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1. 追慕玉溪盧禛先生 추모 옥계 노진 선생/경(經)운
玉質明理佑聖朝 (옥질명리우성조)
옥의 자질은 이치 밝혀 성조를 보우하고
溪流潤鄕垂淸影 (계류윤향수청영)
시네 흘러 향리 적시며 맑은 그림자를 드리우네.
驚犬戒吏求仁盡 (경견계리구인진)
개를 놀라게 하는 관리를 타이르며 인을 구함을 다하고
立馬撫氓抱愁行 (입마무맹포수행)
말을 세워 백성 어루만지며 근심을 안고 가시네.
昏定晨省奉賢母 (혼정신성봉현모)
혼정신성 어진 어머니를 모시고
雲起鶴鳴逍空庭 (운기학명소공정)
구름 일고 학이 우는 빈 뜰을 거니네.
圍氈透風濕侵席 (위전투풍습침석)
모포를 둘러도 바람은 통하고 습기는 자리를 파고드니
堂前拂塵仰芳名 (당전불진앙방명)
당 앞에서 먼지 털며 향기로운 이름을 우러르네.
* 〈대한신운〉으로 실시한 제5회 함양향교 전국 한시 백일장의 장원작품은 위와 같이 선정되었다. 심사 기준은 옥계 선생의 작품 가운데 4자 이하의 자구를 각 구 또는 한 구에 인용할 것을 권장하며, 대장에서는 4자 이하를 인용하되 한 구만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에 맞추어 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삼았다.
보통 추모작품을 짓게 되면 다소 두루뭉술하게 지어도 그럴듯하게 보이며, 압운이 주어지는 이상 작품의 내용 또한 99%가 거의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정한 추모란 상대를 더욱 깊이 연구하는 데서 비롯되며, 그러한 자료는 남긴 작품을 열독(閱讀)하는 데 있다.
옥계 선생의 작품 가운데 100수를 선정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해 두었다. 백일장에 참가하는 문사라면 최소한 열 번 이상은 열독(閱讀)한 뒤에야 비로소 붓을 들었어야 할 것이며, 심사를 위해서는 백 번 이상 검색하며 인용할 자구를 살피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조건의 인용이 아니라, 옥계 선생을 추모할 내용에 부합하는 자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옥계 선생의 행적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뛰어난 문장, 백성을 잘 다스려 칭송받은 치성(治聲), 지극한 효행, 그리고 청백리의 정신이 그것이다.
보통의 경우 이 네 가지를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압운이 주어지는 이상 표현이 자칫 두루뭉술해지기 쉽다. 그래서 위와 같은 조건을 둔 것이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자구를 찾아내어 적절히 조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원작품은 이러한 요구 조건에 매우 충실하게 부합하고 있다.
수련(首聯)
玉質明理佑聖朝 옥의 자질은 이치 밝혀 성조를 보우하고
溪流潤鄕垂淸影 시내 흘러 향리 적시며 맑은 그림자를 드리우네.
玉과 溪를 위아래로 나누어 표현했다. 玉溪라고 표현과 이처럼 나누어 넣는 것은 매우 차이가 나는 능력이다. 또한 淸溪로 표현하면 한 단위지만, 溪/流는 주어/동사의 구성이므로 두 단위가 된다. 백일장에서 한 단위 수의 차이는 앞으로 대한신운 작품의 평가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표현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제1구는 치성(治聲)을 나타내고 제2구는 청백리의 삶과 지극한 효행을 전한 내용을 포괄한 것이다.
함련(頷聯)
驚犬戒吏求仁盡 개를 놀라게 하는 관리를 타이르며 인을 구함을 다하고
立馬撫氓抱愁行 말을 세워 백성 어루만지며 근심을 안고 가시네.
제3구의 驚犬戒吏는 〈삼정동(三井洞)〉에서 요역(徭役)의 관리들이 어찌 개를 놀라게 해서 짖게 하겠는가! 라는 徭吏豈能驚吠犬 구의 인용이다. 선생이 세금을 독책(督責) 하면서도 얼마나 백성의 마음을 헤아렸는지가 잘 드러나는 구이다. 인을 구한다(求仁)는 〈화로경시(和魯卿詩)〉 구인요제(求仁要濟)의 인용으로, 두 시 구의 조합으로 한 구가 이루어졌다.
제4구의 입마(立馬)는 〈화개동구(花開洞口)〉에서 석양에 말을 세운다는 사양입마(斜陽立馬)의 인용이며, 맹(氓)은 〈차강중(次姜仲)〉의 지친 백성을 독책 하는(督責疲氓) 불편한 마음을 인용한 것이다. 백성을 나타낼 때 예외없이 민(民)을 쓰며 선생의 작품 속에서도 많이 언급되지만, 민은 인용이라 볼 수 없으며, 100수 중에서 맹(氓)이 한번 언급된다. 그러므로 맹(氓)을 쓴 문사는 최소한 선생의 작품을 읽어보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경련(頸聯)
昏定晨省奉賢母 혼정신성 어진 어머니를 모시고
雲起鶴鳴逍空庭 구름 일고 학이 우는 빈 뜰을 거니네.
제5구의 혼정신성(昏定晨省)은 〈문경판상(聞慶板上)〉의 신혼(晨昏) 구를 〈천자문(千字文)〉의 구로 확대한 것이며, 봉현모(奉賢母) 또한 이 작품에서 인용한 것이다. 제6구의 운기(雲起)는 〈송류양구(送柳楊口)〉의 인용이며, 학명(鶴鳴)은 〈차박군옥운(次朴君沃韻)〉에 나오는 일학(逸鶴)의 변용이며, 공정(空庭)은 〈유장수사야음(遊長水寺夜吟)〉에서 인용되었다. 학은 선생의 100수 중에서 여섯 번 등장한다. 다만 혼정신성(昏定晨省)과 운기학명(雲起鶴鳴)은 주어/동사/주어/동사로 품사가 일치하므로 기본 대장(對仗)은 맞지만 약간은 어색하다.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선생의 작품을 무리하게 인용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미련(尾聯)
圍氈透風濕侵席 모포를 둘러도 바람은 통하고 습기는 자리를 파고드니
堂前拂塵仰芳名 당 앞에서 먼지 털며 향기로운 이름을 우러르네.
제7구의 위전투풍(圍氈透風)과 습침석(濕侵席)은 〈유하낙강(流下洛江)〉의 인용으로 청백리의 삶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 대장(對仗) 구가 아니므로 위아래를 조합해도 상관없다. 단순히 청백리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이처럼 청백리의 삶이 어떠한가를 함축이나 은유로 표현하는 데 시의 묘미가 있다. 시는 기록의 표현이 아니라 그 기록을 어떻게 시어로 형상화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제8구는 맺음으로 보통은 제사를 모신다(奉祀)나 소매를 여민다는 정금(整襟) 표현이 주를 이루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불진(佛塵)으로 나타내었다. 불진은 굳이 인용이라 할 것까지는 없지만, 〈저숙신흥사(抵宿神興寺)〉 절진(絶塵)의 변형이며, 사당 앞에서 잠시나마 세속의 먼지를 털어내고 선생을 우러르는 마음이 잘 나타난다. 塵은 제시한 100수 중에 네 번 나타난다. 수련(首聯)에서는 선생의 일생을 총합하여 나타내었고 함련(頷聯), 경련(頸聯), 미련(尾聯)에서는 이를 잘 증명한 두괄식이다. 선생의 작품 중에서 불진(佛塵)을 제외하더라도 아홉 수가 인용되었다. 앞으로 추모를 시제로 할 때는 매우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평소의 감흥을 나타내는 데는 상관없지만, 백일장에서는 표현의 단위 수 또한 매우 중요한 〈대한신운〉의 심사 기준이 될 것이어서 단위 수를 분석해 둔다.
玉質(주어)/明(동사)/理(목적어)/佑(동사)/聖朝(목적어)
玉(주어)/質(주어)/明(동사)/理(목적어)/佑(동사)/聖朝(목적어)
溪(주어)/流(동사)/潤(동사)/鄕(목적어)/垂(동사)/淸影(목적어)
驚(동사)/犬(목적어)/戒(동사)/吏(목적어)/求(동사)/仁(목적어)/盡(동사)
立(동사)/馬(목적어)/撫(동사)/氓(목적어)/抱(동사)/愁(목적어)/行(동사)
昏(주어)/定(동사)/晨(주어)/省(동사)/奉(동사)/賢母(목적어)
雲(주어)/起(동사)/鶴(주어)/鳴(동사)/逍(동사)/空庭(목적어)
圍(동사)/氈(목적어)/透(동사)/風(목적어)/濕(주어)/侵(동사)/席(목적어)
堂前(주어)/拂(동사)/塵(목적어)/仰(동사)/芳名(목적어)
모두 49단위이다. 물론 내용이 우선해야 하며, 단위 수만 가지고 우열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대한신운〉의 장점이다. 백일장에서는 최소한 37단위까지는 근접해야 하며, 이처럼 49단위 구성은 참으로 뛰어난 능력이다. 불필요한 평측이 작동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혼정신성(昏定晨省)이 대장(對仗) 구가 아닌 수련이나 미련에 쓰일 때는 관용어이므로 한 단위에 속하며, 수련이나 미련에서도 대장을 할 경우에는 4단위로 작동한다. 한 수의 작품에는 이처럼 수많은 궁리가 필요하며, 이러한 궁리 끝에야 백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인정할 만한 작품이 탄생하는 법이어서, 56자 8구의 짧은 글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깊은 사유와 정밀한 구성이 담겨 있는 것이다.
'대한신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53. 初夏 초여름/ChatGPT와 대화로 짓다 (0) | 2026.05.06 |
|---|---|
| 552. 布穀聲 뻐꾸기 소리/ChatGPT와 대화로 짓다 (3) | 2026.05.05 |
| 551. 再入咸陽 7 다시 함양을 들어서며 7/ChatGPT와 대화로 짓다 (0) | 2026.05.04 |
| 550. 車前草 질경이/ChatGPT와 대화로 짓다 (0) | 2026.05.03 |
| 549. 再入咸陽 6 다시 함양을 들어서며 6/ChatGPT와 대화로 짓다 (0) | 202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