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1-1. 春宿左省 춘숙좌성/대한신운·가(家)운
花隱掖垣暮 (화은액원모)
밤꽃이 곁채 담장밖에 은밀하게 숨어든 저녁
啾啾棲鳥過 (추추서조과)
관리는 ‘추~추’하다 새를 깃들이듯이 들이네.
星臨萬戶動 (성림만호동)
유성이 만 집에 임해 근심 요동치는 격
月傍九霄多 (월방구소다)
달빛 궁궐에 가까워져 근심 많아지는 격
不寢聽金鑰 (불침청금약)
잠 못 이루고 금문 자물쇠 소리를 듣나니
因風想玉珂 (인풍상옥가)
풍기문란에도 옥 같은 얼굴을 상상해 보네.
明朝有奉事 (명조유봉사)
내일 아침 조정에 받들 일 많을 것인데
數問夜如何 (삭문야여하)
자꾸 물으리! 밤에 무슨 일 있었냐고!
* 대한신운 가(家)운과 일치하므로 대한신운으로 분류해 둔다. 관리들의 풍기 문란한 작태를 통렬하게 꼬집었다. 달빛이나 별빛은 본래 밝을수록 길상과 행운을 상징하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빌려 반어로 표현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左省은 문하성의 별칭이며, 掖垣 또한 문하성의 별칭으로 담장을 나타낸다. 花는 첩이나 기녀를 상징한다. 隱은 은밀하게 숨어든다는 뜻이다.
啾啾는 이 작품을 올바르게 번역해 내는 핵심이다. 단순히 啾啾가 아니라 啾~~啾로 읽어야 한다. 啾는 어린아이의 작은 소리를 뜻한다. 여기서는 숙직하는 관리가 궁궐 담장 밖의 여인을 몰래 불러들이기 위해 보내는 신호이다. 총각이 엄한 아버지를 둔 처녀를 밤중에 몰래 불러내기 위해 집 주위를 배회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새소리 같은 휘파람을 불거나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옛이야기 장면을 떠올려 보면 바로 이해될 것이다.
萬戶와 九霄의 대장(對仗)에 대한 이해 또한 이 작품을 올바르게 읽어 내는 열쇠이다. 萬戶는 백성을, 九霄는 궁궐을 뜻한다. 밤새 촛불을 밝히고 황제와 신하가 정사를 걱정해도 나라의 안정을 장담하기 어려운 판국에, 관리들은 숙직을 핑계로 여인을 불러들이고 있으니 어찌 나라가 망국으로 기울지 않겠는가! 그래서 動은 동요로, 多는 근심 많음을 나타낸다. 대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드러난 자의만으로 번역해서는 심도 있는 작품을 제대로 보아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관은 내일 보고할 일들을 두보에게 떠넘겨 놓고 즐기는 중이다.
星은 여인의 눈동자 혹은 여인 자체를 상징하며, 月 또한 마찬가지이다. 不寢은 불침번의 상황과 연결된다. 지금 두보는 하급 관리로서 상급자의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장면이 눈앞에 선하다. 金鑰은 不寢과 완연한 대비를 이룬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방 안에 변기가 있는 시대도 아니었으므로, 상관과 여인은 밤새 여러 번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두보는 그 문고리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는 중이다. 그래서 風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풍기 문란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
玉珂는 미인의 상징이다. 이러한 풍기 문란한 상황 속에서도, 어느 기루에서 왔는지 그 여인의 얼굴을 상상해 보는 표현이다. 미련(尾聯)은 냉소와 함께 해학이 깃든 표현이다. 다음 날 출근한 동료가 조회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상관을 보며 두보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느냐라고 능청스럽게 묻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상관을 정면으로 욕하지 않고, 전혀 엉뚱한 花·鳥·星·月·萬戶·九霄 등을 빌려 본의를 드러내는 최고의 표현이 바로 흥(興)의 수법이다. 꽃은 꽃이 아니요, 새는 새가 아니며, 별은 별이 아니요, 달은 달이 아니다.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어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된다. 이처럼 흥의 수법으로 뛰어나게 표현할 수 있다면, 한시 작가로서 최고의 경지라 할 것이며,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외에도 두보 작품에 대한 소개는 모두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천한 전문가의 검증을 통과한 번역임을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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