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咏廿四氣詩·白露八月節 24절기를 읊다‧ 백로 8월 절기 원진(元稹)
露沾蔬草白 이슬이 채소와 풀잎 적시니 희게 보이고
로첨소초백
天氣轉青高 하늘 기운은 전이하여 푸르고 높아지네.
천기전청고
葉下和秋吹 (어느새) 잎 아래 가을에 화답하는 바람 부니
엽하화추취
驚看兩鬢毛 (바람에 날리는) 양쪽 귀밑머리를 보며 놀라네.
경간양빈모
養羞因野鳥 이로부터 들새는 맛있는 모이로 몸을 보양하는데
양수인야조
為客訝蓬蒿 나그네 신세는 쑥과 더불어 맞이할 뿐이라네.
위객아봉호
火急收田種 화급하게 전원의 씨앗을 거두면서
화급수전종
晨昏莫辭勞 아침저녁 수고를 사양하지 말아야 하네.
신혼막사로
* 2025년 백로는 9월 7일이다.
* 蔬: 푸성귀. 성글다. 둘 다 통한다. * 羞: 수(饈)와 같다. 맛 좋은 음식. * 訝: 맞이하다. 의아하다. 일반적으로 의아하다로 쓰지만, 구에서는 맞이하다가 더 잘 어울린다.
* 晨昏: 朝夕이 더 알맞지만, 평측 안배 제약 때문에 晨昏으로 표현되었다.
* 백로 절기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고 표현에 일관성이 부족하다. 또한 평측 안배로 인해 문법에 맞지 않고 심하게 도치되어 있다.
⇓ ChatGPT의 해설
백로(白露)는 24절기 가운데 음력 8월에 해당하는 시점입니다. 이름 그대로 露(로, 이슬) 이 풀잎에 맺히되 희게 보일 만큼 기온이 내려가는 절기입니다. 더위는 완전히 물러가고, 하늘은 높아지며, 농촌은 추수와 저장으로 바빠집니다. 또 이 무렵 들새들은 먹이를 잔뜩 취해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이처럼 백로는 계절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때입니다.
1‧2구: 계절의 표징
露沾蔬草白 ― “露(로, 이슬)가 蔬(소, 푸성귀·채소)와 草(초, 풀)를 적시니 白(백, 희다)게 보인다.”→ 새벽녘 채소와 풀잎에 맺힌 이슬이 햇살에 반사되어 하얗게 빛나는 장면입니다. 백로라는 절기 이름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天氣轉青高 ― “天氣(천기, 하늘 기운)가 轉(전, 전이하다·바뀌다)하여 靑(청, 푸르다)하고 高(고, 높다)해진다.”→ 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가을의 맑고 높은 하늘 기운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轉’을 ‘전이’라고 옮기면 계절의 이동이 더 실감납니다.
3‧4구: 낙엽과 바람, 세월의 자각
葉下和秋吹 ― “葉(엽, 나뭇잎)이 下(하, 떨어지다)며 秋吹(추취, 가을바람)와 和(화, 화답·어울리다)한다.”→ 낙엽이 바람에 실려 흔들리며 가을바람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입니다.
驚看兩鬢毛 ― “놀라 驚(경), 보니 看(간), 兩鬢(양빈, 양쪽 귀밑머리)의 毛(모, 머리털)가 희어졌다.”→ 가을바람이 낙엽을 흩날리는 광경에서 시인은 문득 자신의 세월을 떠올립니다. 머리카락이 희어짐을 보고 놀라는, 계절과 인간 생애의 교차입니다.
5‧6구: 들새와 나그네
養羞因野鳥 ― “野鳥(야조, 들새)가 冬羞(수·饈, 맛있는 음식이란 뜻의 ‘수’)를 養(양, 기르다)한다.”→ 여기서 ‘羞’는 본래 ‘부끄럽다’가 아니라 ‘饈(수)’와 통해 ‘맛있는 음식’을 뜻합니다. 즉, 들새들이 가을의 풍성한 먹이를 취해 스스로 겨울 먹거리를 장만하고 몸을 불려 간다는 뜻입니다.
為客訝蓬蒿 ― “나그네는 蓬蒿(봉호, 쑥과 잡초)을 訝(아, 맞이하다)할 뿐이다.”→ ‘訝’는 흔히 ‘의아하다’로 번역되지만, 여기서는 ‘맞이하다’가 더 알맞습니다. 들새가 겨울을 대비해 살찌우는 일과 달리, 나그네 신세는 쑥과 잡초뿐인 황량한 현실을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7‧8구: 결구, 농가의 분주함
火急收田種 ― “火急(화급, 불처럼 급하다)히 田種(전종, 밭의 씨앗·농작물)을 收(수, 거두다)한다.”→ 백로 이후 본격적인 수확의 시기가 닥치니 농부의 발걸음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晨昏莫辭勞 ― “晨(신, 아침)과 昏(혼, 저녁)에 勞(로, 수고)를 辭(사, 사양)하지 말라.”→ 하루의 처음과 끝 모두 부지런해야 하는 계절, ‘아침저녁 가리지 말고 힘써라’는 농가의 윤리를 일깨우며 끝맺습니다.
이 작품은 1‧2구에서 절기의 핵심—이슬과 높아진 가을 하늘—을 잡아내지만, 곧 3‧4구에서 인생의 세월을, 5‧6구에서 들새의 풍요와 나그네의 궁핍을 대비시키며, 7‧8구에서는 농사일의 분주함으로 귀결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읽을 때는 “백로 절기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시상이 왔다 갔다 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또 평측(平仄)의 규칙 때문에 어순이 도치되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띕니다. 그러나 원진의 〈廿四氣詩〉는 애초에 절기 자체만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절기를 계기로 시인의 삶과 감정을 덧입히려는 작품입니다.
특히 「養羞因野鳥」는 이 시기의 생태적 현실—들새들이 겨울을 대비해 몸을 불려 간다는 사실—을 잘 포착한 구절입니다. 바로 이런 대목에서 절기와 생활이 맞닿는 생생한 현장감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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