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운

567-1. 豌豆 완두 1/ChatGPT와 대화로 짓다

대한신운 2026. 5. 20. 09:15

567-1. 豌豆 완두 1/대한신운·()花雲

初夏雨後綠陰深 (초하우후녹음심)

초여름 비 온 뒤 녹음 짙어지고

豌上結滴含暉 (완상결적함휘)

완두 위 맺힌 방울 해를 머금어 아름답네.

飛來黃蝶翩翩舞 (비래황접편편무)

날아 온 노랑나비 나풀나풀 춤을 추니

迎接白花嫣嫣 (영접백화언언)

영접한 하얀 꽃은 방실방실 미소 짓네.

生長曲蔓一一理 (생장곡만일일리)

자라며 굽은 줄기 하나하나 돌봐주니

伸出柔絲相相 (신출유사상상)

내민 부드러운 실은 서로서로 교차하네.

䠤䠤孫女如抱起 (척척손녀여포기)

아장아장 손녀 안아 일으키듯

莢滿待日盡誠 (협만대일진성)

꼬투리 가득 차는 날 기다리며 정성 다해 노력하리!

* (): , , , , , , , , , , , , , , , , , , ,

* 회원의 작품이다. 시청에서 고위직으로 퇴직한 뒤 향리를 돌보며 한시 작법에 관심을 가진 분이다. ‘화운(花雲)’이라는 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맑고 해맑다. 비록 고전을 전문으로 배운 적은 없고 전공 또한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삶의 경험을 지식의 전이로 녹여내었다. 이 작품은 한글 원문 제4구에서 기다리던 꽃잎들은 방실방실 미소 짓네라고 표현했으므로 를 안배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 운으로 구성된다. 4구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 또한 가공이 아니라 원문을 충실하게 나타내어야 원작자의 의도에 부합하게 된다.

대한신운은 단순히 한시를 짓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시조의 리듬에 한 구를 더하여, 3·4·3·4 혹은 4·3·4·3의 율조를 유지하면서도 한시의 형식 체계에 맞게 표현하려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한시 짓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서와 호흡을 한글로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대부분 간과한다. 이번 작품은 손녀와 함께 완두를 수확하며 기쁨을 나누는 정경을 다시 한 수로 더하기로 약속한바 완두 1로 해 둔다. 동시와 같은 한글 원문은 다음과 같다.

 

초여름 비 그치니 녹음 더욱 짙어지고

풀잎 위의 빗방울은 햇살 받아 반짝이네.

찾아온 나비들이 나풀나풀 춤을 추니

기다리던 꽃잎들은 방실방실 미소 짓네.

자라며 휘어진 몸 하나하나 돌봐주니

내밀은 여린 손을 서로서로 마주잡네.

어린 손녀 서툰 걸음 넘어지면 일으키듯

꼬투리가 찰 때까지 정성 다해 보살피리!

 

먼저 ChatGPT가 구성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 豌豆 대한신운·/ChatGPT 구성

雨歇初夏綠陰深 (우헐초하녹음심)

초여름 비 그치니 녹음 더욱 짙어지고

草葉明珠受日 (초엽명주수일)

풀잎의 구슬 같은 빗방울 햇살 받아 빛나네.

來蝶翩翩隨風舞 (래접편편수풍무)

찾아온 나비 나풀나풀 바람 따라 춤추고

待花莞莞向晴 (대화관관향청)

기다리던 꽃잎 방실방실 맑은 날 반기네.

長身曲蔓勤扶護 (장신곡만근부호)

자라며 굽은 덩굴 하나하나 부지런히 붙들어 주고

嫩手相牽共架 (눈수상견공가)

여린 손 서로 맞잡으며 함께 지주를 의지하네.

稚孫蹣跚扶欲倒 (치손만산부욕도)

어린 손녀 비틀비틀 넘어지려 하면 붙들어 일으키듯

護到盈莢盡心 (호도영협진심)

꼬투리 가득 찰 때까지 정성 다해 살찌우리!

대한신운 압운을 정확하게 나타내었다. 이미 많은 대화를 통해 자료가 충분하게 축적되어 있으므로, 어색한 莞莞과 문법이 어긋난 共架와 어린아이를 부축한다는 등은 어색하지만, 원문에 맞게 그런대로 흉내 내었다. 또한 먼저 요청하기 전에 대화하여 위와 같이 구성되었으므로 제법 구색 있게 이루어졌다. 다음은 Gemini의 구성이다. Gemini에게는 전혀 대화 없이 대한신운으로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豌豆 (완두)

初夏新晴綠滿 (초하신청록만원)

초여름 새로 개니 푸름이 정원에 가득하고

一滴微軀映日 (일적미구영일흔)

한 방울 작은 몸은 햇살 흔적 비추네.

隨風蝴蝶翩翩舞 (수풍호비편편무)

바람 따른 나비들은 나풀나풀 춤을 추고

迎客嬌花笑語 (영객교화소어훤)

손님 맞은 어여쁜 꽃 웃음소리 조잘대네.

扶持彎曲細心護 (부지만곡세심호)

휘어진 몸 붙들어 세심하게 보호하니

交握柔枝手足 (교악유지수족돈)

부드러운 가지 서로 잡아 우애가 두텁구나.

似導兒孫步履穩 (사도아손보리온)

아이와 손주 이끌어 걸음걸이 평안하게 하듯

待看結實盡誠 (대간결실진성존)

열매 맺기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 살피리!

대한신운으로 요청하였음에도, 무의식으로 평측을 맞추어 번역과 내용이 크게 어긋난다. 翩翩에 대응되는 첩어 대장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一滴微軀와 같은 표현은 실로 황당하다. 물론 기존의 구성만 놓고 보면 평측은 매우 정확하며, 최소한 십여 년 이상 연마한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대한신운을 창안한 궁극 목적은 바로 이러한 억지스럽고 부자연한 표현을 지양하는 데 있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여 의미와 정경이 훼손된다면, 아무리 평측을 정밀하게 맞추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시를 구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거치며 표현 방향과 창작 원칙을 여러 차례 조율했더라면, 아마 이보다 훨씬 정련된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요청에 기계처럼 맞추어 답을 내놓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수준과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