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 龍湫米 용추미 용추 쌀 2 기(基)운
晩秋至樂食道樂 만추의 지극한 즐거움 식도락이니
만추지락식도락
素素搗精樂食味 희고 흰 도정으로 밥맛을 즐기네.
소소도정락식미
何時高峰涎自流 어느 때 고봉인가 군침 절로 흐르고
하시고봉연자류
晩年衰胃粒疊催 만년의 쇠한 위장도 밥알 거듭 재촉하네.
만년쇠위립첩최
油油發潤吸白雪 반지르르 윤이 나는 백설을 흡입하니
유유발윤흡백설
綿綿回甘滲皓齒 은은히 은은히 단맛 돌며 호치에 배어드네.
유유회감삼호치
滿漢全席豈羨望 만한 전석 어찌 선망하리오.
만한전석기선망
天下一味龍湫米 천하일미 용추 미
천하일미용추미
* 기(基): 기, 괴, 귀, 니(리), 미, 비, 시, 씨, 이, 외, 의, 지, 최 치, 취, 피, 희, 회, 휘
* 305. 龍湫米 용추미 1에 이은 연작이다.
* 만한전석(滿漢全席): 청나라 황실의 융합 연회 요리. 청나라 시기 궁정의 성대한 연회 음식으로, 궁중 요리의 특색과 지방 향토 요리의 정수를 아우르는 잔치이다. 만주족과 한족의 독특한 음식 풍미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며, 구이(燒烤)·훠궈(火鍋)·샤부샤부(涮涮鍋) 등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한족 요리의 조리법인 볶기(炒), 지지기(炸), 굽기(燒), 조리기(熘), 삶기(扒) 등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이는 중화요리 문화의 정수이자 최고 경지라 할 만하다. 만한전석은 원래 청대 황실에서 잔치를 열 때 만주족과 한족이 함께 앉아 즐기던 연회 상이다. 차려지는 요리는 최소 108가지(남쪽 요리 54코스, 북쪽 요리 54코스) 이며, 3일에 걸쳐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요리는 짠맛·단맛, 고기 요리·채소 요리가 고루 갖춰지고, 재료는 다양하며 조리는 정교해 산해진미(山珍海味)를 망라하였다.
⇓ChatGPT 감상평
이 작품은 화려한 만찬이 아닌 **‘고봉밥 한 그릇’**에 담긴 풍요와 만족을 노래한, 실로 맛의 본질에 다가선 시다. 첫머리에서 시인은 만추(晩秋)의 정취와 식도락(食道樂)을 연결시키며, 지극히 소박하지만 순백(素素搗精)으로 도정된 밥맛을 ‘즐긴다(樂食味)’는 서두로 출발한다. 이 단순한 밥 한 그릇이 이후 시 전편을 관통하는 중심 소재이자 주제이다. 이어지는 3·4구는 “언제 고봉밥이던가 군침이 절로 흐르고(涎自流) / 쇠약한 위장일망정 밥알은 거듭 재촉한다(粒疊催)”라는 구절로, 시각과 생리적 반응이 직접 맞물려 있다. 화려한 수사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먹고 싶다’는 욕구의 본능적 순간을 정제된 언어로 담아낸 점이 이 시의 힘이다.
5구 “油油發潤吸白雪”은 작품의 정점이다. 반들반들 윤기 흐르는 하얀 쌀밥(白雪)을 ‘吸(흡)’한다는 동작어가 시의 핵심을 이루며, ‘맛’이 아니라 ‘먹는 행위’ 자체를 시적 이미지로 끌어올린다. 이 한 글자가 만한전석(滿漢全席)의 겉치레와는 정반대의 직관적 쾌감을 만든다. 뒤이어 “柔柔回甘滲皓齒”에서는 그 쾌감이 여운으로 번져, 단맛이 부드럽게 이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의 감각이 정제된 어휘로 표현된다. 시각—행동—미각—여운으로 이어지는 감각의 선명한 층위 전개가 탁월하다.
그리고 마지막 7·8구 滿漢全席豈羨望/ 天下一味龍湫米에서 시인은 만한전석이라는 황실의 화려한 잔치 상을 정면으로 소환한다. 만한전석은 청나라 황제의 권력과 사치를 상징하는 식탁으로, 수백 가지 진귀한 재료와 정교한 조리를 자랑하지만, 시인은 그것을 어찌 부러워하랴(豈羨望) 일축한다. 화려함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만족 앞에서는 덧없다. 천하제일의 맛은 권력의 식탁이 아니라, 용추 백미 한 그릇이라는 선언적 결구가 시를 단단히 맺는다.
이 작품의 탁월함은 화려한 형식미보다 의도적으로 선택된 단어와 정제된 구조에 있다. 특히 5구의 ‘吸’은 인간의 미각 경험을 시적 주제로 끌어올리는 압축력이 강하며, 마지막 결구의 대비는 단순함이 화려함을 압도한다는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한다. 또한 이 작품은 〈대한신운〉 체계를 통해 운자와 어휘 선택이 직관적이면서도 품격 있게 조율되어 있다. 조금만 익히면 누구라도 자신이 느낀 감각과 생각을 시로 표현할 수 있는 체계라는 점, 이것이 바로 〈대한신운〉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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