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 龍井試茶 용정시차 용정에서 차를 시음하다 고응면(高應冕)
天風吹醉客 하늘 바람이 불어 객을 취하게 하니
천풍취취객
乘興過山家 흥에 겨워 산중 찻집을 들르네
승흥과산가
雲泛龍沙水 구름이 용정 호수 모래밭에 떠돌 듯이
운범룡사수
春分石上花 이 봄 바위 찻상에서 달인 차꽃을 나누네
춘분석상화
茶新香更細 새 차 향기는 더욱 미세하고
다신향갱세
鼎小煮尤佳 작은 솥에 달일 때 특히 고우네
정소저우가
若不烹松火 만약 소나무 불로 달이지 않아도
약불팽송화
疑餐一片霞 한 조각 노을을 먹는 듯 의심했으리
의찬일편하
* 고응면(高應冕 1503~1569): 명대 문인. 자(字)는 문충(文忠), 호(號)는 영호(穎湖). 저장(浙江) 인허(仁和, 오늘날의 항저우) 출신.
* 天風(주어)/吹(동사)/醉(동사)/客(목적어)으로 풀이해야 정확하게 번역된다. 메우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 雲泛龍沙水 雲(주어)/泛(형용동사)/龍沙水(목적어 구) 구름은 용정 호수 모래밭에 떠돌 듯이
春分石上花 春(주어)/分(동사)/分石上花(목적어 구) 이 봄에 바위 위에서 꽃잎을 나누네.
반드시 이 구조로 번역해야 수미일관한다. 春分이 아니다. 花는 돌 위의 꽃이 아니라 찻물이 끓을 때 찻잎이 꽃처럼 피어나 맴도는 모습을 나타낸다. 차를 끓일 때의 상용 표현이다. 올바른 율시의 번역에는 대장(對仗) 구조의 이해가 필수이다.
* 細: 용정차의 맛을 나타내는 핵심어지만, 자의만으로는 용정차의 맛을 잘 느끼기 어렵다. 미세라는 번역 자체도 용정차맛을 제대로 나타내기 어렵다. 세풍(細風) 즉 부드러운 봄바람 같은 향기의 뜻으로 풀이해 둔다.
* 若不烹松火 疑餐一片霞: 소나무 불로 달일 때 그 맛이 한층 두드러진다. 또는 어떻게 끓여도 풍미가 짙다는 표현이지만 표면의 자의만으로는 그렇게 읽힐지 의문이다.
* 용정차(龍井茶)는 중국 절강성(浙江省)의 특산품이다. 빛깔은 푸르고(色翠), 모양은 아름답고(形美), 향은 그윽하며(香郁), 맛은 순하다(味醇)는 네 가지 특징으로 천하제일 명차로 꼽힌다. 특히 담백하면서도 멀리 가는 향(淡而远), 맑고 투명한 향(香而清)으로 불리는 독특한 품질과 매력을 지녀 중국 10대 명차 가운데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는 계절이 찾아온다. 단숨에 취할 수 있는 커피 향도 물론 좋지만, 잔잔히 피어오르는 찻향 속에서 잠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다.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 속에 계절의 공기와 사람의 정서가 스며 있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오래전부터 ‘명차(名茶)’라 불리는 차들이 전해 내려온다. 시대와 지역, 평가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흔히 중국 10대 명차로 꼽히는 차들은 오늘날에도 가장 널리 사랑받는 대표적인 차들이다. 항저우(杭州)의 서호용정(西湖龍井), 쑤저우(蘇州)의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 안후이(安徽) 황산의 황산모봉(黃山毛峰), 장시(江西) 여산의 여산운무(廬山雲霧), 후난(湖南) 군산의 군산은침(君山銀針), 안후이 육안의 육안과편(六安瓜片), 푸젠(福建) 무이산의 무이암차(武夷岩茶), 안시의 철관음(鐵觀音), 허난(河南) 신양의 신양모첨(信陽毛尖), 그리고 윈난(雲南)의 보이차(普洱茶)가 그것이다.
이 차들은 대부분 안개 자욱한 고산지대에서 재배되어 향이 맑고 깊으며, 맛은 담백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각 지역의 풍토와 전통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어, 한 모금만 마셔도 그곳의 계절과 풍경이 입안에 번지는 듯하다.
이제 커피잔을 잠시 내려놓고, 찻잔을 손에 올려보자. 찻잎이 피어오르며 만들어내는 향과 맛 속에는 천천히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담겨 있다. 이 계절, 중국의 10대 명차를 따라 찻길을 걸어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차 한 잔 속에서 계절이 익어가고, 마음도 차분히 물들어갈 것이다. 10대 명차 예찬에 대한 작품을 차례대로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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