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운서(韻書)의 재편과 대한신운(大韓新韻)을 활용한 창작 필요성
1. 〈평수운(平水韻)〉에 의한 창작: 秋分日 추분일 황상(黄裳)
暑退秋澄氣轉涼 더위 물러가고 가을 맑아지며 기온 바뀌어 서늘해지고
서퇴추징기전량
日光夜色兩均長 햇빛 밤 색깔 둘 다 균등해졌네.
일광야색양균장
銀棉金稻千重秀 은빛 목화 금빛 벼는 천 겹으로 수려하고
은면금도천중수
丹桂小菊萬里香 붉은 계수 꽃과 작은 국화 만 리의 향기여!
단계소국만리향
暑退秋澄氣轉涼 측측평평측측평
日光夜色兩均長 측평측측측평평
銀棉金稻千重秀 평평평측평평측
丹桂小菊萬里香 평측평측측측평
2. 〈중화신운(中華新韻)〉으로의 재편:‧ 秋分 추분 좌하수(左河水)
暑退秋澄氣轉涼 더위 물러가고 가을 맑아지며 기온 바뀌어 서늘해지고
서퇴추징기전량
日光夜色兩均長 햇빛 밤 색깔 둘 다 균등해졌네.
일광야색양균장
銀棉金稻千重秀 은빛 목화 금빛 벼는 천 겹으로 수려하고
은면금도천중수
丹桂黃菊萬徑香 붉은 계수 꽃과 황국의 만 길 향기여!
단계소국만리향
4 4 2 2 3 3 2
暑退秋澄氣轉涼 측측평평측측평
4 1 2 4 4 2 2
日光夜色兩均長 측평측측측평평
2 2 2 4 2 2 4
銀棉金稻千重秀 평평평측평평측
2 1 4 4 4 4 2
丹桂黃菊萬徑香 평측측측측측평
3. 〈중화신운〉에 의한 창작: 淸明日 청명일 좌하수(左河水)
歲歡剛盡又清明 새해의 기쁨이 막 끝나자 또다시 청명
세환강진우청명
雨燕哽聲柳淚橫 빗속 제비 목이 메인 소리 버들 눈물 가로지르네.
우연경성류루횡
寂靜青山人陡湧 적막한 청산에 사람들 갑자기 불어나더니
적정청산인두용
冥錢燭紙祭先陵 명복 비는 돈 촛불에 태우며 선영에 제사 지내네.
명전촉지제선릉
* 中華新韻 11庚. 전통 평수운(平水韻)에서 명(明)과 횡(橫)은 庚운, 능(陵)은 증(蒸) 운에 속한다.
4 1 1 4 4 1 2
歲歡剛盡又清明 측평평측측평평
3 4 3 1 3 4 2
雨燕哽聲柳淚橫 측측측평측측평
4 4 1 1 2 3 3
寂靜青山人陡湧 측측평평평측측
2 2 3 4 3 4 2
冥錢燭紙祭先陵 평평측측측평평
4. 〈평수운〉과 〈중화신운〉의 비교
추분은 24절기 중 하나로, 2025년은 9월 23일이다.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이며, 이후로는 점차 밤이 길어진다.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로, 날씨는 건조해지기 시작하며 예로부터 농사에서는 곡식이 여무는 중요한 절기로 여겼다. 추분 시를 검색하면서 전통의 〈평수운(平水韻)〉과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뀐 〈중화신운(中華新韻)〉의 차이를 알아보고 〈대한신운(大韓新韻)〉으로 창작해야 할 까닭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시를 창작할 때는 〈운서(韻書)〉에 따른다. 〈운서〉는 한시의 평측과 압운을 맞추기 위한 자전이다. 일반 자전은 대체로 획수나 부수를 중심으로 편찬하지만, 〈운서〉는 같은 음을 하나의 운으로 분류하여 나열한 자전이다. 그래서 획 수에 상관없이 동(東 ), 동(冬), 강(江), 지(支)… 등으로 분류한다. 이때 압운은 주로 평성(平聲)에 해당하는 자를 중심으로 짝수 구에 운을 다는 형식을 말한다. 평성 30운, 상성(上聲) 29운, 거성(去聲) 30운, 입성(入聲) 17 운으로 모두 106 운이다. 성씨로 치자면 김, 이, 박, 정… 씨로 분류한 것이며, 이중 압운에 사용되는 평성 운은 본관과 같고, 상성, 거성, 입성은 각 성의 파로 다른 성씨끼리도 잘 지내라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다. 이 중에서 입성은 識(식shí), 職(직zhí), 國(국guó), 德(덕dé)처럼 緝(집jī) 輯(집jí) 急(급jí) 節(절jié) 瞥(별piē) 撇(별piē) 처럼 된 소리이거나 ㄹ 받침에 해당한다. 한시를 배울 때는 이를 외우기 쉽게 국, 술, 밥이라는 우스개도 생겨났다. 그런데 현대 표준 중국어에는 받침이 없으며 1, 2, 3, 4성으로 구분한다. 그중 1, 2성은 평성, 3, 4성은 측성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성조의 차이를 이용하여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 평측 안배이다. 그러므로 중국인이 평측이라고 말할 때는 성조라는 개념을 먼저 떠올리고 그다음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해 평측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수를 성조에 따라 읽으면 천 사람이 읽어도 비슷하게 발음할 수밖에 없다. 평서문도 마찬가지므로 성조의 언어라고 부른다.
그런데 시대의 변천에 따라 國(국guó), 急(급jí), 節(절jié)은 모두 2성이어서 평성에 해당하므로 이를 다시 측성으로 구분하는 것은 언어생활과 괴리가 생기게 되므로 중국에서는 1949년에 18 운으로 재편했다가 2010년 이르러서야 〈중화신운〉 14 운으로 재편하게 되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재편의 문제이지 어떻게 분류해도 한자 수는 변함없다. 〈중화신운〉 14 운은 하나의 운에 평성, 상성, 거성으로 분류하니 실제로는 42 운이다.
庚 운을 예로 들면 eng, ing, ong, iong 소리가 나는 군의 집합이다. 그중에서 평성(平聲)은 1, 2성으로 庚(gēng) 伻(bēng) 崩(bēng) 祊(bēng)…등이다. 상성(上聲)은 3성으로 琫(běng) 繃(běng) 丙(bǐng) 秉(bǐng) 柄(bǐng)…등이다. 거성(去聲)은 泵(bèng) 進(jìn) 繃(bèng) 蚌(bàng) 蹦(bèng)…등으로 4성이다. 상성 거성은 측성으로 분류한다. 중국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처럼 1, 2, 3, 4 성조에 따라 발음하므로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이를 추분에 관한 칠언절구(七言絶句)로써 좀 더 상세하게 이해해 보도록 한다. 〈추분일( 秋分日)〉은 송대 문학가 황상(黄裳)의 작품이다.
4 4 2 2 3 3 2
暑退秋澄氣轉涼 측측평평측측평
서퇴추징기전량
4 1 2 4 4 2 2
日光夜色兩均長 측평측측측평평
일광야색양균장
2 2 2 4 2 2 4
銀棉金稻千重秀 평평평측평평측
은면금도천중수
2 1 4 4 4 4 2
丹桂小菊萬里香 평측평측측측평
단계소국만리향
압운은 량(涼), 장(長), 향(香)으로 〈평수운(平水韻)〉인 陽(양) 운에 해당한다. 압운은 양 씨의 본관과 같으며, 나머지 운자(韻字)는 양씨 파와 다른 성씨의 파가 어울린 것과 같다. 첫 번째 구를 잘 살펴보면
4 1 2 4 4 2 2
日光夜色兩均長
두 번째 운자인 光이 1, 즉 평성이므로 네 번째 운자는 반드시 3 아니면 4 즉 측성으로 안배한다. 稻는 4성이므로 측성이다. 金稻보다는 金星(xīng)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치자. 그러면 엉터리가 된다. 光이 평성인 이상 4번째 운자는 반드시 측성을 안배해야 하는데 星은 평성이어서 아무리 뛰어난 표현일지라도 안배할 수 없다. 네 번째 운자가 측성이므로 여섯째 운자는 반드시 평성이어야 한다. 그래서 2성인 均이 안배된 것이다. 이를 2/4/6 부동(不同) 안배 법칙이라 한다. 1/2구와 3/4구의 위아래도 마찬가지로 안배한다. 그런데 4구인 丹桂小菊萬里香은 평측측측측측평으로 2/4/6 부동 원칙에 어긋난다. 그래서 이 작품의 표현이 아무리 좋더라도 당시에는 매우 낮게 또는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현대 시인 좌하수(左河水)는 〈중화신운(中華新韻)〉에 의해 다음과 같이 고쳤다.
2 4 2 2 4 4 2
丹桂黃菊萬徑香 평측평평측측평
국(菊 jú)은 2성으로 평성이지만, 현대중국어에서는 2성인 ‘쥐’ 즉 평성이다. 그러므로 현대 성조에 따라 분류하면 桂는 4성으로 측성, 菊은 2성으로 평성, 徑은 4성으로 측성이므로 2/4/6부동 원칙에 맞다. 어릴 때부터 菊은 2성으로 습관화되어 있는데 한시를 창작할 때는 측성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그래서 성조에 따른 평측 구분으로 재편한 것이다. 이번에는 좌하수(左河水)의 〈청명일(淸明日)〉을 통해 압운의 재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4 1 1 4 4 1 2
歲歡剛盡又清明 측평평측측평평
3 4 3 1 3 4 2
雨燕哽聲柳淚橫 측측측평측측평
4 4 1 1 2 3 3
寂靜青山人陡湧 측측평평평측측
2 2 3 4 3 4 2
冥錢燭紙祭先陵 평평측측측평평
압운은 〈중화신운(中華新韻)〉 경(庚)운 이다. 그런데 고대 〈평수운(平水韻)〉에서 명(明míng)과 횡(橫 héng)은 경(庚)운에 속하고 능(陵(líng)은 증(蒸) 운에 속한다. 한시 창작의 기본은 압운에 있으므로 평수운으로 기준 하면 엉터리 작품이다. 그러나 〈중화신운(中華新韻)〉은 경(庚)운을 eng, ing, ong, iong 등 ng 발음이 나는 군으로 재편했으므로 일상 언어생활과 전혀 유리되지 않고 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5. 〈대한신운(大韓新韻)〉에 의한 창작 전환의 필요성
중국어가 성조(聲調)의 언어인 데 비해 우리말 우리글은 정조(情調)의 언어이다. 성조가 없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평수운〉이든 〈중화신운〉이든 성조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얼핏 생각하면 성조가 좋을 것 같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성조의 언어는 천 사람이 낭송해도 천편일률이나 정조는 감정을 바탕 삼기 때문에 같은 작품일지라도 천차만별로 감정을 실어 소리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감정을잘 표현할 수 있도록 자모의 순서에 따라 31 운으로 재편한 것이 〈대한신운〉이다. 중국인이 자신들의 운서를 외울 필요 없이 평소 습관대로 성조에 따라 시를 쓰듯이 〈대한신운〉에 의하면 우리 역시 전혀 외울 필요 없이 한시를 창작할 수 있다. 〈청명일(淸明日)〉을 중국인과 한국인이 낭송한다면 중국인의 본능적으로 성조를 떠올리지만 이처럼 성조에 의해 평측이 잘 짜였더라도 한국인은 전혀 성조를 느낄 수 없이 자신이 이해한 바탕 위에 정조로만 낭송하게 된다. 표현의 다양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을 어찌 말로써 다 할 수 있겠는가!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조선인은 조선 시를 써야 한다는 외친 지 200년이 흘렀는데도, 평측이 왜 필요한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언어생활에 전혀 무의미한 평측 안배로 짓지 않으면 시로써 인정 않는 이 무지의 풍조를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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