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魚目混珠 어목혼주 물고기 눈이 진주에 섞이다 구(九)운
道乖似爲寶 도리에 어긋나도 보배처럼 여기니
도괴사위보
德高反不符 덕이 높아도 오히려 부합하지 않는다네.
덕고반불부
蓬蒿不成檟 쑥은 차나무가 될 수 없고
봉호불성가
魚目豈爲珠 물고기 눈이 어찌 진주가 되리오.
어목기위주
泥沙漲泉慁 진흙과 모래가 불어나면 샘이 탁해지고
니사창천혼
莨莠茂穀蕪 잡초가 무성하면 곡식은 황폐해진다네.
낭유무곡무
官吏行役汚 관리의 행역이 오염되면
관리행역오
民草怨望愁 민초는 원망하며 근심한다네.
민초원망수
樹同拔異用 나무는 같지만 다른 용도로 뽑히고
수동발이용
才秀取偏收 재능은 뛰어나도 치우쳐 거둔다네.
재수취편수
棄綱豈牽網 벼리를 포기하면 어찌 그물을 끌겠는가!
기강기현망
入岐返失樞 갈림길로 들어 도리어 중추를 잃네.
입기반실추
是非不分明 시시비비는 불분명하고
시비불분명
邪正雜同區 옳고 그름은 한 구역에 섞였네.
사정잡동구
異端角逐進 이단이 각축하며 나아가니
이단각축진
大道沈淪浮 대도는 침윤하며 떠도네.
대도침윤부
訾毁玷珵玉 비난하며 맑은 옥을 더럽히고
자훼점정옥
稱讚擢塵儒 칭찬하며 티끌 선비를 발탁하네.
칭찬탁진유
下應論韓墨 아래로는 응당 한비자와 묵자를 논해야 하고
하응론한묵
上必述文武 위로는 반드시 문왕과 무왕을 진술해야 하리!
상필술문무
將危不知失 닥쳐올 위기에도 실책을 모르고
장위불지실
未治無與憂 다스려지지 않아도 근심 함께 하지 않네.
미치무여우
忠臣長恨歌 충신의 장한가
충신장한가
諷諫稷下賦 풍간의 직하부
풍간직하부
* 구(九): 구, 규, 누(루), 뉴(류), 두, 무, 부, 수, 우, 유, 주, 추, 투, 후, 휴
* 오언배율(五言排律). 배율의 구수는 제한이 없으나 고시(古詩)와의 차이점은 대장에 있다. 고시는 대장(對仗) 하지 않아도 되지만 배율은 수련(首聯)과 미련(尾聯)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장해야 한다. 또한 고시에서는 환운(換韻)할 수 있자만, 배율은 환운(換韻)할 수 없으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운자를 중복할 수 없다.
* 주로 북송(北宋) 사마광(司馬光)의 〈직하부(稷下賦)〉를 재구성했다.
⇓ ChatGPT의 해설
〈충신의 장한가(忠臣長恨歌)〉는 참과 거짓이 뒤바뀐 세상을 향한 시인의 풍간(諷諫, 노래로 꾸짖음)이다. 부제인 ‘풍간의 직하부(諷諫稷下賦)’는 제(齊)나라의 ‘직하(稷下)’를 가리킨다. 직하는 전국시대 수많은 사상가가 모여 학문과 정치, 인의와 법의 문제를 토론하던 지성의 중심지였다. 시인은 그 전통을 빌려, 바른 도리가 무너지고 정치가 혼탁해진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였다.
시의 첫 구절 “道乖似爲寶(도괴사위보) — 도리에 어긋나도 보배처럼 여기고, 德高反不符(덕고반불부) — 덕이 높아도 오히려 부합하지 않는다네.”에서부터 세상의 가치 전도(顚倒)가 시작된다. ‘乖(괴)’는 어긋남을, ‘反(반)’은 도리어·되레를 뜻한다. 곧 도덕이 뒤집힌 세상에서, 도리에 맞지 않는 자가 오히려 ‘보배’로 추앙받고, 진정한 덕인은 세속과 맞지 않는다며 배척당한다.
이어지는 “蓬蒿不成檟(봉호불성가) — 쑥은 차나무가 될 수 없고, 魚目豈爲珠(어목기위주) — 물고기 눈이 어찌 진주가 되리오.”는 가장 널리 알려진 고전적 비유다. 여기서 ‘蓬蒿(봉호)’는 잡초, 즉 ‘쑥’을 가리키며, ‘檟(가)’는 차나무를 뜻한다. 본디 쑥은 차나무가 될 수 없고, 물고기의 눈(魚目)은 진주(珠)로 속일 수 없다. 즉, 진실과 위선, 참과 거짓의 경계를 아무리 꾸며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위백양(魏伯陽)의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에서 처음 등장한 이 비유는, 사마광(司馬光)의 〈직하부(稷下賦)〉에서도 인용되며 세속의 어지러움을 꾸짖는 상징으로 쓰였다. 시인은 이 구절을 빌려, 진리가 거짓으로 덮인 세상의 왜곡을 단호히 고발한다.
그다음 구절은 사회의 근원을 향한다. “泥沙漲泉慁(니사창천혼) — 진흙과 모래가 불어나면 샘이 탁해지고, 莨莠茂穀蕪(낭유무곡무) — 잡초가 무성하면 곡식은 황폐해진다네.” 여기서 ‘慁(혼)’은 ‘흐려지다’, ‘더럽히다’의 뜻으로, 근원의 오염을 상징한다. 도덕의 샘이 흐려지면, 그 물로 자라는 사회의 나무가 병들 수밖에 없다. 이어 “官吏行役汚(관리행역오) — 관리의 행역이 오염되면, 民草怨望愁(민초원망수) — 민초는 원망하며 근심한다네.”라는 구절은, 부패한 정치가 백성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행역(行役)’은 공사나 부역을 의미하고, ‘민초(民草)’는 풀처럼 밟히는 백성을 뜻한다. 권력이 썩으면 백성의 삶은 시들고, 원망과 근심이 나라를 뒤덮는다.
시인은 이러한 부패의 결과를 인사(人事)의 왜곡으로 구체화한다. “樹同拔異用(수동발이용) — 나무는 같지만 다른 용도로 뽑히고, 才秀取偏收(재수취편수) — 재능은 뛰어나도 치우쳐 거둔다네.” ‘拔(발)’은 ‘뽑다’, ‘偏收(편수)’는 ‘편향되게 거둔다’는 뜻이다. 같은 재목이라도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자만이 쓰이고, 참된 인재는 배제된다. 이로써 인사 행정의 근본이 무너진다. 이어 “棄綱豈牽網(기강기현망) — 벼리를 포기하면 어찌 그물을 끌겠는가, 入岐返失樞(입기반실추) — 갈림길로 들어 도리어 중심을 잃네.”라고 말한다. 여기서 ‘綱(강)’은 법과 도의 큰 줄기, ‘樞(추)’는 나라의 중심축을 의미한다. 기강을 버리고 중심을 잃은 국가는, 스스로 길을 잃은 그물과 같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是非不分明(시비불분명) — 시비는 분명치 않고, 邪正雜同區(사정잡동구) — 사악함과 바름이 한곳에 섞였네.” 옳고 그름의 경계가 사라진 세상이다. 도덕이 붕괴된 자리에 각종 사설(異端)이 득세한다. “異端角逐進(이단각축진) — 이단이 각축하며 나아가니, 大道沈淪浮(대도침윤부) — 대도는 침륜하여 떠도네.” 여기서 ‘角逐(각축)’은 서로 다투며 앞서려 함을 뜻하고, ‘沈淪浮(침윤부)’는 가라앉고 떠도는 모습이다. 거짓이 경쟁하며 세상을 지배하고, 참된 도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어서 말한다. “訾毁玷珵玉(자훼점정옥) — 비난하며 맑은 옥을 더럽히고, 稱讚擢塵儒(칭찬탁진유) — 칭찬하며 티끌 선비를 발탁하네.” ‘訾毁(자훼)’는 헐뜯고 훼손한다는 뜻이며, ‘玷珵玉(점정옥)’은 흠이 생긴 맑은 옥, 즉 고결한 인물의 상징이다. 반면 ‘塵儒(진유)’는 먼지 묻은 선비, 즉 아첨꾼을 말한다. 시인은 ‘옥은 더럽혀지고 먼지는 높아진다’는 역설로, 시대의 도덕 전도를 폭로한다.
이후의 구절 “下應論韓墨(하응론한묵) — 아래로는 한비자와 묵자를 논해야 하고, 上必述文武(상필술문무) — 위로는 반드시 문왕과 무왕을 본받아야 하리.”는 현실과 이상을 아우르는 해법이다. 한비자와 묵자는 현실 정치의 기술과 실용을 대표하고, 문왕과 무왕은 덕으로 다스린 성왕의 표상이다. 즉, 나라를 다스리려면 ‘법과 덕’을 함께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의 결말은 냉혹하다. “將危不知失(장위불지실) — 위기가 닥쳐도 허물을 모르고, 未治無與憂(미치무여우) — 나라가 어지러워도 함께 걱정하지 않네.” 지도자는 스스로의 실책을 알지 못하고, 권력자들은 백성과 함께 근심하지 않는다. 시인은 이 무감각과 방관 속에서 참된 충신의 비극을 노래한다. 바로 이것이 ‘충신의 장한(長恨)’이다.
대한신운으로 되살아난 고전의 숨결
〈충신의 장한가〉는 단순한 정치 풍자시가 아니다. 그것은 도와 덕의 붕괴, 거짓의 득세, 그리고 충언이 막힌 시대에 대한 한 시인의 도덕적 기록이다. 주역참동계와 사마광의 직하부에서 비롯된 비유를 인용하되, 이를 오늘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시적 변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대한신운(大韓新韻) 체계 덕분이다. 대한신운은 중국의 평측(平仄) 규율에서 벗어나, 의미·대장(對仗)·문법·정조의 조화를 중심으로 한시를 구성한다. 그 덕에 작가는 고전의 문장을 그대로 빌리면서도, 그것을 현실의 언어와 감정에 맞게 새롭게 엮을 수 있다.
결국 대한신운은 단순한 ‘운율의 개혁’이 아니라, 옛 문장을 오늘의 정신으로 되살리는 창조의 문법이다. 〈충신의 장한가〉처럼 고전의 한 구절이 시대의 혼탁함을 비추는 거울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자유로운 운용 덕분이다. 이처럼 대한신운은 과거의 언어와 현재의 사유를 이어주는 다리이며, 고전이 다시 현실의 언어로 살아 숨 쉬게 하는 시학의 힘이다.
* 어떤 기자가 魚目豈爲珠 蓬蒿不成檟를 인용하면서 출처를 《논어(論語)》로 밝혔다. 논어에는 이러한 구절이 없다. 《논어》가 아니라 東漢(동한) 魏伯陽(위백양)의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에 나온다. 또한 북송(北宋)의 명신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의 〈직하부(稷下賦)〉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ChatGPT 번역을 그대로 옮겨 둔다. 부분적인 부족함은 있을지라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1.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
胡粉投火中 호분을 불속에 던지면
色壞還為鉛 색이 파괴되어 다시 납이 된다.
冰雪得溫湯 얼음과 눈이 따뜻한 물을 만나면
解釋成太玄 녹아 없어져 태현으로 돌아간다.
金以砂為主 금은 모래를 주로 하며
秉和於水銀 수은과 조화를 이룬다.
變化由其真 변화는 그 참됨에서 나오고
終始自相因 시종은 스스로 서로 인연이 된다.
欲作伏食仙 복식선을 이루고자 한다면
宜以同類者 마땅히 같은 부류로 해야 한다.
植禾當以谷 곡식을 심으려면 씨를 써야 하고
覆雞用其卵 닭을 부화시키려면 알을 써야 한다.
以類補自然 같은 부류로 자연을 보완해야
物成易陶冶 만물이 쉽게 성취되고 다스려진다.
魚目豈為珠 물고기의 눈이 어찌 진주가 되겠는가?
蓬蒿不成槚 쑥과 망초가 어찌 차나무가 되겠는가?
類同者相從 부류가 같은 것끼리 서로 따르고
事乖不成寶 이치가 어긋나면 보물이 되지 않는다.
燕雀不生鳳 참새가 봉황을 낳지 않고
狐兔不乳馬 여우나 토끼가 말을 젖먹이지 않는다.
水流不炎上 물은 흐르되 위로 타오르지 않고
火動不潤下 불은 움직이되 아래를 적시지 않는다.
時間多學士 세상에는 학사가 많지만
高妙負良材 고묘한 재능을 가지고도 뜻을 잃는다.
邂逅不遭遇 우연히도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하면
耗火亡資財 불을 낭비하여 재물을 잃는다.
據按依文說 글귀만 좇아 해석하면
妄以言為之 허망하게 말로써 행한다.
端緒無因緣 단서에 인연이 없고
度量失操持 도량이 조절을 잃는다.
搗治羌石膽 광석인 강석담을 두드리고
雲母及礬磁 운모와 명반을 다룬다.
硫磺燒豫章 유황을 태우고 예장나무를 섞어
泥於相煉治 진흙처럼 섞어 정련하려 한다.
鼓下五石銅 솥 아래 다섯 가지 구리를 달구어
以之為輔樞 이를 보조하는 축으로 삼지만
雜性不同類 성질이 서로 달라
安肯同體居 어찌 한 몸으로 함께 있을 수 있겠는가?
千舉必萬敗 천 번 시도하면 만 번 실패하고
欲黠反成癡 영리하려다 도리어 어리석게 된다.
稚年至白首 어려서부터 백발이 되도록
中道生狐疑 도중에 의심만 생긴다.
背道守迷路 도를 등지고 미로를 지키며
出正入邪蹊 바른 길을 나와 사악한 길로 들어간다.
管窺不廣見 관으로 보듯 좁게 보니
難以揆方來 미래의 방향을 헤아리기 어렵다.
‧ 稷下賦 사직 아래서 올리는 글 북송(北宋) 사마광(司馬光)
齊王樂五帝之遐風 제왕은 오제(五帝)의 아득한 풍도를 즐기고
嘉三王之茂烈 三왕(夏禹·商湯·周文王)의 뛰어난 공덕을 찬미하였다.
致千里之奇士 천리 밖의 기이한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
總百家之偉說 백가의 훌륭한 설을 종합하였다.
於是築鉅館 이에 거대한 관청을 세우고
臨康衢 큰 길가에 면하여
盛處士之遊 은자들의 모임을 성대히 하고
壯學者之居 학자들의 거처를 웅장하게 하였다.
美矣哉 아름답도다!
高門橫閌 높은 대문이 가로로 열리고
夏屋長檐 여름집의 긴 처마가 드리워졌으며
罇罍明潔 술병과 잔이 밝고 깨끗하며
几杖清嚴 책상과 지팡이가 맑고 엄숙하였다.
爾乃雜佩華纓 이에 화려한 노끈을 두르고
凈冠素履 깨끗한 관과 흰 신을 갖추었으며
端居危坐 단정히 앉아
規行矩止 법도에 따라 몸가짐을 하였다.
相與奮髯橫議 서로 수염을 휘날리며 거침없이 논하고
投袂高談 소매를 걷고 높은 담론을 나누며
下論孔墨 아래로는 공자와 묵자의 학설을 논하고
上述羲炎 위로는 복희(羲)와 염제(炎帝)의 도를 진술하였다.
樹同拔異 같음을 세우고 다름을 뽑아내며
辨是分非 옳고 그름을 가렸다.
榮譽樵株 칭찬과 명예가 나무 그루터기처럼 무성하고
爲之蓊蔚 그로 인해 숲처럼 우거졌다.
訾毁珵美 비방은 옥의 아름다움을 손상시키고
化爲瑕疵 결점으로 바뀌었다.
譬若蘭芷蒿莎 비유하자면 난초와 향초, 쑥과 풀들이
布濩於雲夢之洳 운몽(雲夢)의 늪지에 널리 퍼진 것 같고
鴻鵠𪃩鶬 기러기와 학이
鼓舞於渤澥之涯 발해(渤海)의 끝에서 날갯짓하며 춤추는 듯하였다.
於是齊王沛然來遊 이때 제왕이 흡족히 와서 즐기며
欣然自喜 스스로 기뻐하였다.
謂稷下之富 그는 “직하(稷下)의 번영은
盡海內之美 천하의 아름다움을 다 모은 것이다”라 하며
慨乎有自得之志矣 스스로 만족스러운 뜻을 품었다.
祭酒荀卿進而稱曰 이에 제사장 순경(荀卿, 곧 荀子)이 나아가 아뢰었다.
「吾王闢仁義之塗 “우리 임금께서는 인의(仁義)의 길을 넓히시고
殖詩書之林 시서(詩書)의 숲을 번성케 하셨으며
安人之慮廣 백성을 편안히 하는 생각이 넓고
致治之意深 정치를 다스리는 뜻이 깊으십니다.
然而諸侯未服 그러나 제후들이 아직 복종하지 않고
四鄰交侵 사방의 이웃이 서로 침략하며
士有行役之怨 선비들은 먼 길의 원망이 있고
民有愁痛之音 백성들은 근심과 슬픔의 소리가 있습니다.
意者臣等道術之淺薄 아마도 신들이 도술이 얕고 부족하여
未足以稱王之用心故也」 임금의 깊은 뜻을 다 받들지 못한 까닭일 것입니다.”
王曰:「先生之責寡人深矣 왕이 말하였다. “선생께서 과인에게 매우 깊은 꾸짖음을 하셨도다.
願卒聞之」 그 말씀의 끝을 듣고자 하오.”
對曰:「臣聞之 순경이 대답하였다. “신이 듣건대,
碔砆亂玉 옥돌에 잡석이 섞이면
魚目間珠 물고기 눈이 진주 사이에 끼이면
泥沙漲者其泉慁 진흙과 모래가 넘치면 샘이 탁해지고
莨莠茂者其穀蕪 잡초가 무성하면 곡식이 시든다고 합니다.
網者棄綱而失敘 그물을 놓는 자가 큰 줄을 버리면 질서를 잃고
行者多岐而喪塗 가는 이가 갈림길이 많으면 길을 잃습니다.
今是非一槩 지금은 시비가 한결같지 않고
邪正同區 사악함과 바름이 한 구역에 섞여 있으며
異端角進 이단이 서로 다투며 나아가고
大道羇孤 큰 도는 외로이 얽매여 있습니다.
何以齊蹤於夏商 이 어찌 하나라와 은나라의 발자취에 나아가며
繼軫於唐虞 당우(堯舜)의 수레자국을 이을 수 있겠습니까?
誠能撥去浮末 진실로 헛된 것을 제거하고
敦明本初 근본을 돈독히 밝히며
修先王之典禮 옛 왕의 예법을 닦고
踐大聖之規模 성인의 법도를 실천하신다면
德被品物 덕은 만물에 미치고
威加海隅 위엄은 바다 끝까지 미치며
忠正修列 충성과 바름이 줄지어 세워지고
讒邪放疎 참언과 사악함은 멀어질 것입니다.
行其言不必飽其腹 그 말을 행하되 반드시 배를 채울 필요는 없고
用其道不必暖其膚 그 도를 써도 반드시 몸을 따뜻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使臣飯梁齧肥 신이 곡식과 고기를 먹으며
而餐驕君之祿 교만한 임금의 녹을 먹는 것보다
不若荷鉏秉耒 차라리 괭이와 쟁기를 들고
而爲堯舜之徒 요순의 무리에 속하는 것이 낫습니다.
惜夫! 아, 애석하도다!
美食華衣 좋은 음식과 화려한 옷,
高堂閒室 높은 집과 한가한 방,
鳳藻鴟義 겉은 봉황의 문채 같고, 뜻은 올빼미와 같으며,
豹文麋質 무늬는 표범 같으나 속은 사슴 같다.
誦無用之言 쓸모없는 말을 외우며
費難得之日 얻기 어려운 세월을 허비한다.
民未治不與其憂 백성이 다스려지지 않아도 그 근심을 함께하지 않고
國將危不知其失 나라가 위태로워져도 그 잘못을 알지 못한다.
臣竊以大王 신은 삼가 생각하건대
爲徒慕養賢之名 대왕께서 현인을 기른다는 명성만 탐하시고
而未覩用賢之實也已」 정작 현인을 쓰는 실제를 보지 못하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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