정밀하다. 〈대한신운〉은 바로 백거이의 신악부 운동을 바탕으로 한국어에 없는 평측을 배제하고 이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자는 뜻에서 창안되었다.
* 昔年: 이전 해. 반드시 작년을 뜻하지는 않지만, 작년으로 번역해 둔다. 8구에 昨을 썼으므로 중복을 피한 것이다.
* 幾回 몇 ‘번이나’로 번역하면 더 알맞지만 한글 속에 잠재한 回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몇 회로 번역해 둔다. 본 번역의 지향점은 우리말에 잠재한 한자어를 최대한 발굴하는 데 있다.
⇓ ChatGPT의 해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원화 13년(818년) 중추절 밤, 유배지인 강서성 심양의 수분정(水湓亭)에 앉아 달을 바라보며 이 시를 지었다. 그는 직언을 서슴지 않다가 권세가들의 노여움을 사 중앙에서 쫓겨났고, 강주사마라는 외직에 배치되어 한동안 심양에 머물렀다. 바로 그때, 화려한 수도 장안의 밤과 지금 쓸쓸한 강가의 달밤을 겹쳐 떠올리며 이 작품을 남긴 것이다.
시의 앞부분은 과거와 현재를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옛날 팔월 십오일 보름달을 보던 때, 그는 장안의 곡강지와 행원에서 벗들과 함께 달을 즐겼다. 곡강은 장안의 명승지로 황실이 연회를 열던 곳이었고, 행원은 과거 급제한 신진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던 장소였다. 백거이는 비록 낮은 벼슬을 지녔지만 궁중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보름달을 맞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달밤은 환희와 풍요로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유배된 그는 강가의 분정에 앉아 달을 맞이한다. 장안의 화려한 정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환경, 그 속에서 바라보는 달빛은 쓸쓸할 뿐이다. 시인은 동일한 ‘팔월 십오일 밤’이라는 시점을 놓고, 옛날과 지금을 나란히 놓아 대조함으로써 인생의 무상함을 절절히 드러낸다.
시의 뒷부분에서는 향수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서북쪽을 바라보며 고향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고향은 아득하고, 세월은 흘러 어느새 몇 해째 이곳에서 달을 맞고 있다. 옛날의 즐거움과 지금의 고독이 뚜렷하게 갈라지면서, 달은 세월의 흐름을 상징하는 매개가 된다.
마지막 두 구절은 시 전체의 정조를 압축한다. “어제 바람 불어 잎 떨어진 내 신세, 알아주는 이 없었는데/오늘 밤 맑은 달빛만은 예전처럼 변치 않고 비추는구나.” 바람과 낙엽은 시인의 고독한 처지를 은유하며, 이를 이해해 줄 벗조차 없는 현실을 토로한다. 그러나 동시에 달빛은 예전과 다름없이 변치 않아, 홀로 남은 시인과 함께한다. 사람과 세월은 변했지만 자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비는 단순한 중추절의 감상이 아니라, 인생과 세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옛날의 환희와 지금의 고독, 변하는 인간사와 변치 않는 달빛이 서로 부딪히며, 유배자의 쓸쓸한 마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후대 평론가들은 이 시를 두고 “물은 예전 그대로이나 사람은 이미 달라졌다”라는 정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간이 달라지고, 그 공간의 변화 속에서 감정 또한 변해간다는 점을 시인은 절제된 언어로 드러냈다. 결국 이 시는 화려했던 과거와 고독한 현재를 강렬하게 대비시키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간사의 무상함, 그리고 그 가운데 변치 않고 빛나는 자연의 달빛을 동시에 노래한 작품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백거이가 주창한 신악부 운동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그는 “文章合為時而著,歌詩合為事而作(문장은 시대에 맞게 쓰고, 시는 현실의 일을 위해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측을 억지로 맞추느라 생기는 허황한 소리보다 내용의 충실함과 현실의 반영을 중시했다. 따라서 신악부 운동은 문학적으로는 평측의 강박을 벗어나 자연스러운 표현을 중시한 흐름, 현실적으로는 시를 현실 문제와 직결시킨 개혁 운동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오늘날의 대한신운은 바로 백거이의 정신을 계승하여 평측 구속을 폐지하고, 대장·표현·문법·수미 일관성을 중심으로 새 운율 질서를 세운 체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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