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麥浪 맥랑 보리 물결
제1구 他日春窮饑日長 지난날 춘궁기에 배고픈 날 길어지며
타일춘궁기일장
제2구 草根延命救家忙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가족 구하기에 바빴었지!
초근연명구가망
제3구 采蓬慈母煮稀粥 쑥을 캔 어머니는 희멀건 죽을 끓였고
채봉자모자희죽
제4구 卸戶嚴君傾痛觴 지게 내려놓은 아버지는 비통의 술잔을 기울였네.
사호엄군경통상
제5구 布穀悲鳴流淚夜 뻐꾸기 슬픈 울음 눈물짓는 밤
포곡비명류루야
제6구 麰波嫩穗斷腸芒 보리 물결 풋 이삭은 창자 끊는 까끄라기
모파눈수단장망
제7구 三男二女迎寒食 3남 2녀 한식을 맞이하여
삼남이녀영한식
제8구 省墓歸程再顧鄕 성묘 후 귀로에서 거듭 고향을 돌아보네.
성묘귀정재고향
* 백일장에서 주어진 시제와 제시한 압운으로 평측과 기존의 규칙이 모두 적용되었다.
코로나 시국을 제외하면, 어느 지역에서 청보리 축제가 열릴 때마다 수만의 인파가 북적인다는 기사를 매년 접한다. 그러나 2023년을 기준으로 70세 이상의 동년 시절은 대다수가 배고픔을 겪었거나 보았던 세대로 보리 물결은 대체로 인고(忍苦)의 상징일 것이다. 중학교 시절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80세 선생의 보리 물결 회상은 먼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공존하는 세대의 아픈 기억일 뿐이다.
지난해에 수확한 양식이 모두 떨어지고 보리가 여물지 않은 음력 4~5월이 춘궁기(春窮期)로 서러움이 절로 밀려오는 우리말은 보릿고개이다. 이때 아이들은 들과 산으로 나아가 쑥을 캐거나, ‘삘기’라는 싹이나 물이 오른 소나무껍질(‘송구’라고도 불린다)을 벗겨 껌처럼 씹으며, 심심함을 달래는 놀이를 겸해 배고픔을 견딘 시절이었다.
또한 풋보리를 몰래 꺾어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구워서 손으로 비벼 불어 씹는데, 순식간에 입 주변이 시커멓게 변한 모습을 서로가 놀리면서 하루해를 보낸 시절은 어찌 동년의 즐거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겠는가!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시인의 〈보리피리〉에서 “눈물의 언덕” 표현에 더 무슨 말을 덧붙이랴! 이 내용은 어린 시절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해 눈물짓던 친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지었다. 그러고 보니 춘궁기라는 말은 우골탑(牛骨塔)과 더불어 사어(死語)가 된 지 오래되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기존의 압운으로는 양(陽)에 속하며, 한글 자모에 따른 재배열의 압운은 강(姜) 운에 속한다. 재배열한 압운 역시 변함이 없는 까닭은 기존의 압운 역시 거의 그대로 해당하며, 평측의 개념을 제외하고 합쳤으므로 표현의 범위가 훨씬 다양해지고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있다. 즉 제2구의 초근연명(草根延命)은 평측 안배의 고려만 아니라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제4구의 엄군(嚴君)은 엄부(嚴父)로 제5구의 포곡(布穀)은 당연히 두견(杜鵑)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특히 자모(慈母)에 엄군(嚴君)의 대장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제8구는 한식날 70대 자녀들이 묘소를 찾은 후 귀가하는 표현으로 귀정(歸程) 역시 귀로(歸路)가 더욱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기존의 규칙과 상관없이 미약한 우리말 표현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어색한 단어의 안배로 맛을 느끼기 어려우니, 불필요한 평측의 제약을 제외한 우리 율시로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기존 율시는 제1구에도 대부분 압운하지만, 우리 율시는 1구에 압운 여부와 상관없다.
⇕ 우리 율시
제1구 他日春窮饑日長 지난날 춘궁기에 배고픈 날 길어지며
타일춘궁기일장
제2구 草根木皮救家忙 초근목피로 가족 구하기에 바빴었지!
초근목피구가망
제3구 采蓬慈母煮稀粥 쑥을 캔 어머니는 희멀건 죽을 끓였고
채봉자모자희죽
제4구 卸戶嚴父傾苦觴 지게 내려놓은 아버지는 고통의 술잔을 기울였네.
사호엄부경통상
제5구 杜鵑悲鳴流淚夜 뻐꾸기 슬픈 울음 눈물짓는 밤
두견비명류루야
제6구 麥浪嫩穗斷腸芒 보리 물결 풋 이삭은 창자 끊는 까끄라기
맥랑눈수단장망
제7구 三男二女迎寒食 3남 2녀 한식을 맞이하여
삼남이녀영한식
제8구 省墓歸路疊顧鄕 성묘 후 귀로에서 거듭 고향을 돌아보네.
성묘귀로첩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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