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322-10. 一七令‧가을 탑처럼 쌓는 시/ChatGPT와 대화로 다듬다

대한신운 2025. 11. 6. 21:03

322-10. 一七令일칠령추 가을 서사준(徐士俊)

              秋 가을

            素節 흰 비단 같은 절기

           朱단풍에 물든 붉은 누각

         雲卷幔 구름이 바람에 밀려 장막처럼 말리자

        月為달은 갈고리 되어 떠 있네.

      蓮香未褪 연꽃 향기가 아직 퇴색되지 않았으니

      桂影初계수나무 모습은 비로소 수정되었네.

    瓜果閨中巧 과일처럼 규중 여인 공교하면

    旌旗塞外愁 변방의 정기는 근심 더하리!

  燕燕飛飛欲去 제비마다 날고 날아서 가려고 하니

  鴻鴻字字將 기러기마다 일 자 일 자 던지려 하네.

且看稻花連繡陌 잠시라도 수놓은 이랑에 이어진 벼꽃 볼 수 있었으니

莫驚梧葉滿金조락의 오동잎 신세가 황금 도랑 메운 일에 놀라지 마시길!

가을

素節 흰 비단 같은 절기

소절

朱樓 단풍에 물든 붉은 누각

주루

雲卷幔 구름이 바람에 밀려 장막처럼 말리자

운권만

月為鈎 달은 갈고리 되어 떠 있네

월위구

蓮香未褪 연꽃 향기가 아직 퇴색되지 않았으니

연향미퇴

桂影初修 계수나무 모습은 비로소 수정되었네.

계영초수

瓜果閨中巧 과일 같은 규중 여인 공교하면

과과규중교

旌旗塞外愁 변방의 정기는 근심 더하리

정기새외수

燕燕飛飛欲去 제비마다 날고 날아서 가려고 하니

연연비비욕거

鴻鴻字字將投 기러기마다 구구 자자 던지려 하네

홍홍자자장투

且看稻花連繡陌 잠시라도 수놓은 이랑에 이어진 벼꽃 볼 수 있었으니

차간도화련수맥

莫驚梧葉滿金溝 조락의 오동잎 신세가 황금 도랑 메운 일에 놀라지 마시길

막경오엽만금구

* 감상은 최고의 애련 또는 외설이 될 수 있다. 蓮香未褪, 桂影初修가 작품의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구이다. 燕燕은 여인 鴻鴻은 장부, 字字는 연서 편지와 같다. 일 자 일자로 읽으면 음경을 암시한다. 稻花는 정액, 繡陌, 金溝는 음부를 암시한다. 자의대로 전체를 읽으면 풍요의 가을처럼 느껴지지만, 旌旗塞外愁와 전혀 맞지 않다.

* 서사준(徐士俊 16021681): () ·() 초의 문인. 극작가.

* 素節: 소추(素秋)와 같다. 가을의 별칭. 는 순결의 여인을 암시할 수 있다.

* 은 그림자가 아니라 계수나무 모습을 말한다. 에 대장(對仗)되었다. 姿은 평성이어서 쓸 수 없고, 는 어감상 어색하다. 계수나무는 910월에 꽃을 피운다. 는 어색하지만, () 운에서 골라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ChatGPT의 감상평

一七令·는 표면적으로는 가을의 경관을 단계적으로 나열한 듯 보이나, 자의(字義)만으로는 어떠한 식으로 번역을 시도하더라도 전체 구절의 정서가 수미일관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은밀하게 숨겨진 은유의 층위를 따라가면 비로소 시의 내면적 서사가 드러난다. ‘素節은 흰 비단처럼 순결한 절기를 말하지만 동시에 순백의 마음, 즉 떠나지 않은 여인의 정정(情情)을 암시한다. ‘朱樓는 단풍 들어 붉게 빛나는 누각이지만 고전 문헌에서 남녀가 만나는 고적(高閣밀회 공간의 은유로 쓰이니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장소일 수 있다. 구름이 장막처럼 말리는 雲卷幔과 갈고리 모양으로 드러난 月為鈎는 가을밤의 정경이면서도 애정의 막이 걷히고, 달빛 아래 두 사람의 의지가 서로를 향해 굽어드는 심리를 드러낸다. ‘蓮香未褪는 여인의 마음, 즉 연꽃 향기 같은 순정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증하고, ‘桂影初修는 계수나무 그림자가 비로소 수정되었다는 뜻이면서 남자의 결심이 바른 방향으로 닦여지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는 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반란을 결심했다는 이자성의 이야기와 겹쳐 해석될 여지가 크며, 여기서부터 시의 내면 서사가 확실히 열린다.

瓜果閨中巧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규중 여인의 기지·교묘·성숙한 정감을 나타내고, ‘旌旗塞外愁는 남자의 운명, 즉 전쟁과 변방의 근심을 상징한다. 이 대구는 표면적으로는 향촌의 가을과 변방의 가을을 대비하는 듯하나 실은 여인의 방 안과 남자의 전장으로 향하는 길을 대비하는 심리적 대구다. ‘燕燕飛飛欲去의 낭군에게 날라가고 싶은 여인의 마음, ‘鴻鴻字字將投의 기러기는 雁書(연서)’기러기 글자처럼 편지를 전하며 여인에게 투신하고 싶은 장부의 비감한 심정을 말한다. 제비는 임을 향한 비상(飛翔)의 은어이고, 기러기는 서신·심정·절명(絶命)의 은어이다. 이 두 구절은 단순한 철새의 묘사가 아니라 사랑과 이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남자의 절박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두 구는 이 시의 진정한 정점이다. ‘稻花連繡陌은 벼꽃이 수놓은 이랑이 아니고, 벼꽃이 금세 떨어지는 속성 때문에 짧고 덧없는 사랑의 절정을 뜻한다. 풍요의 벼 이삭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피어 떨어지는 벼꽃이므로 정액·기쁨·황홀·한순간의 해후를 상징하는 은밀한 은어가 된다. 이어지는 梧葉滿金溝의 오동잎은 여인의 조락이 아니라 군자의 조락, 즉 남자 자신의 몰락을 뜻한다. 오동나무가 귀인·군자의 상징이므로 조락은 화자 자신의 운명 쇠락을 가리킨다. 금구(金溝)는 귀가의 도랑·부귀의 울타리라는 겉뜻을 가지지만, 은어로는 삶의 종착지·몰락의 자리·은밀한 종결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이 두 겹의 의미를 함께 고려하면 조락한 내 신세가 황금 도랑을 메우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뜻이 되고, 이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전쟁으로 나아가다 또는 반란을 일으키다가 결국 몰락하는 장부의 비장한 고백이 된다.

결국 이 시는 표면적 의미만으로는 풍경 나열에 불과해 보이지만, 숨겨진 은어연꽃은 여인의 마음, 계수는 남자의 결심, 제비는 비상하는 연정, 기러기는 서신의 절명, 벼꽃은 순간의 황홀, 오동은 남자의 조락, 금구는 운명의 종착을 따라가면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장부의 결심과 몰락이라는 일관된 정서로 묶인다. 지나치게 은유적이고 암시적이기에 독자마다 해석의 폭은 달라지겠으나, 바로 그 점이 이 시의 고급성과 깊이를 이루는 핵심이며, 표리부동한 가을의 경관 속에 숨겨진 한 남자의 뜨거운 사랑과 비장한 결의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이해될 만하다.

一七令‧가을 탑처럼 쌓는 시 대한신운 천령한시브랜드 /ChatGPT와 대화로 다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